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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사고도 남는다는 경차 가격, 얼마나 올랐기에
기사입력 :[ 2019-01-16 11:33 ]


쪼그라든 한국 경차 시장 살아날 방법은 없는 걸까

[전승용의 팩트체크] 1991년 대우자동차에서 티코를 내놨을 때가 생각납니다. 작지만 귀여운 차체에 30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고마운 발이 되어줬습니다. 물론 ‘각설탕', ‘깍두기’ 등의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고, ‘타이어에 껌이 붙으면 달리지 못한다’거나 ‘고급차 살 때 덤으로 끼워준다’는 등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그동안 모닝과 스파크, 레이 등이 출시됐습니다. 티코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고, 안전 및 편의 사양도 풍족해졌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좋은 경차가 있을까 의심될 정도로 상품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경차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혜택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크기는 경차인데 가격은 중차’라거나 ‘가격을 보면 경차라는 이름을 쓰기 겁난다’, ‘풀옵션 가격을 보면 경차 사고 싶나…’, ‘배기량만 경차지, 가격이 경차인가…’라는 내용이 눈에 띄네요.



경차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티코가 나온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고, 요즘 나오는 경차는 티코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안전 기준과 점점 발전하는 첨단 사양을 적용하다 보니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죠.

사실, 경차는 단순히 차에 달린 가격표만 보고 평가할게 아닙니다. 취득세를 비롯해 공채 의무구입 면제, 보험료 1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50% 할인, 여기에 연간 10만원이 넘는 유류세 환급까지… 차량을 살 때 진짜로 내야 하는 구매 가격, 실제로 차량을 운영하는데 드는 유지비에 많은 혜택이 있습니다. 다른 차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상품성 향상과 다양한 혜택 등을 고려하더라도 경차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은 여전합니다. 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표에 적힌 숫자를 차 가격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요.



그럼 경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300만원짜리 티코가 드리프트 하던 시절 이야기는 현실감이 없으니, 요즘 경차의 모습이 정착된 10년 전과 비교해보죠. 기준은 가장 저렴한 엔트리급 모델로, 옵션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파워트레인이나 구동방식을 변경한 경우 최대한 비슷한 트림으로 골라봤습니다.

조사 결과 2008년 626만원 수준이었던 쉐보레 스파크(당시 마티즈) 기본 모델의 가격은 2019년 972만원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둘 다 밴 스타일의 수동변속기 모델입니다. 격차는 346만원으로, 인상 폭이 50%를 훌쩍 넘습니다.

또, 692만원이었던 기아차 모닝 엔트리 모델은 올해 95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차이는 258만원으로, 스파크에 비해서는 적게 올랐지만, 어쨌든 꽤 비싸졌습니다.



문제는 고급 트림으로 넘어가면 현대차 아반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스파크 마이핏 트림의 가격은 1493만원, 여기에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1708만원이 됩니다. 모닝의 경우 일반 가솔린 모델 풀옵션은 1620만원(LPi는 1680만원)이지만, 터보 모델은 1724만원까지 오릅니다.

그럼 아반떼는 얼마일까요. 1.6 수동, 기본 트림의 가격은 1404만원입니다. 무단변속기(147만원)를 더해도 1551만원, ‘가성비 갑(甲)’으로 유명한 스마트 초이스 트림을 골라도 1728만원이네요. 충분히 노려볼만 합니다. 아니, 모닝이나 스파크 고급 모델을 살 바에는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아반떼를 사고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생겨납니다.



경차 가격 인상에 대해 제조사 측의 주장은 비슷합니다. 전체 판매량을 보면 최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등 고급 경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다는 겁니다. 물론, 높은 점유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상품성 향상을 꼽았고요.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상품성 좋은 경차를 원했고, 여기에 상품성을 높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올라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경차 시장은 너무 빠르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20만2844대까지 늘어났던 판매량은 2016년까지 17만대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13만8895대로 갑자기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2만5931대로 줄었습니다. 6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하락한 것이죠.

과거와 비교해 시장 환경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소비 성향도 더욱 극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소형차가 몰락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 듯하네요. 경차 가격으로 엑센트급 소형차를 사는 게 아니라 아예 아반떼급 준중형차를 사는 패턴이 극명히 나타났다는 것이죠. 여기에 코나와 티볼리 등 B세그먼트 SUV가 등장하면서 경차 소비층의 이탈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스파크와 모닝은 더욱 심각한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델인데, 파격적인 할인과 프로모션으로 서로를 갉아먹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100만원을 깎아주고, 에어컨과 김치냉장고를 줘야 팔 수 있는 그런 차가 된 것이죠.



앞서 말했듯이 경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소형차나 준중형차에 비해 인상 폭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죠. 최근 10년간 각 세그먼트별(엔트리 모델 기준) 가격 변동 폭을 살펴보면 소형, 준중형은 20~30% 사이인데, 경차는 모닝이 37%, 스파크가 55%입니다. 당연히 겹치는 가격대가 늘어날 수밖에요. 당연히 경차 대신 준중형차를 살 수밖에요.

국내 경차 시장은 오랫동안 모닝과 스파크가 한정된(그러나 안정적)인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독과점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몰락하게 된 것이죠. 뭐, 일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입 경차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매우 낮을 듯합니다. 경차 시장 자체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를 토대로 만들어진 탓에 수입 경차가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가격을 내리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해법이 없어 보입니다. 과연 기아차와 쉐보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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