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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전기차를 만든 건 무슨 의미인가?
기사입력 :[ 2019-01-19 13:27 ]


재규어만의 전기차 발상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재규어가 재규어한 전기차다.” 이상한 말이지만, 이것이 재규어 I-페이스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차는 현존하는 다른 전기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본 소스가 비슷한 상황에서도 재규어는 브랜드 특유의 색을 보여줘야 한다. 아니,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는 알 수 없다. 차를 타보고 다른 전기차와 비교할 때 비로소 체감이 가능한 몇 가지 특징적 요소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I-페이스를 정의한다.

I-페이스는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MAGNA)에서 위탁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전기 제어 장치는 대부분 파나소닉(PANASONIC) 것이다. 그러니까 자동차 기술적인 측면에선 전통적 자동차 회사의 노하우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재규어는 이 차를 ‘재규어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했다. ‘미래에 자동차를 만들 때 디자이너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업계의 주장을 현실화하는 사례다.



왜 크로스오버 형태로 만들었을까?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첫 전기자동차라면 C-X75 같은 모습의 우아한 스포츠카가 더 주목을 끌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주 색다른 형태도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I-페이스의 특징이 드러난다. 제품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차는 전기차라는 구조를 활용하는 디자인 언어를 쓴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그동안 도전하고 싶었던 영역. 그러니까 시험적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I-페이스의 경우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실내와 트렁크 공간을 새로운 구조로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앞좌석에선 딱히 전기차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재규어가 새로 내놓은 가솔린 엔진 신차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물론 전기차라는 카테고리의 관점에선 이 부분이 특징이다. 전기차 전문 회사가 만든 것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복잡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진짜 자동차다.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이유다.

앞좌석은 승객을 감싸는 구조다. 승객과 자동차의 일체감을 높이는 디자인이다. 반면 뒷좌석은 다르다. 튜브처럼 공간이 극대화된다. 차 길이가 4700mm 수준의 자동차지만 휠베이스가 3m에 달한다. 쉽게 말해 차 크기에 비해서 뒷좌석 무릎 공간이 무척 여유가 있다. 운전석을 최대한 앞으로 옮긴 디자인으로 890mm 수준의 무릎 공간을 확보한다. 트렁크 공간도 놀랍다. 기본 656L이다. 2L 페트병이 300여 개나 들어갈 수준. 시트를 모두 접으면 1453L까지 늘어난다. 앞 트렁크에 추가로 27L 수납공간을 만든 것은 영국식 농담처럼 보인다.



“전기 구동계 덕분에 자유롭고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 이안 칼럼은 I-페이스가 백지에서 시작해 재규어의 정체성을 지켜낸 차라고 설명했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전기차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I-페이스는 진흙, 젖은 풀밭, 얼음, 눈길, 비포장도로 등 주행 환경에서 최적의 접지력을 끌러내는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쓴다.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일부 모델)을 사용해 차고도 조절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속 105km 이상 고속 주행에서 차체를 10mm 낮춰 안정감을 더하고 공기 저항도 줄인다.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과 독특한 주행 사운드도 특징이다. 차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회생제동을 극대화하는 원-페달 조건을 제외한다면 일반 주행 모드에서 특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없다. 금방 익숙해진다. 다시 말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사이의 괴리감을 크게 줄이고 있다. 스티어링휠을 통한 피드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있다. 물론 가끔은 생각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능동형 차선이탈 방지처럼 운전 보조 시스템이 개입할 때 특히 그렇다.

엔진 사운드를 대신한 가상 엔진음도 독특하다. 가속을 시작하면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처럼 ‘윙~’하는 박진감 있는 사운드를 쏟아낸다.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한 안전 기술로 이미 많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사용된다. 하지만 I-페이스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다르다. 좀 더 흥미롭다. 가끔은 지하철이 가속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난 평범한 선택은 하지 않아요.” E-페이스 광고에 등장한 메시지처럼, 재규어는 브랜드 특유의 개성을 누구보다 추구한다. I-페이스도 같은 맥락의 자동차라는 생각이다. 이 차가 특이한 것은 ‘재규어 최초의 전기차’나 ‘프리미엄 완성차 회사가 내놓은 본격 전기차’ 때문만은 아니다. 90kWh 배터리 용량을 바탕으로 한 번 충전에 333km를 달리고, 400마력이라는 시스템 출력을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4.8초에 주파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요즘 시대 등장할 프리미엄 전기차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생각해보라. 스마트폰이 당연해진 요즘, 누가 통화 품질을 앞세워 휴대전화를 판매하려 하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I-페이스에는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바라본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겨있다. 재규어라는 개성을 충분히 담아낸 차. 그리고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는 실험적인 제품. 애초 많이 판매하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 이 차가 공략할 소비자와 시장은 상대적으로 좁다. 재규어도 이 부분은 잘 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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