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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낮은 친환경차 늘어나고 있다는데...왜 그런 걸까
기사입력 :[ 2018-12-28 09:41 ]


친환경차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까닭

“‘친환경차=연비’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이 때, 가솔린차와 연비 차이가 크지 않은 차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이해하기 힘든 구석을 종종 보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합리해 보이지만 대의명분이나 가치를 생각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모두의 공감을 산다면 불합리도 합리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 명밖에 탈 수 없고, 기름은 바닥에 뿌리고 다니고, 짐은 거의 못 싣고, 가격은 엄청나게 비싼 차는 실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슈퍼카 또는 스포츠카는 모든 이들이 타고 싶어 하는 드림카로 꼽는다. 성능 하나만으로 다른 불합리한 부분을 다 덮어버린다. 자동차시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로 가격과 크기의 관계를 든다. 주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할 때인데, 국산 대형차 살 돈으로 수입 중소형차를 살 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취향보다는 가격과 크기로만 판단하다 보니 나오는 반응이다. 요즘은 자동차도 기호품 또는 감성 소비재라는 인식이 퍼져서 예전보다는 이해하는 층이 늘었다.



친환경차도 불합리해 보이는 차종 중 하나다.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대중화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친환경차는 가격이 비싸다. 과장하자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가격이 두 배로 오른다. 전기차는 보편화가 조금이라도 이뤄져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수소연료전지차는 가격이 더 비싸다. 몇 년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가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 1억5000만원이었다. 일반 투싼의 5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얼마 뒤 절반 수준인 8000만원대로 낮아졌지만, 그 가격 역시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이후에 나온 현대차 넥쏘 가격은 7000만원대로 낮아졌고 보조금을 받으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는 보조금 없이는 사기 힘들다. 대략 1000만~3000만원대 보조금을 받아야 적정 가격대를 유지한다. 친환경차 보급에는 동의하지만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보급을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원가가 비싸니 차 가격도 높겠지만, 그 높은 가격도 가격표만 보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없지 않다. 지구를 구한다는 차라는 가치를 보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친환경차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종류가 많이 늘었다.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전체 자동차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빠르게 영역을 넓힌다. 시장이 커지면서 특성도 다양해졌다. 초창기에는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는 점과 높은 연비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에는 일반차의 다양한 특성을 받아들였다. 역동성을 강화한 차도 나오고 실용성보다는 고급성을 강조한 차도 선보였다.



특성이 세분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친환경차=연비 높은 차’라고 생각한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는 점도 꽤 중요한 특성이지만 체감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와닿지 않는다. 연비는 계기판에 실시간으로 뜨고 연료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체감한다. 친환경차는 연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특성의 가치를 연비보다 낮게 여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중형이나 그 아랫급 차에 주로 선보였다. 요즘에는 대형차나 SUV 등에도 이런 기술을 적용한 차가 늘었다. 큰 차는 친환경차라고 해도 대체로 무겁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역동성까지 강조하면 연비에서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더 낮아진다. 친환경차면서 같은 모델 또는 동급 가솔린 자동차와 비교해 연비가 비슷하거나 차이가 크지 않은 차들도 눈에 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적어도 디젤 수준 연비가 나와주기 바라는데, 그 수준에는 못 미친다.

그렇다고 아주 특수한 목적으로 만든 차도 아니다. 일반 차종 라인업의 친환경차 자리를 채울 뿐이다. ‘가솔린차와 연비 차이가 크지 않은데 굳이 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친환경차는 일반 내연기관 모델보다 대체로 가격이 높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으니까, 기술을 알리기 위해서 만든 차니까, 브랜드 이미지를 이끌 목적으로 개발했으니까 등 합당한 이유를 떠올리지만 구매자를 설득할 이유로는 약하다. 브랜드마다 연비를 넘어서는 다른 특성을 강조하지만 합리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연비에서 장점이 덜한 친환경차는 불필요한 존재일까? ‘친환경차=연비’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딱히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지만 차들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지금은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완전히 없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친환경차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면 지금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친환경차가 그대로 갖추게 된다. 아주 다양한 별의별 차들이 다 나온다. 연비 또한 범위가 넓어진다. 친환경차라고 해도 연비가 기대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고, 지금보다 기술이 발달해 훨씬 높아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친환경차가 연비 높은 차라는 특수한 차로 인식되지만, 나중에는 그런 인식조차 희박해진다. 물론 연비 높은 차를 선호는 하겠지만 절대 기준으로 삼지는 않게 된다.

친환경차 시대는 받아들이는 사람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적응하면 좋겠지만,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왜 만들었을까 하는 차가 몇 년 뒤에는 대세로 떠오를 수도 있다. 나아가 그런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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