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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돌풍에 G4 렉스턴 걱정하는 건 오지랖일까
기사입력 :[ 2019-01-04 13:11 ]
자동차업체의 상도의, 과연 불필요한 감상주의인가

“큰 곳이 작은 곳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경쟁 사회에서 당연한 일인지, 상생에 어긋나는 배려 부족인지 의견이 갈린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새 차가 나오면 업체들의 반응은 상황에 따라 갈린다. 일단 한 업체가 신차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돌면 경쟁사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사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비를 한다. 여력이 안 되면 대비 없이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방패 없이 맨손으로 적의 칼을 상대하는 꼴이다. 신차는 이전 세대의 약점을 보완하고 최신 트렌드를 따르기 때문에 대체로 완성도가 높다. 경쟁차에 위협적인 존재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디자인이 이전보다 별로이거나, 가격을 터무니없게 높이 잡았다거나, 예상치 못한 큰 결함이 발견되거나 하면 신차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경쟁사 모델이 구형이어도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한다면 신차가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신차가 나오고 이를 계기로 경쟁사가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내놓는 순환이 이뤄지면서 시장은 발전해 나간다. 이렇게 좋은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지만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다. 규모와 기술의 차이, 제품력과 완성도 차이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어느 한쪽이 불리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격하는 쪽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악의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경쟁 사회에서 경쟁하는 모습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방어하는 쪽이 허술해서 불리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므로 양쪽 모두를 따져봐야 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한 해에도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이 수십 종이 쏟아진다. 정식 업체 수만 30여 개에 이르고, 수준이나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경쟁의 모습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올해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업체는 쌍용차다. 현대자동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면서 G4 렉스턴이 타격을 입게 생겼다. 팰리세이드는 완성도 높고 가격이 적절하다는 평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대차 발표에 따르면 사전예약 첫날 3468대 계약이 몰렸고, 전체 예약 대수는 2만5000대가 넘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국산 대형 SUV 시장은 지금까지 틈새 수준에 그쳤다. 모델은 쌍용차 렉스턴과 기아자동차 모하비 두 종류가 전부이고, 모두 노후 모델이었다. 그나마 렉스턴이 2017년 봄 완전 신차로 바뀌면서 변화가 조금 생겼다. 시장은 최신 모델인 G4 렉스턴이 주도했다. 2018년 판매량은 1만6674대. 모하비는 7837대 팔렸다. 팰리세이드 예약 판매량이 G4 렉스턴과 모하비 합친 양보다 많다. 팰리세이드가 G4 렉스턴과 모하비 수요를 전부 뺏어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흡수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틈새에 머물던 국산 대형 SUV 시장이 커지고 살만한 차가 나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팰리세이드 출시의 순기능은 꽤 크다. 그러나 쌍용차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G4 렉스턴의 앞날을 걱정해야 한다. 여러 요소로 판단해보면 쌍용차가 시장 선두주자인 현대차보다 불리한 게 사실이다. 쌍용차가 나름대로 독자영역을 구축한 시장을 현대차가 건드렸으니 쌍용차로서는 불리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G4 렉스턴이 잘 방어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팰리세이드 열풍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피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쯤 해서 상도의를 생각해본다. 한 업체가 다져 놓은 분야를 다른 업체가 뒤늦게 뛰어드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경쟁 사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작은 업체가 키워 놓은 곳을 큰 업체가 건드리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황 해석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 쌍용차가 다져 놓은 시장을 현대차가 뺏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하면, 현대차가 그동안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쌍용차가 혜택을 입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시장 선두 업체가 뛰어들어 완성도 높은 제품을 살 기회가 생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상도의만 앞세운다면 구매자의 선택권은 제한된다.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현대차가 선두 업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어 있는 세그먼트가 여럿이다. 성장하려면 비어 있는 세그먼트를 채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미 자리 잡은 업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물론 돈 안 된다고 관심도 없다가 다른 업체가 키워 놓으니, 돈 좀 되겠다 싶어서 뛰어드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쌍용 티볼리가 속한 B세그먼트 이하 SUV 시장은 현대차가 방치하던 시장이다.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등이 경쟁했다. 그중에서도 티볼리가 시장을 주도하며 이끌어나갔다. 그곳에 현대차가 코나를 앞세워 뒤늦게 뛰어들었다. 티볼리가 방어를 잘한 덕에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영향을 받았다.



쌍용차는 SUV 전문회사로 특화된 분야를 공략한다. 픽업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한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해 4만 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다. 확실하게 픽업트럭 시장을 개척하고 키워냈다. 이 시장 역시 규모가 더 커지면 현대차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최근 쌍용차 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시장 곳곳에서 상도의를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잘 되는 시장이라고 무작정 건드리기보다는 상생하기 위해 한발 양보하고 타 업체의 영역을 지켜주면 어떨까?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상도의는 더욱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더더욱 자신만 챙기는 쪽으로 흐른다. 불리한 위치에 서 있더라도 상대방의 배려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기 앞길은 자기가 헤쳐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은 업체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찾는다. 냉정한 경쟁 시대에 상도의를 논한다는 자체가 감상적인 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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