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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택시 기사는 운전만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 될 거다
기사입력 :[ 2019-01-17 09:23 ]


앱 미터기 도입, 이제 주도권은 플랫폼에 있다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카카오T나 티맵 택시를 이용하면서 앱을 통해 택시비를 결제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현재 앱을 이용한 결제 방식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미터기에 표시된 금액을 택시 기사가 기사용 앱에 입력을 하고, 해당 금액이 승객이 등록한 페이 방식에 의해 결제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다소 복잡합니다. 때문에 앱을 통해 결제할 경우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보다 오히려 긴 시간이 소요되며, 혹여나 입력에 오류라도 생기면 더욱 번거로워 집니다.

이에 반해 카카오 카풀, 풀러스, 타다와 같은 모빌리트 어플들의 경우 목적지에 도착해서 운전자가 도착 완료 버튼을 누르면 별다른 절차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되기 때문에 승객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하차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절차가 간단합니다.

이렇게 택시만 유독 앱을 통한 결제가 불편한 이유는 기술보다는 법규 때문입니다. 택시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 요령]에 따라 미터기에 의해 산정된 금액으로 운임을 수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택시 미터기의 구조는 [자동차 관리법 시행 규칙]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현행법상 택시 요금은 미터기에 의해서만 산정할 수 있는데 현재 시스템 상에서는 이 미터기의 요금 정보를 앱으로 전송하는 방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기사들이 해당 금액을 앱에 직접 입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카풀 등은 GPS를 기반으로 이동거리와 시간을 측정해 요금 산정이 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호출부터 결제까지 끊김 없이 자연스러운 경험(Seamless)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택시도 카풀과 비슷하게 앱에서 요금을 측정해 바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 대화’에서 2019년 12월까지 ‘스마트폰 앱 미터기’를 택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앱 미터기가 도입되면 택시 타는 풍경이 지금과는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승객은 지금과는 다르게 앱을 통한 택시비 결제가 더욱 간편해 질 것이며, 기사 입장에서는 (택시 플랫폼을 통해 매칭된 호출의 경우) 설령 출발 시 미터기를 누르지 않았어도 출발지와 도착지의 기록이 남기 때문에 차후 요금 분쟁을 방지할 수 있으며, 시계 할증도 별도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앱 미터기 도입으로 인한 변화의 일부일 뿐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앱 미터기의 도입은 택시 시장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의 택시 시스템 상에서는 요금을 책정하는 것도 정부였고, 요금 측정과 징수를 관리, 감독하는 것도 정부였습니다. 하지만 앱 미터기의 도입으로 인해 요금 책정은 정부가 계속하더라도 요금 측정과 징수를 플랫폼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앱 미터기 도입으로 인해 기사들이 요금 징수에 개입할 필요가 줄어들고, 플랫폼이 택시 운송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 택시 시장에 가지는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커지게 됩니다.

전통적인 택시 시장에서는 손님을 찾고, 태우고, 운전하고, 돈을 받는 4 단계의 과정은 택시 기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택시, T맵 택시 같은 택시 플랫폼의 등장 이후 승객을 찾는 업무를 플랫폼들이 대신해주게 됨에 따라 택시 기사들이 플랫폼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들은 어디에 승객이 많은지, 어느 승객이 객단가가 높은지와 관련된 막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이전보다 효율적인 운행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택시 운송을 통해 요금을 받는 주체는 택시 기사 혹은 택시 회사였기 때문에 플랫폼은 택시 운송에 있어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때문에 플랫폼은 택시 호출을 통해 제대로 수익을 얻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도 기사들에게 단순히 출발지와 도착지 정보 외에 고도화된 정보를 택시 기사에게 제공해줄 유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앱 미터기의 도입 덕분에 플랫폼이 직접 요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택시 기사가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의 4단계 중에 2가지 단계를 플랫폼이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플랫폼은 이를 바탕으로 어떤 손님을 태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전 외의 모든 과정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가장 강해지게 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이 택시 시장을 주도하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플랫폼들은 택시 요금 결제를 앱 내에서 하도록 유도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결제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익을 활용해 승객과 택시 기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행동을 유도할 수 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객이 기사의 평점을 입력하면 약 100~500원 정도를 즉시 할인해주는 방식도 가능한 것이죠.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택시 기사가 어떤 승객을 태울 것인가에 대해서도 플랫폼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2018년 카카오 모빌리티가 시도했던 5천 원 추가 요금에 무조건 배차해주는 스마트 호출은 근본적으로 택시에 어떤 손님을 태울 것인가에 대해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시도였으나 정부와 택시 업체의 반발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요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스마트 호출과 유사한 방식들을 더욱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택시비와는 별도로 플랫폼 사용료를 받고, 그 플랫폼 사용료의 대가로 승객들에게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합니다. 이 부가적인 가치에는 평점이 높은 택시 기사를 연결해주거나, 여성 기사를 연결해주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미 서울 법인택시업체 50곳이 참여하는 택시운송가맹사업체 ‘타고솔루션즈’와 ‘승차거부 없는 고품격 택시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택시 기사들에게 특정 승객을 태웠을 때의 인센티브를 택시 요금 수입 정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제공해줄 수 있게 되면서 택시 기사가 어느 손님을 태울 것인지에 플랫폼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지게 됩니다.



앱미터기 도입을 시작으로 택시 플랫폼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택시 기사는 택시 운행의 4 단계 중 운전만을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플랫폼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합승, 탄력 가격제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택시 시장의 주도권은 명백하게 플랫폼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영향력을 지나치게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은데다가 복잡해지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택시 시장도 같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발전 방향인 것 같기는 합니다. 과연 앱 미터기 도입 이후 택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흥미롭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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