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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지켜본 영국 기자들 ‘만행’, 기아차 씨드는 억울하다
기사입력 :[ 2019-03-05 09:00 ]


기아차 씨드는 얼마나 아깝게 ‘유럽 올해의 차’를 못 받았나

[전승용의 팩트체크] 마지막. 영국 기자들의 몰표가 아니었다면 유럽 올해의 차는 기아차 씨드의 차지였습니다. 씨드가 얼마나 아깝게 유럽 올해의 차를 못 받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낯선 타지에 가면 평소에는 없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폴폴 생겨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현대기아차를 별로 안 좋아하던 사람도 막상 해외 도로를 달리는 현대기아차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죠.

저는 지금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년 3월 초에 열리는 ‘제네바모터쇼’ 취재 목적으로 온 것인데요, 이곳에서는 프레스데이 전날 ‘유럽 올해의 차’를 선정해 수상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2019 유럽 올해의 차는 유럽 23개국에서 활약하는 60여명의 기자가 전년도에 출시된 신차를 대상으로 상품성을 테스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후보를 뽑아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선정됩니다.



38개 신차가 경쟁한 올해는 기아차 씨드가 포드 포커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푸조 508,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재규어 I-페이스, 알피느 A110 등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씨드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인데요, 덕분에 기아차는 지난해 스팅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시상식이 열린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다양한 브랜드의 쟁쟁한 모델들이 경쟁하는 올해의 차에 우리나라 브랜드의 모델이 뽑히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떨어지더라도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성능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위안으로 삼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알피느 A110와 재규어 I-페이스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두 모델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는데, 이를 반영한듯 각 국가별로 1위를 주고받으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참고로 한 기자가 한 모델에 줄 수 있는 최고 점수는 10점입니다.

그런데 투표가 중반으로 갈수록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습니다. 잠잠하던 기아차 씨드와 포드 포커스가 치고 올라온 것입니다.



23개국 중 5개 국가만을 남긴 상황. 스페인 기자단의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행사장에는 탄성이 쏟아졌습니다. 씨드가 6명의 기자들에게 총 41점을 받으며 1위에 등극한 것입니다.

반면 1, 2위를 다투던 A110과 I-페이스는 5점에 머물렀습니다. 이 두 모델이 스페인 기자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모델 모두 6명의 기자 중 2명에게 0점을 받았습니다. 단숨에 36점이 좁혀진 것입니다.

여기에 포드 포커스가 32점을 받으며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A110과 I-페이스가 다투던 올해의 차는 이제 씨드와 포커스의 싸움이 됐습니다. 4개 국가를 남긴 상황에서 씨드가 203점으로 1위, 포커스는 201점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스웨덴과 스위스, 터키 등 3개 나라의 투표 결과가 발표됐을 때도 씨드는 234점으로 1위를 유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점 차이였던 포커스와의 격차도 15점 차이로 벌려놨습니다. 3위인 A110은 204점으로 30점 차이, 4위인 I-페이스는 200점(C5 에어크로스와 동점)으로 34점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기아차가 사상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국가는 오직 영국.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씨드의 올해의 차 선정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아차, 아니 씨드의 유럽 올해의 차 등극은 너무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영국 투표 결과 I-페이스가 6명의 기자들(60점 만점)에게 무려 50점을 받으며 46점을 받은 A110과 함께 250점으로 공동 1위에 오른 것입니다. 씨드는 겨우 13점을 얻는데 그치며 247점으로 안타깝게 3위에 머물렀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유럽 올해의 차는 최종 대결에서 알피느 A110에 승리한 재규어 I-페이스에게 돌아갔습니다. 동점일 경우에는 최종 후보 7개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횟수를 비교해 우승자를 선정합니다.

어이없는 결과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실망감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아차가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경쟁하고 있는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특히, 영국 기자들에게는 화가 나더군요. 이 사람들은 양심도 없나..란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를 한다고 해도 자기 나라 브랜드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영국 기자들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더군요.



독일 기자들의 경우 다른 나라 기자들에 비해 A클래스에 후한 점수를 줬지만, 나머지 모델에도 형평성을 유지하며 나름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A110과 I-페이스에 A클래스(23점)보다 높은 29, 25점을 준 것을 비롯해 C5 에어크로스 23점, 포커스 21점, 씨드 19점 등 꽤 높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프랑스 기자들 역시 자국 브랜드의 모델인 C5 에어크로스(31점), A110(28점), 508(27점)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씨드 24점을 비롯해 포커스 19점과 I-페이스 16점 등 다른 나라 브랜드 모델에도 고른 점수를 줬습니다.

그러나 영국 기자들은 I-페이스에 50점을 준 후 포커스 16점, 씨드 13점, 508 11점, C5 에어크로스 10점, A클래스 4점 등 매우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물론, 올해의 차 투표를 한 영국 기자들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38개 신차 중에서 고르고 골라 최종 후보에 오른 이들이 이렇게 박한 점수를 받을 정도로 별로인 차였는지는 의문이네요.



사실 원래 오늘 쓰려던 칼럼 주제는 이게 아니었는데, '올해의 차' 시상식을 다녀와 분하고 속상한 마음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써봤습니다. 이 글을 통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럽 올해의 차에서 이렇게 선전할 정도로 씨드를 포함한 기아차가 꽤 많이 발전했다는 것. 그리고 텃새 심한 이 어려운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시면 좋겠다는 겁니다.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것 투성이고 미운 짓만 골라서 하지만, 그래도 건전한 비판과 함께 힘내라는 응원도 함께 해주면 어떨까 싶네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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