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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승 허용하면 택시 쉽게 잡을 수 있을까요?
기사입력 :[ 2019-02-08 10:42 ]


택시 합승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족한 이유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카풀 시범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지난 1월 마침내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1월 25일 2차 회의를 마친 뒤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활용한 공유 경제라는 방향에 대해 택시 카풀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쉽게 얘기해서 앱을 활용한 택시 합승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택시 합승은 현재 모빌리티 시장 그리고 택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금 현재 우리 모빌리티 시장에 존재하는 문제는 현재 택시는 전반적으로 과공급이지만 특정 시간대에 폭증하는 이동 수요를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택시 산업은 낮은 서비스 퀄리티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많은 영역입니다. 이는 인적 자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노동 구조와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로 인해 택시 기사의 처우가 나쁘기 때문으로 택시 기사의 연령대는 계속해서 높아만 지고, 기사들이 여유가 없으므로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도 계속해서 낮아져서 승객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누적되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입니다.



택시 합승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실제 택시 합승을 도입했을 시에 어떤 모습일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택시 합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중요한 전제는 인근에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 사람이 존재해야 하며 그들이 출발하고자 하는 시간도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홍대입구역 인근에 오후 11시 즈음에 택시를 타고 일산을 가고자 하는 수요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택시 1대가 수요자1을 태우고 바로 인근의 수요자2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태운 후 수요자1 혹은 2의 목적지 중 더 가까운 곳 목적지에 내려준 후 다음 수요자의 목적지에 내려주는 형태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합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의 3가지 요소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택시를 타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①일정 범위의 거리 안에 있어야 하며, ②그들이 이동하고자 하는 시간대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야 하며 (어느 한쪽이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는 시간 내) ③ 각각의 최종 목적지까지 공유하는 경로가 최대한 많아야 합니다. 위의 예에 비교하면 일산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같은 시간대에 존재해도 승차 위치가 멀거나 출발 시간대가 차이가 크게 나면 합승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작아질 것입니다. 결국, 이 3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추어져야 합승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들이 만족하는 상황이 형성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결국 합승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구간은 현실적으로 강남/홍대/명동 등 수요가 밀집된 일부 지역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다양한 곳에서 한 곳으로 집중되며,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향을 보이는 출근 시간대보다는 한 곳에서 다양한 곳으로 퍼지는 이동 패턴을 보이는 퇴근 시간대가 합승이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정리하면 택시 합승이 도입되더라도 실제로 합승이 이루어지는 것은 특정 시간대(퇴근)의 특정 지역에서 일 것이며, 그조차도 합승이 이루어질 확률은 높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요금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택시 합승을 시행한다 해도 요금제는 지금 군부대 인근 등 일부 지역에서 불법으로 이루어지는 합승 사례처럼 승객1과 2 모두에게 요금을 각각 따로 받는 형태라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제는 공유하는 구간에 대한 비용을 나누는 형태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요자 1과 2가 공통으로 셰어하는 구간은 공동으로 부담하되, 수요자 1을 먼저 태운 뒤 수요자 2를 태우기까지 이동한 구간, 수요자 1을 내려주기 위해 수요자 2의 목적지로 바로 갔을 때보다 돌아간 구간에 대해서는 수요자 1이 부담하는 형태라면 승객1과 2 모두 합승으로 인해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합승으로 인한 비용 절감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으며, 택시 입장에서도 수익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택시 합승만으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간대의 수요를 충분히 커버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택시 기사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증대되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입니다. 결국 택시 합승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는 모빌리티 시장과 택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조적인 수단은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택시 합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택시와 승객 그리고 승객과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택시 합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위의 상황의 여러 수요를 묶어서 최적화된 합승을 제안하는 AI 로직이 필요합니다. 또한, 승객들의 신원을 검증해 낯선 사람과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신뢰성을 보유한 것은 카카오택시와 티맵 택시와 같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런 플랫폼들은 택시 합승이 도입되면 승객과 승객을 연결하는 대가로 플랫폼 사용료를 징수할 명목이 생깁니다. 이를 고려하면 택시 합승이 우선 논의되는 것이 카풀을 시범 서비스했던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도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택시 합승이 도입되어도 모빌리티 시장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카풀 혹은 공유경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됐을 때 택시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불리한 구도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렇게 됐을 경우 택시 합승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 데다 이미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카풀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으므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하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한 것을 “카풀에 대한 승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이득보다는 시대적 흐름 관점에서 택시가 모빌리티 업계를 주도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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