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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나오자마자 사면 자동차회사만 신난다던데
기사입력 :[ 2019-02-05 07:03 ]
신차 빨리 사는 자와 기다리는 자, 누가 더 현명할까?

“신차는 나오자마자 사지 말라고 한다. 신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경험하는 게 나은지, 초기 결함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살지만 여전히 논리와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과학이나 기술로 파고들면 결론은 나오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깔끔하게 결론이 나면 좋으련만 이해당사자들이 결론을 원하지 않아서 아예 미스터리로 남는 일도 많다.

3만 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드는 자동차는 첨단 기계 기술의 결정체다. 상식이나 논리를 벗어나는 일은 끼어들 수 없는 제품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새 차 사면 무사고를 기원하고자 고사를 지내거나, 고사에 쓴 명태를 차에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 밖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무사고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거나 물건을 차에 놓고 다닌다. 이런 경우는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일이니 딱히 행위의 현실성이나 효과를 따질 필요는 없다.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동차 생활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속설이라 부르는 것들은 다르다. 기계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한지 판단하기가 모호하다. 아예 신경 끄고 따르지 않으면 되는데, 막상 무관하게 행동하려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당당하게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다가도, 실제 운행하면서 그 일을 겪으면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신차 길들이기다. 차를 새로 사면 애지중지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소리에 귀가 솔깃해진다. 몇천 킬로미터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시속 80km를 넘기지 말고 엔진회전수는 2000rpm을 넘기면 안 된다, 처음부터 고속도로에 절대 올라가면 안 된다, 초기에는 엔진에서 쇳가루가 나오기 때문에 1000km를 달린 후에는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한다 등. 대체로 살살 타고 빨리 갈아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초기에 최고속도로 달려줘야 한다는 등 가혹하게 다뤄야 성능이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다.

자동차 매뉴얼에는 딱히 길들이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적어 놓지는 않는다. 초기에 과속이나 급제동, 급가속 등 차에 무리가 가지 않게 타라는 식으로 나온다. 정해진 길들이기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너무 아껴서 살살 타지 말고 일상적인 주행 방법으로 몰고 다니면 된다는 뜻이다. 제조사에서 방법을 제시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신차 길들이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차를 아끼는 또는 불안한 마음에 매뉴얼에 적힌 내용은 무시하기 일쑤다. 여전히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뒤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신차 길들이기를 행한다.

‘뽑기 운’은 비과학적인 듯하면서도 설득력이 높다. 기계는 불량품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누군가는 이상 있는 제품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같은 차종에 나타나는 동일한 결함이면 그나마 덜 억울하겠지만, 자기 차만 이상이 발생하면 열불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차를 사든 이상 없는 좋은 제품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양품’이 걸리기만을 간절히 바라야 한다.



뽑기 운은 비교적 소수에 해당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신차를 사면 대부분 구매자가 결함 있는 차를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차는 출시 후 6개월 또는 1년이 지나기 전에는 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돈다. 초기에 나오는 신차는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속설 수준을 넘어 정설로 굳어졌다. 차는 3만여 개 부품으로 만든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 차가 나오기 전에 각종 테스트를 거치치만 문제를 다 잡아내지 못한다. 신차 동호회 게시판에는 각종 문제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자동차회사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해마다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문제점을 해결해간다. 초기 결함이 큰 경우에는 급하게 개선 모델을 내놓기도 한다.

정설로 굳어진 사실인데도 신차는 잘 팔린다. 결함에 대한 불안보다는 신차를 사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약판매가 통상적인 판매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 차종은 수천 대씩 예약자가 몰린다. 실물을 경험하지도 않은 채 사진만 보고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심지어 사진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기대 심리를 이용해 예약판매를 하기도 한다. 초기 결함에 대한 불안은 찾아볼 수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설마 내 차가 그러겠어’라는 마음이 앞선다. 결국 결함으로 고생하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신차를 바로 살지 기다렸다 살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자동차시장에서 신제품을 빨리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은 베타테스터 취급당한다. 자동차회사가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결함을 대신 찾아내는 역할을 해준다고 해서 베타테스터라고 부른다. 신제품 경험에 초점을 두는 얼리어답터라면 모를까, 수천만 원짜리를 오래도록 타야 하는 일반 구매자는 억울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상 때문에 분통 터지는데 주변으로부터는 ‘그러기에 좀 기다렸지 사지’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먼저 산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제품을 시기에 맞춰 구매하지 못할 사정은 얼마든지 생긴다.



신차는 기다렸다 사라는 말은 신차는 초기 결함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상적인 상황은 결함이 없든가 아주 적든가다. 먼저 산 사람과 나중에 산 사람 중 누가 현명한가를 따지기 전에 자동차회사가 결함이 없는 차를 만드는 게 먼저다. 결함 가능성 때문에 신차 사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자동차회사는 결함을 줄이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신차가 나오자마자 산 사람은 베타테스터로 자동차회사가 사후에 결함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자동차회사가 초기 품질 관리에 긴장을 늦추는 데 일조한다. (먼저 사람이 적다는 전제하에) 기다렸다 사는 사람들은 초기 결함을 줄이도록 압박을 넣는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뼛속까지 충성 고객이 아닌 이상, 손해 보면서 베타테스터를 자처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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