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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벽’ 골프 신화에 생채기를 낸 단 하나의 자동차
기사입력 :[ 2019-01-30 09:55 ]


독일의 골프 사랑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유럽에서 자동차 단일 시장으로 가장 큰 곳은 독일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팔린 신차는 총 3,435,778대. 전년과 비교해 0.2%가 줄어든 수치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새로운 배출가스 측정법(WLTP) 도입에 따른 인증 문제에 여러 제조사, 여러 모델이 어려움을 겪는 통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배기가스 문제는 인증 외에도 디젤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쳐 독일에서 가솔린 모델 비중은 2017년 57.7%에서 지난해에는 62.4%로 더 높아졌다. 반면 디젤은 38.8%에서 32.3%로 떨어졌다. 그나마 디젤이 이정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SUV의 선전이 컸기 때문으로, 100여 종에 가까운 다양한 SUV가 93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27%가 넘는 점유율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5년에는 판매되는 신차 절반이 SUV가 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뜨거운 유행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많이 팔린 자동차들을 보면, 상위 20개 모델 안에 SUV는 포드 쿠가와 티구안 등, 두 개만이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순위 맨 꼭대기에는 SUV 열풍이 아무리 뜨거워도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이름 하나가 깊게 박혀 있다.

<2018년 독일 자동차 판매 순위 TOP 10>

1위 : 폭스바겐 골프 (211,512대)
2위 : 폭스바겐 티구안 (74,749대)
3위 : 폭스바겐 폴로 (70,488대)
4위 : 폭스바겐 파사트 (70,007대)
5위 : 메르세데스 C 클래스 (62,784대)
6위 : 스코다 옥타비아 (58,444대)
7위 : 아우디 A4 (53,340대)
8위 : 메르세데스 E 클래스 (51,175대)
9위 : 미니 (50,494대)
10위 : 포드 포커스 (49,279대)

10위 안에 폭스바겐, 스코다, 아우디 등 폭스바겐 그룹 모델이 6개나 포진해 있다. 독일에서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리고 벤츠의 선전도 인상적이다. 특히 E세그먼트 모델로는 유일하게 E 클래스가 포함됐다. 법인보다 개인 구매자의 E 클래스 선택 비중이 높은 것을 두고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비정상적’인 비율이라고까지 했다.

티구안이 2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유럽 전체로 봐도 2018년 티구안은 닛산 캐시카이를 따돌리고 가장 많이 팔린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 역시 상승 폭이 상당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체코 브랜드 스코다의 옥타비아는 신모델 등장을 앞둔 상태에서도 선전을 했다. 비교적 판매량 순위 변동이 컸던 2018년이었지만 골프만큼은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독일에서만 지난해 21만 대가 넘게 팔린 이 해치백은 EU 전체로 보면 약 45만 대 전후의 판매량이 예상된다. 유럽에서 팔린 골프의 절반이 독일에서 팔린 것이다. 1974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골프는 판매 기록을 세워나갔다. 한때 독일에서 1년에 40만 대 이상 팔려 나갈 정도였다. 그런데 난공불락 모델이 딱 한 차례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1980년 W123이 그 주인공이다.



◆ 메르세데스 W123, 골프를 밀어내다

W123은 E 클래스 5세대 모델이다. E 클래스라는 지금의 명칭은 1993년 6세대 W124를 부분 변경하며 나오게 된 것으로, 그전에는 W136, W114 등으로 불렸다. W123은 이 E 클래스 역사에서 손꼽게 성공을 거둔 모델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270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76년 프랑스에서 처음 공개된 이 고급 세단은 4세대 W114가 8년간 180만 대가 팔리며 거둔 성공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갖고 등장했다. 하지만 등장과 함께 주문이 줄을 이었고, 한때 계약 후 차를 인도받기까지 1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된다.

특히 1980년 왜건인 T 모델이 등장하면서 판매량은 더 늘어 그 해에 W123은 독일에서 202,252대가 판매됐다. 꿈쩍 않던 골프가 W123 열풍에 200,892대만(?) 팔리며 1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독일 골프 판매 역사에서 유일하게 2위를 기록했던 순간이다.

W123은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고, ABS 장치가 1980년 여름부터 옵션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디젤 엔진에 터보를 장착한 최초의 승용차로 기록되어 있으며, 1982년에는 운전대에 에어백을 적용해 안전한 자동차의 상징이 됐다.



◆ 독일의 골프 사랑 언제까지 계속될까?

골프는 올해 8세대 신형이 공개될 예정이다. 세대교체를 앞두었지만 판매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늘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독일에서 골프의 인기, 골프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한다. 티구안이 SUV 열풍과 함께 뒤쫓고 있으나 W123이 그랬던 것처럼 골프의 벽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골프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이상, 이 기특한 해치백은 독일의 1위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SUV 열풍이 뜨겁고,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골프급 전기 자동차를 폭스바겐이 곧 내놓을 예정이지만 골프는 내연기관이 힘을 잃는 그 순간까지 적어도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국민차로 계속 남을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다. 한 자동차가 시작과 함께 이토록 뜨겁게 자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 잘못 알려진 골프 이름의 유래

골프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골프는 흔히 북대서양 난류 걸프 스트림(Gulf Stream)과 그 이름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자신들의 모델에 제타(제트 기류), 시로코(지중해성 열풍), 파사트(독일어로 무역풍을 뜻함) 등, 바람과 관련한 이름을 쓰고 있다.

비틀 후속으로 준비 중이던 이 작은 해치백의 이름으로 처음에는 미국에 부는 강풍 ‘블리자드’가 새 모델명으로 유력했다. 하지만 경영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후 멕시코만에 접한 카리브해에서 따온 ‘카리브’가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던지 경영진에 의해 거부된다.

한창 이름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당시 폭스바겐 구매 및 물류를 책임지고 있던 호르스트 뮌츠너(Horst Münzner)는 동료 한스 요아힘 짐머만의 집을 방문한다. 그때 한스 짐머만은 말 한 마리 가지고 있었고, 호르스트 뮌츠너가 그 말의 이름을 묻자 짐머만은 ‘골프’라고 대답한다.

5년 전 독일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짐머만은 뮌츠너가 당시 자신의 말 이름을 계속 되뇌었으며, 회의 중 이때 들은 말의 이름을 꺼내 채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전해주었다고 밝혔다. 한 직원의 감각이 골프를 해치백의 대명사로 만든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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