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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8단 변속기 달린 스포츠카, 되레 매력 뚝 떨어진 이유
기사입력 :[ 2019-02-24 10:42 ]


스포츠카 변속기 단수가 늘어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스포츠카에서는 효율성과 감성이 다른 방향으로 문제로 작용한다. 사실상 둘은 반비례 관계다. 한쪽을 강조할수록 다른 한쪽이 약해진다. 이런 주장은 데이터로는 증명할 수 없다. 오직 운전자가 몸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영역이다.

얼마 전 스페인에 위치한 리카도토모 서킷에서 2019년형 포르쉐 올 뉴 911 카레라 S(코드네임 992)를 테스트했다. 스포츠카의 아이콘 같은 존재를 서킷에서 운전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신형 911에 얹힌 완전 새로운 8단 듀얼클러치는 내 기대와 달랐다. 모든 면에서 너무나 완벽했다.

변속은 날카로웠다.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때 요구 사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실현했다. 촘촘한 기어비가 2단부터 5단까지 순식간에 연결되며 엔진 출력을 끌어 썼다. 변속 과정은 부드러웠다. 가장 날렵하게 반응하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도 변속 충격은 크지 않았다. 심지어 다루기도 편했다. 운전자가 기어를 직접 바꾸지 않는 자동 모드(드라이브)에서도 반응성은 탁월했다.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완성도와 효율성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킷을 빠르게 달리면서 다른 생각에 빠졌다. 일종의 목마름을 느꼈다. ‘이전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었다면 어땠을까?’ 풀이하자면, 조금 더 거칠고 투박한 이전 방식의 변속기가 이 차의 운전 재미(감성)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계적 효율성과 감성(혹은 재미)이 공존할 수 없음을 새삼 느낀 것이다.



아쉽지만 스포츠카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수동변속기 분야에서 손을 떼고 있다(수요층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자동변속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다단화를 꾀한다. 7단 자동변속기 상용화가 뉴스거리였던 것이 엊그저께 같은데 이젠 8단과 9단 자동변속기를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한 쉐보레 카마로 SS 부분 변경 모델처럼 10단 자동변속기로 빠르게 전환한 경우도 있다.



기어가 많고 촘촘하게 구성될수록 얻는 장점이 있다. 연료 효율성이 높아지고(평균 5~10% 향상), 정숙성과 가속 성능도 개선된다. 변속기 다단화는 부피와 무게, 원가가 증가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동반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장과의 타협점을 찾으면서 해결된다. ZF, 아이신, 게트락 등 변속기 전문 업체들이 이전보다 더 가볍고 소형화된 다단화 변속기를 개발한다. 그리고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추세에 따라 터보차저 엔진이 많아진 것도 다단화 변속기가 주목받는 이유다. 저속 토크가 향상된 엔진 특성으로 다단화 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발전도 배경에 있다. 복잡한 구조의 듀얼클러치를 한층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기계적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스포츠카의 변속기 다단화 현상에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기계적 효율성이 좋아질수록 감성이 파괴된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스포츠카는 변속 타이밍 100분의 1초 단축한 것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렇게 발전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평가된다. 자연스레 어제보다 더 빨라지기 위해서 모두가 발버둥 친다. 하지만 서킷 랩타임이 빨라지는 것과 운전자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분명 다른 문제다. 짜릿한 주행 성능을 위해 수준 높은 기계적 완성도와 효율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맹목적일 때 균형은 파괴된다.



예컨대 7~8단 이상의 최첨단 스포츠 자동변속기에선 엔진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모두 느끼기 어렵다. 고회전에서 엔진이 터질 것 같이 포효하는 순간 다음 기어로 순식간에 변속이 이뤄진다. 엔진과 배기음, 심지어 고회전에서 차체가 요동치는 감각마저도 대부분 생략된다. 당연히 코너의 입구에서도 긴장감이 덜하다. 제동과 함께 저단으로 기어를 내릴 때 아슬아슬하게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하지 못한다. 몸으로 느끼고 제어하기 전에 변속기가 이미 두 단, 혹은 세 단을 빠르게 내려버린다.

서킷 랩타임은 이전보다 분명히 빨라진다. 반면 그만큼 조작의 재미는 줄어든다. 첨단 8단 변속기가 구형 6단 자동, 혹은 6단 수동보다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어비가 더 느슨하고, 최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이전 스포츠카의 변속기 구성이 훨씬 흥미롭다는 생각이다. 스포츠카는 실용성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순수한 운전 감각을 발휘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순수함의 범위와 기준은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운전자가 분명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시속 60km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흥분되고 재미있어야 한다. 이런 결론에서, 스포츠카의 지속적인 다단화가 무조건 달갑지만은 않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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