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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카풀 갈등, 이 복잡한 방정식 푸는 유일한 해법은?
기사입력 :[ 2019-01-03 13:46 ]
카풀과 공유 경제, 원칙이 필요하다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2018년 4분기는 우리나라의 승차 공유 역사 상 의미 있는 시기였습니다. 비록 드러나 있는 현상만 바라보면 여전히 택시 업계는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있고,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운영을 개시하는 등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면서 논의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카풀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데서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승차 공유, 카풀은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수의 사람들만 인식하고 있던 비주류의 영역에 속하는 이슈였으나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지닌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개시와 이에 대한 택시 업계의 격렬한 반발이 상호 작용하면서 해당 이슈는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올라 이제는 관련 뉴스가 지상파 뉴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는 TF까지 구성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실질적으로 무언가 변한 것은 없지만 사회적 관심도의 증가 측면에서는 불과 1~2년 전과 비교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관심도가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좋든 싫든 간에 승차 공유, 혹은 더 나아가 공유 경제는 세계적으로 분명한 현상이며 우리 사회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승차 공유를 포함한 공유 경제를 도입할 것이냐 마느냐의 관점에서 지난한 논쟁을 거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관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떻게”와 관련된 논의의 핵심은 공유 경제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세우고 시장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어 공유 경제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후생을 최대화하는 것입니다.



사실 승차 공유나 기타 다른 공유 경제 모델을 받아들였을 때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이 있을지를 세부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승차 공유뿐만 아닙니다. 자율 주행, 인공 지능 등 앞으로 급격하게 다가올 기술적 변화의 파급력은 미리 예측하기에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이럴수록 세부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상황들을 하나하나 예측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미리 규정하려고 해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풀에 대한 규제도 세부적인 부분을 먼저 규제하려고 해서는 논쟁만 길어질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에 카풀이 허용되는 때가 출퇴근 시라고 명시되어 있으니 출퇴근 시간대를 정해서 하루에 2번만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는 데 이는 단편적인 접근입니다. 우선 현재 법규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회가 점점 다변화되면서 더 이상 산업화 시대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근무만이 표준인 시대가 아닙니다.



또한 택시 산업 보호를 위해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특히 심야시간)를 표적해서 부분적으로 허용하면 교통 체증을 감소하기 위해 출퇴근 때의 자동차 함께 타기를 허용한 법규의 취지와도 맞지 않으며 상시 정체 상태인 서울의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대를 정하는 것의 논리는 약해집니다.

이외에도 고정된 출퇴근 장소가 없는 프리랜서의 경우나 앱 당 하루에 2번으로 제한할 경우 실효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세부적인 이슈 하나하나를 미리 규정하다 보면 승차 공유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하나하나 논쟁하다 보면 이 복잡한 변수들로 가득한 다차원 방정식을 풀 수가 없습니다.

이럴수록 상수로 만들 수 있는 변수들은 상수로 만들어놓고 나머지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먼저 사회적으로 커다란 원칙에 합의를 하는 것이 이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유일한 방법이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파급력에 대응하는 현명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새로운 기술 혹은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핵심적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우선 세우고, 해당 분야가 성장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산업이 형성되어서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보일 때 더 세부적으로 규제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공유 경제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기 위한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승차 공유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공유 경제를 통해 유휴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수 있도록 공유할 수 있는 요건(진입 장벽)을 최소화하되, 기존 사업자의 영역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공유 경제 참여자가 공유를 넘어선 전문의 영역으로 진입할 경우 기존 사업자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필요시) 기존 사업자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이러한 원칙 하에서 공유 경제 소득 분야를 신설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카풀로 인한 소득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원천 징수하고 있는데, 공유 경제 소득 분야를 신설하면 에어비앤비, 카풀 등으로 인해 개인이 얻는 수익을 집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공유 경제로 인해 소득을 버는 구간, 등급을 정해 구간 별로 세금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구간 이상으로 소득을 올리는 정도가 일정 이상인 사람들은 전문적인 공급자로 규정하고 이들에게는 전문적인 자격을 요구하거나 이들로부터 걷은 세금을 활용해 기존 산업 종사자의 경쟁력 강화와 재취업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택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승차 공유를 할 경우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도록 해서, 사람들이 더욱 많이 택시 자격증을 취득하게 유도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재원을 활용해 기존 택시 업계 종사자가 승차 공유 도입 이후에도 생계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생각이 더 나아간다면, 승차 공유의 참여자의 세금과 플랫폼의 이득 일부를 활용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택시 자격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자체별로 택시 자격을 매입해 소각하는 감차 정책을 실시 중이나, 택시 자격은 대당 수 천만 원을 넘기 때문에 예산이 막대하게 소요되어 감차의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하지만 승차 공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후생의 일부를 택시 감차에 사용한다면 이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수 있으며, 자율 주행 시대의 가져올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이미 비슷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단계별 제도화를 시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공유경제 특별법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권에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슈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공유 경제라는 세계적 흐름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더욱 파급력 큰 기술들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방법론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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