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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카풀,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
기사입력 :[ 2019-02-03 13:02 ]


카풀의 가치는 분명,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카풀이라는 단어는 사람들마다 정의가 각기 다른 단어입니다. 1990년 대의 카풀 운동을 기억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카풀을 봉사와 나눔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어린 세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버와 그렙처럼 단순히 수요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공급자는 유휴 자원을 활용해 이동을 제공하는 윈윈 사례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다양할 수 있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관점이 반드시 맞거나 틀리다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관점을 가지고 있든 간에 분명한 건 카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어야 하고, 이 둘 간에 합의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보상에는 물론 나눔과 베풂에 따른 기쁨과 같은 무형적인 가치도 포함될 수 있으나 돈과 같은 물질적 가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족할 수 있는 물질적 보상의 정도는 0 원에서부터 특정 금액 사이 어딘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상 카풀이라는 것은 가능할까요?

무상의 의미가 완전 무료이든 0원에 가까운 수준이든 관계없이 무상만으로는 결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카풀을 창출해낼 수 없다고 봅니다.



◆ 카풀은 무상으로 제공하기에는 수고스러운 일

어플을 통한 카풀이든 전통적 의미의 카풀이든 해보신 분들은 모두 느끼듯이 카풀은 운전자 입장에서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카풀을 할 경우 본인의 원래 루트보다 일정 부분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태우고 내리는 과정에서 정차할 곳을 찾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승자가 늦게 나오거나 빨리 가달라고 하기라도 하면 괜히 조급해지기도 하고요.

가장 난감한 부분은 비용을 정하고 주고받는 부분입니다. 원래 돈 얘기는 아무리 편한 사이더라도 직접적으로 하기가 왠지 모르게 어려운 주제이며, 카풀 비용에 있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봤을 때 수요자는 원래 가는 길을 조금 돌아간 거니 본인 때문에 돌아간 부분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고, 공급자는 태우기 위한 수고는 물론 전체 구간을 같이 타고 감으로써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비용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의 간극 때문에 카풀 비용으로 인한 갈등 얘기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1990년 대 카풀 운동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생각해보면 일정 부분 공급자에게 보상이 있어야만 카풀에 참여하는 공급자들이 충분한 숫자로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카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너무 저렴할 경우에도 당연히 운전자는 공급자로 참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풀러스가 시행 중인 ‘풀러스 투게더’ 이벤트의 결과를 보면 쉽게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풀러스의 이벤트는 수요자에게는 플랫폼 사용료(연결비) 명목으로 2,000원만 받는 대신에, 공급자에게는 후에 풀러스 주식과 교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1만 포인트 당 주유권을 추첨해서 주는 이벤트입니다. 풀러스 포인트는 1포인트를 1원으로 본다고는 하나 당장 현금으로 교환이 불가능하고, 미래에 주식으로 교환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닐지 알 수 없으므로 공급자 입장에서 당장 체감하는 이득은 추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유권뿐입니다.



풀러스는 해당 이벤트가 수요자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 무상 카풀 여정이라 출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운행해도 된다고 홍보했으나 사실 이게 엄밀한 의미에서 무상은 아닙니다. 공급자가 얻는 대가에 불확실성이 가미되었고, 기댓값이 기존보다 낮으며 대가를 탑승자가 아닌 플랫폼에서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카풀과 차이가 있지만 대가가 분명 존재합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를 “무상” 카풀이라면서 무상이라 출퇴근 상황과 관계없이, 그리고 하루에 운행 횟수 제한 없이 운행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건 간에 해당 이벤트는 풀러스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당 방식의 매칭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풀러스 투게더’의 이벤트 후기 지급 대상이 200명 이상인데, 1월 말 현재까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되는 후기 참여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100여 명 수준인 것을 보면 최소한 풀러스의 의도보다 참여자가 적었음은 명확해 보입니다. 결국 이는 공급자들의 체감 이득이 낮았기 때문으로 공급자들이 카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유류비와 유지비 정도의 금전적 이득은 얻을 수 있어야만 함은 명확합니다.

*풀러스 측은 카풀 사용자 모임 유투브 채널에서 지금까지 총 1억 포인트가 적립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택시 평균 금액인 6천 원에 대입해보면 1.6만 건, 택시보다 장거리 이용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해 건당 1만 원으로 대입해 보면 1만 건의 운행이 약 1달 간의 기간 동안 해당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보더라도 택시가 1일 약 540만 건의 운행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몹시 적은 수치입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상으로 카풀을 이용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카풀로 인해 가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합당한 수준의 비용 지불이 없으면, 이로 인해 대등한 관계가 아닌 갑-을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공급자가 차를 “태워줬으니” 왠지 모르게 운행 중에 잠을 자면 안 되고 운전자와 대화를 통해 즐겁게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편안 할리가 없습니다.

물론 카풀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교감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러한 배려가 상호 호의에 기반한 것이 아닌 강요된다면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수요자 입장에서도 마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여정의 무상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수요자인 것이 적합한지 역시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수요자의 기본 옵션은 유상으로 하되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무상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눔과 봉사의 의미로써의 카풀의 취지에 더 걸맞은 데다가 이 방법이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결국 카풀 역시 다른 공유 경제 모델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물질적 보상이 오고 가야 원활히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요자와 공급자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결과적으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풀이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주고받는 보상의 “적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됩니다.



◆ 판단 기준은 사회적 후생의 최대화

카풀은 유휴 자원의 공유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효율성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후생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동시에 택시와 같은 기존의 전문 공급자들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의 카풀 가격이 사회적 후생을 가장 크게 증가시키는 지를 분석해 이에 따라 가이드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카풀은 출퇴근 시 가능하고, 차량을 이용한 출퇴근은 10km~15km의 장거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원래도 택시를 안 탈 사람들이 카풀을 이용하고, 카풀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액은 (구체적인 실증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생각보다 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가격 가이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래 택시를 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카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취지의 공급자들의 진입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카풀의 가치는 분명,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삼가야

카풀은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카풀을 실제 이용하는 사람의 후기 중에 버스 노선이 미치지 않는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카풀을 통해 이동을 제공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는 후기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이런 경우처럼 카풀은 누군가에는 매우 유용하고 절박한 이동 수단일 수 있습니다. 이런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카풀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고, 서로의 신원을 안심하고 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카풀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감안하면 카풀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지인 간에 혹은 무상 카풀만 인정하자고 하는 것은 아쉬운 주장입니다.

또한 물질적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카풀은 본질적으로 귀찮고 시간을 쓰는 행위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간에 매칭이 되는 확률이 높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수요와 공급의 참여가 충분히 많아야지만 매칭률이 유의미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카풀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당장 택시 산업이 종말할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공포입니다.

오히려 택시 업계 입장에서는 당장 카풀보다는 그다음으로 우버와 같은 플랫폼이 들어오고 이들과 무제한으로 경쟁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것입니다.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는 자가용을 제외한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택시 서비스 제공 방안에 대해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택시 기사들의 이러한 무제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잘 어루만져 카풀과 같은 공유 경제 모델에 대해서도 발전된 도입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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