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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에게 911은 끝나지 않는 도전과 같다
기사입력 :[ 2019-01-28 10:26 ]


변칙적인 방법으로 더 빠르게 진화하는 포르쉐 911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얼마 전 8세대로 진화한 포르쉐 911이 세상에 등장했다. 겉보기엔 이전 모델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부 요소를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수준의 자동차다. 포르쉐에게 911은 끝나지 않는 도전과 같다. 제한된 틀 안에서의 시간 싸움이다. 뒤 엔진, 뒷바퀴굴림(RR)이라는 특유의 레이아웃은 911을 상징하는 요소이자 존재 이유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구조는 첨단 스포츠카라는 관점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런데도 포르쉐는 911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FR(앞 엔진, 뒷바퀴굴림)이나 MR(가운데 엔진, 뒷바퀴굴림)에 비해 911의 RR 레이아웃은 운동 성능 측면에서 불리하다. 엔진이 차 꽁무니에 달렸다는 것은, 무게가 뒤쪽으로 쏠려 있다는 뜻이다. 가령 왼쪽으로 코너를 돌다가 오른쪽으로 차가 급하게 회전할 때, 차 꽁무니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이론과 주장도 이제는 옛날얘기다. 포르쉐는 독특한 기술적 접근에서 911을 수십 년간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상당수 해결했다.



911만의 ‘변칙적인’ 발전은 제품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뒤 타이어 폭을 예로 들자. 911 카레라의 경우 앞 타이어 폭이 235~245mm. 뒤는 295~305mm를 쓴다. 앞뒤 타이어 폭의 차이가 약 60mm다. 일반 양산 자동차 중에서 앞뒤 타이어 폭 차이가 이렇게 큰 경우는 드물다. 이뿐만이 아니다. 911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곳곳에 녹아든다. 가변식 터보차저,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 액티브 서스펜션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8세대로 진화한 신형(코드네임 992)의 경우도 이전엔 없던 분명한 기술적 특징을 갖춘다.



신형은 앞 20인치, 뒤 21인치 휠을 장착하는 혼합 타이어 콘셉트를 사용한다. 포르쉐에 따르면 이런 세팅이 신형 911에서 좀 더 중립적인 핸들링 성능을 끌어낸다고 한다. 차체와 트랙(양쪽 휠 중심의 거리)은 이전 모델보다 넓어졌다. 차체는 앞 45mm, 뒤 44mm 넓다. 넓어진 뒤 차체는 이전 세대 기준으론 네바퀴굴림 모델에만 사용되던 수준이다. 앞바퀴 트랙 너비도 이전보다 46mm, 카레라 S의 경우 뒤 트랙이 39mm 더 넓다. 쉽게 말해 좀 더 고속에서도 뛰어난 회전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가변 서스펜션 제어 기술(PASM)도 이전보다 정교하게 발전했다. 댐퍼에 리바운드와 압축을 제어하는 메인 밸브와 압력 챔버를 자력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제어의 폭이 넓고 반응성이 빠르다는 의미다. 신형은 댐퍼 기능을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비대칭형 밸브 리프트도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엔진 연소실에 달린 가변 밸브 제어 장치(바리오 캠플러스)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3.6mm가 열렸다. 반면 신형은 같은 상황에서 흡기 밸브가 각각 2.0mm와 4.5mm로 열린다. 이런 미세한 제어는 연료 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뿐 아니라 배출 가스를 줄이면서도 동시에 엔진 응답성을 개선한다.

911 최초의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PDK)도 특징이다. 안락한 주행 감각과 주행 성능 모두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다. 기어가 한단 추가되면서 1단 기어비는 더욱 짧아지고, 8단(파이널)은 기존보다 더 길어졌다(최고 속도는 여전히 6단 기어에서 도달). 단지 기어비만 조정한 것은 아니다. 전자제어식 오일펌프를 사용해 기어와 클러치 작동에 필요한 적절한 오일 압력을 구현하며 변속기 출력 손실을 줄인다.



새롭게 추가된 ‘젖은 노면 드라이빙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운전자가 젖은 노면을 인지하고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 주변 습기를 감지하는 능동적 시스템이다. 가령 주행 중 갑자기 젖은 노면을 만나면 전방 휠 하우징에 달린 음향 센서가 차체 주변으로 흩뿌려지는 물보라를 감지한다. 그리곤 자세제어장치(PSM)와 트랙션 컨트롤(PTM), 가변 리어 스포일러 세팅을 변경한다. 좌우 바퀴 구동력을 제어하는 토크 백터링(옵션) 작동 범위에도 변화를 준다. 상황에 따라선 자세 제어장치 해제나 스포트 주행 모드 선택도 비활성화된다.



뒷바퀴가 방향을 바꾸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술도 개선됐다. 911은 주행 속도나 상황이 따라 뒷바퀴는 최대 2도까지 각도가 조정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저속에선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회전 반경을 줄일 수 있고, 반대로 고속 주행에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여기에 신형에 달린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모터스포츠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이 2.5배 더 길며, 무게는 절반 이하인 12.7kg 수준으로 경량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911은 이처럼 기술적인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매 세대에 걸쳐서 거의 모든 부분의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과시하려는 용도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성능을 실현하고자 첨단 기술을 사용한다. 게다가 기술만큼이나 여전히 감성적인 부분에도 충실하다. 스포츠카는 감성적인 물건이다. 실용성을 위해 선택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911의 진화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발전과 방향이 다르다. 변칙적이지만, 누구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목적성을 갖는다. 신형 911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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