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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 때려 부은 쏘나타의 ‘뻔뻔한’ 도발
기사입력 :[ 2019-03-23 09:52 ]


쏘나타의 해방,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 될 듯하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짐을 훌훌 던져버리고’. 지난 21일 8세대 쏘나타 공개 현장에서 이상엽 전무가 했던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었습니다. 현대차가 이런 표현을 쏘나타 공식 발표회장에서 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쏘나타처럼 어깨가 무거웠던 국산차는 없었습니다. 잘 될 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델이니까 계속 잘 되어야 했습니다. SM6 등이 덤비고 결국은 그랜저에 치이고 싼타페에 추월당하는 등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요즘 몇 해 동안은 현대차의 하락세와 맞물리며 쏘나타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일단 많이 바꿔!’라는 것이 내부적 목표였다는 쏘나타 뉴 라이즈가 등장했겠습니까. 그만큼 쏘나타는 어깨가 무거웠고 그만큼 – 주어가 현대차인지 쏘나타 자신인지는 모르겠지만 – 초조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와중에 쏘나타 DN8이 선보이면서 자동차의 컨셉트를 좌우하는 디자인의 수장 입에서 나온 말이 ‘쏘나타에게 부여되었던 많은 짐들을 훌훌 던져버리고’, ‘쏘나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은 해방시키는 것’, 그리고 ‘쏘나타는 더 이상 국민차, 아빠차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이었던 겁니다.



파격적이었습니다. 이전 칼럼들에서 말씀드렸듯이 쏘나타 DN8이 그동안의 현대차가 걸어왔던 행보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싼타페 TM 이후 크로스오버 SUV가 지금까지 세단이 책임졌던 주류 모델의 자리를 가져가겠다는 것을 현대차가 받아들이고 모델 라인업의 성격을 변화시킨 이상 쏘나타 DN8은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무난한 패밀리 세단의 성격을 고집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대 놓고 ‘이제 쏘나타는 책임을 벗어 던지고 해방될 거야’라고 말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쏘나타 DN8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친구가 아닙니다. 그냥 개성을 추구하는 모델로 훌훌 떠나버릴 친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쏘나타 DN8은 유형 무형의 여러 가지 중요한 전기가 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대 브랜드 세단의 역할을 바꾸는 첫 모델입니다. 좀 더 자유로운, 즉 개성과 무형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델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프리미엄의 방향으로 접어든다는 것이지요.



둘째, 새로운 플랫폼인 3세대 플랫폼이 첫 선을 보이는 모델입니다. 무거워도 튼튼하기만 하면 되었던 ‘본질로부터’ 전 세대의 수업을 마치고 이제는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차체를 만들겠다는 다음 단계로의 수업입니다. 즉, 엔진보다 배우기 힘들다는 바디와 새시 기술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선언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현대차 브랜드 DNA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가 완성품으로 선보인 첫 모델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역시 쏘나타더군요. 몽땅 때려 부은 겁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초조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절실함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팰리세이드는 상승하는 시장에 새로운 기함으로 멋진 디자인과 함께 출시되다보니 가격만 적당하면 잘 팔리겠다는 느슨함이 품질의 아쉬움으로 드러났었습니다. 하지만 쏘나타 DN8은 이보다는 훨씬 치밀했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고 실내의 소재도 어쩔 수 없이 타협하긴 했지만 – 그래서 그랜저와의 질적 하극상은 면했지만 – 매끈한 선의 정리와 마무리 품질로 절 때 나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요컨대 쏘나타 DN8은 치밀합니다. 말로는 자유와 해방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새로운 시장과 프리미엄의 코드로 넌지시 대중을 유혹합니다. 동시에 상품 구성과 디자인 대비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갈등 요소를 제시합니다. 쏘나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젊은 층이나 나름 자기 표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도발합니다.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슬로건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스마트 폰의 앱으로 열쇠를 주고받는 시연도 인상적이었고 열쇠로 차 밖에서 전후진 주차를 돕는 기능도 저처럼 몸이 푸짐한 사람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카카오 i 인공지능 음성 인식도 좋았습니다. 쏘나타를 미래 쪽으로 훅 보낸 겁니다. 이미지의 세탁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절대 차분하지 못한 6단 자동 변속기는 필히 변속 프로그램을 다듬어야 하겠습니다. 12.3인치 풀 LCD 계기 클러스터는 용도를 더 다양하게 개발해야 의미가 있겠습니다. K9에서 빌려 온 후측방 모니터 기능과 주행 모드에 따른 색상 변화 이외에는 그다지 활용성이 없어 보입니다. 듀얼 풀오토 에어컨의 버튼들은 디자인에 너무 성의가 없고 크기도 작아서 불편합니다.



하지만 쏘나타는 뻔뻔합니다. 아닌 척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도발합니다. 탄탄한 기본기를 새롭게 쓰고 섹시한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다음 사양이 괜찮지만 낮지는 않은 나쁘지 않은 가격 – 인상폭 – 으로 소비자를 갈등에 빠뜨립니다.

완성도만 높인다면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칠 것 같습니다. 향후 라인업의 확대가 성패의 갈림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입차들도 쏘나타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현대차는 이상엽이라는 걸출한 프레젠터를 얻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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