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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무제한 ‘아우토반’ 놓고 진보·보수 갈등 깊어지는 까닭
기사입력 :[ 2019-01-24 09:23 ]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 왜 독일 내 논란 첨예할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최근 자동차와 관련해 두 가지 뉴스가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첫 소식은 지난 월요일 오후에 나온 것이었다.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는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만 엔진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라며 정부 계획을 공식화했다. 2031년부터 가솔린 및 디젤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2016년 독일 연방상원이 낸 ‘2030년 이후 내연기관을 금지하자’는 결의안에 큰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독일 연방상원의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 없는 제안 차원의 것이지만 스웨덴은 그 전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스웨덴이 빠르게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모범을 보였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2025년부터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노르웨이는 이미 연간 신차 판매량의 절반이 전기차다. 또한 덴마크는 2030년 이후부터 디젤차를 자국에서 팔 수 없도록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에 스웨덴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 스웨덴과 다른 상황이 벌어진 독일

반면 같은 날 독일에서는 스웨덴과는 다른 분위기의 소식 하나가 또 전해졌다. 기후 보호를 위해 교통 분야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 점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위원회가 첫 모임을 하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다.

환경단체, 산업계,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 등, 자동차 및 교통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교통 관련 정부위원회’는 첫 모임에 앞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휘발유와 디젤에 대한 유류세 인상이었고, 두 번째는 아우토반의 속도를 130km/h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위원회를 이끄는 교통부 장관 안드레아스 쇼이어는 이 제안에 대해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모임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일제히 독일 언론이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리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그리고 언론은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정부위원회 제안을 찬성하거나 반대했다.



◆ 보수는 대체로 세금 인상 및 속도제한에 반대

가장 먼저, 그리고 강하게 이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독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타블로이드지 빌트였다. 빌트는 이전에 보기 힘든 감성적(?) 기사에서 ‘아우토반은 독일 자유의 상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속도 제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에 독일 최대 금속노조 대표는 아우토반 속도 제한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볼 수 있겠으나 유류세 인상에는 반대했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교통부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몸담은 독일기독교민주연합(CDU)의 정치적 파트너인 중도 우파 바이에른 기독교 사회연합(CSU) 소속 정치인이다. 그의 전임자인 알렉산더 도브린트 역시 같은 당 소속으로, 두 사람 모두 보수적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들은 유류세 인상과 아우토반 속도 제한에 반대다.

그 외에도 자동차 업계 역시 입장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정부위원회 제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독일에는 속도 무제한 질주라는 아우토반의 특성이 독일 자동차가 기본기를 쌓을 수 있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 강할수록 속도 제한에 반대 목소리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독일 아우토반은 약 35% 구간에서 속도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10% 조금 넘는 곳에서는 실시간 흐름을 봐가며 최고제한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 나머지 구간은 시속 130km/h로 최고속도를 제한하라는 권장 구간인데, 이곳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무제한 구간이다.



◆ 진보는 대체로 속도제한과 유류세 인상에 찬성

반대로 독일의 진보 언론, 그리고 진보 정당과 환경단체 등은 속도제한과 유류세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 빌트 못지않게 강력한 어조로 속도 제한 필요성을 강조한 곳은 쥐트도이체차이퉁이었다. 독일 남부에 본사를 둔 이 언론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또 매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과속에 다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속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도 기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유일한 속도 무제한 도로인 독일 아우토반이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130km/h가 아닌 시속 120km/h로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견해 차이가 너무 커, 현재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나름의 대안 내놓는 언론도 등장

이런 가운데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속도제한보다는 자동차 산업 자체를 전기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속도제한이 가져오는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다른 조치와 비교해 그렇게 크지 않고, 속도에 매달리다 운송 개혁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슈피겔은 몇 가지 이유와 근거를 들어 시속 200km/h 정도로 최고속도를 제한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신 유류세 인상에는 찬성이다. 그렇다면 독일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슈피겔이 ‘아우토반의 속도가 제한되어야 하느냐?’라고 물었고 약 14만 명의 독자들이 이 설문에 참여했다. 결과는 ‘제한해야 한다’ 46%, ‘제한하면 안 된다’ 48%로 팽팽하게 갈렸다.

디젤 게이트가 터지고, 노후 디젤차 도심 통행 금지 등의 정책, 그리고 파리협정으로 환경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유럽에서 주목받으며 과거보다 독일 내에서 속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독일인이 아우토반 속도 제한을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서로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아우토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선뜻 속도 제한을 주장하지 못한다. 자동차 산업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선거에서 여당이 너무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통이 환경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독일 내외의 비판을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메르켈 이후, 새로운 총리가 떠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을 놓고 독일의 갈등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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