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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부리지 않고 가성비 높인 한국지엠의 승부수
기사입력 :[ 2019-01-08 14:38 ]


쉐보레 주요 차종 가격 인하, 어떤 의미일까?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한국지엠이 새해 들어 쉐보레 네 차종의 값을 한꺼번에 내렸다. 가격 인하폭은 수입 모델이고 판매량이 많지 않은 임팔라와 이쿼녹스가 큰 편이지만, 한국지엠 전체 판매를 이끈 주력 모델인 스파크와 트랙스도 인기 트림 위주로 적잖이 싸졌다. 또한, 자동차 업체들이 일반적으로 모델 이어(연형) 변경에 맞춰 가격조정을 하는 것과 달리,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값을 내린 것 역시 이례적이다. 대개 가격 인하는 기본장비를 선택사항으로 돌리거나 트림 구성을 조절하는 등 교묘한 꼼수가 바탕이 되지만, 이번에는 트림은 물론 기본 및 선택사항 구성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흥미롭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차값을 조정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소비자는 늘 같은 차를 더 싼 값에 사고 싶어 하지만, 업체는 공표하는 권장 소비자 가격(정가)이 갖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동급 경쟁차보다 가격 우위를 내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일단 ‘싸구려 차’ 또는 ‘싸구려 브랜드’로 받아들이면, 그런 인식을 바꾸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만큼 정가를 낮추는 것은 높이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격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은 역시 먼저 차를 산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일찍 샀다는 이유로 나중에 산 사람보다 더 큰 비용을 치렀다면 아무래도 억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연형 변경과 더불어 값을 소폭 올리면서 ‘인상폭 이상의 장비나 기능을 더해, 실제로는 값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번 한국지엠의 이례적 결정은 그동안 계속된 여러 프로모션의 영향도 있다.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가 실제 차를 살 때 지불하는 값은 꾸준히 정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사실상 정가를 내린 효과가 있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정가를 낮춰도 이전 정가로 차를 샀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손해봤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는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정가를 새로 정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소비자는 더 싼 값에 차를 사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요구에 알맞게 대응하는 것은 일선 영업 현장의 몫이다. 그만큼 영업 현장의 부담이 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쉐보레 핵심 모델 중 하나인 말리부는 페이스리프트한 2019년형 모델을 지난해 말에 내놓으면서 주요 트림 값을 내린 바 있다. 그걸 감안하면 한국지엠은 지금 팔고 있는 차들의 값을 전체적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그동안 한국지엠이 판매하는 쉐보레 차들은 한동안 내수 시장 주요 경쟁 모델에 비해 상품성 대비 값이 높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큰 파장을 일으킨 군산공장 폐쇄의 기폭제가 된 크루즈의 경우에도, 판매 실패의 근본 원인은 제품 자체의 수준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던 데 있었다.



한국지엠은 한동안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있었던 가격 논란에 관해 ‘스티커 프라이스(정가)와 트랜잭션 프라이스(실제 구매 가격)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실제 구매 가격은 경쟁력이 있는 수준의 숫자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한 바 있다. 흔히 제품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고 하는데, 한국지엠은 정가가 아니라 실제 구매 가격을 시장 결정에 맡긴 셈이다. 그리고 이번 가격 인하는 그동안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사실상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더 많은 차를 팔겠다는 뜻이다.



경쟁 모델과의 격차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번 가격 인하를 통해 쉐보레 차들의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은 어느 정도 높아질 듯하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국내 생산기반이 있는 다섯 개 브랜드 가운데 연간 판매실적이 끝에서 두 번째였고, 숫자로는 10만 대를 넘기지 못했다. 어느 정도 가라앉기는 했지만, 철수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국지엠은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더 확고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말에 있었던 기술부문 법인분리와 더불어 이번 가격 인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여전히 아슬아슬한 측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라는 민감한 부분에서 높아진 경쟁력이 한국지엠의 의도대로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류청희 칼럼니스트 :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평론가 및 자동차 전문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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