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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에 나 홀로 올인, 지금 도박할 때인가
기사입력 :[ 2019-02-02 10:04 ]
수소차는 정말 친환경차의 미래일까?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만 미래 친환경차로 제 역할을 할지는 따져봐야 한다. 전기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전기차가 강세를 보이면 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시기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제품도 시대를 잘못 타면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분명히 그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이나 특성을 갖췄는데도, 사람들의 인식이나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참 지나서야 그 때 그것이 대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예술이나 기술, 디자인, 문학, 패션 등 각 분야에서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당대에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미술가나 음악가가 당대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사후에 업적을 인정받는 경우도 그중 하나다. 고흐는 생전에 비참하게 살다가 사후에 인정받은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10여 년 전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면서 시작했지만, 스마트폰 개념을 처음 도입한 제품은 이미 30년 전에 처음 나왔다.

자동차도 시대를 너무 앞서간 차들이 역사책에 나온다. 친환경차는 지금 시대에도 미래차로 불릴 정도로 앞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차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런데, 이미 한 세기 전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선보였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899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만든 로너 포르쉐 믹스테 모델이다.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하고 네바퀴굴림 방식을 채택한 혁신적인 차였다. 시험적인 모델이 아니라 실제로 도로를 달리고 랠리에도 참여한 현실성 높은 차였다.



전기차 역사는 하이브리드보다도 길다. 1834년에 나온 원유 전기 마차를 세계 최초 전기차로 본다. 실질적인 전기차는 1881년 등장했다. 포르쉐 박사가 1898년에 만든 P1도 전기차 역사에 유명한 차다. 1900년 전후로 전기차는 꽤 인기를 끌었다. 당시 미국 뉴욕에만 전기차가 2000여 대에 달했고, 미국 전역에 3만 대가 넘었다고 한다. 세계 최초 내연기관 자동차로 알려진 칼 벤츠가 만든 페이턴트 바겐이 1886년 대중 앞에 처음 선보였으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지금처럼 내연기관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혼재하는 자동차 시장의 모습이 이미 한 세기 전에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전기차는, 20세기 초반 대량 생산과 대형 유전 개발 등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리고 한 세기가 흐른 후에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로 재조명 받으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술이 발달해서 친환경차의 대중화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잇는 중간 단계 자동차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기차는 다소 제약이 있지만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충전은 여전히 번거롭지만, 큰 제약 중 하나인 주행가능 거리를 확대하면서 일상 활용성이 높아졌다.

친환경차 3종 세트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제 살길을 무리 없이 개척해나가지만, 나머지 하나인 수소차(정확히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여전히 장래가 불투명하다. 물론 수소차의 친환경차로써 가치는 매우 높다. 오염물질 배출, 주행가능 거리, 충전 시간 등에서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전기차보다 장점이 많다. 그러나 충전소 건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수소 생산, 낮은 가성비 등 단점도 만만치 않다. 단점이 장점보다 크기 때문에 다른 친환경차보다 보급이 매우 더디다. 전 세계에서 양산 수소차 생산은 현대자동차, 토요타, 혼다 등 세 업체에 불과하다. 연간 판매량도 1만 대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국내에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얼마 전에도 대통령은 수소 경제 행사에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다. 수소차가 우리나라의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수소차가 화제에 오르면서 친환경의 미래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친환경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은 수소차에 매진해야 하느냐 마느냐 문제까지 더했다. 수소차가 정말 미래 전기차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소차 분야에서 앞섰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자동차가 수소차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한때 수소차도 전 세계 여러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달려들었지만, 현재 대부분 전기차에 집중한다. 전기차에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때 수소차에 집중하면 전기차 분야마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수소차 개발로 인해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시장 주도권을 쥐는 이점도 크지만, 대중화가 쉽지 않은 분야에 나 홀로 앞서가봐야 돌아오는 이익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 키 정도로밖에 자라지 않는 나무인데, 수십 미터까지 자라는 거목으로 자랄 기대를 품고 새싹에 열심히 물을 주는 꼴인지도 모른다.

좋은 것은 당연히 장려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다만, 어느 시기에 어디에 집중할지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 다시 19세기 말 20세기 초 얘기로 돌아가 보자. 내연기관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혼재한 시절이다. 비등했던 세 차종 중 내연기관 자동차만 살아남아서 한 세기를 주도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는 존재감조차 사라졌다.



한 세기가 지난 후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다. 세 차종 모두 미래차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차들이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급속하게 강세를 보인다. 그만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소차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반복되는 역사에 비추어 보면 수소차의 역사는 21세기 말이 돼야 올지도 모른다. 친환경차는 고루 발전해야 한다. 극단적인 전망이 맞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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