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자동차 최고속도 제한하고 그만큼 가격도 낮추면 어떨까
기사입력 :[ 2019-03-26 11:56 ]
최고속도 제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능 잠재력이 큰데도 최고속도에 제한을 두거나 심지어는 낮추기까지 한다. 성능 낭비와 기회 박탈이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못해서 안 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능력이 되는 데도 억제하면 부작용도 생기고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전부 능력이 모자라서 모두가 못하면 모를까, 잘하는 사람까지 못 하는 사람에 맞춰 버리면 불공평하다. 아예 누구나 가리지 않고 특정 기준에 맞춰 낮춰 버린다면 더욱 억울하다.

자동차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100마력이 안 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차는 1000마력을 훌쩍 넘긴다. 보통 작은 차들은 최고속도가 시속 150km 언저리를 맴돈다. 반면 시속 400km를 넘기는 차도 있다. 이렇게 성능 차이를 보이지만 도로에서는 모두 공평하게 법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정해진 속도를 넘기면 안 된다. 성능 좋은 차가 성능이 떨어지는 차에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든 차가 정해진 속도를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통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60~80km,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110km로 속도제한을 둔다. 최고속도만 놓고 본다면, 가장 작고 약한 경차도 주어진 성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셈이다.



독일 아우토반 등 일부 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가 도로에 속도제한을 둔다. 차의 성능을 즐기라고 놔두기보다는 안전을 우선한다. 자동차도 법규를 따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은 성능에 제약을 걸지는 않는다. 성능은 마음껏 펼치되 법규는 지키라는 식이다. 성능까지 제약을 건다면 자동차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자동차 발전의 원동력은 성능 경쟁에서 비롯된다. 누가 더 강하고 빠르게 달리느냐를 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할 때 발전이 이뤄진다. 만약 모두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도록 성능을 제한한다면 굳이 성능을 좋게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약을 두기도 한다. 성능 한계를 정해서 일정 속도 이상 또는 일정 마력 이상 내지 못하게 한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빅3은 최고시속을 250km로 제한한다. 독일 정부가 강제하는 법은 아니다. 업체들이 안전을 위해 또는 과도한 성능 경쟁을 막고자 비공식적으로 지키는 암묵적인 규정이다. 이들 3사도 고성능 스포츠카 등 특정 모델에는 예외를 두고, 속도 제한 기준을 높이는 패키지도 옵션으로 마련한다.



미국과 일본도 제한을 둔다. 미국에서 팔리는 차는 대체로 시속 210km에서 제한이 걸린다. 같은 차종이라도 유럽과 미국에서 파는 차가 제한 속도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수입차 중에는 국내에서 차종은 같은데 유럽형과 미국형이 제한속도가 달라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한때 최고출력을 280마력으로 상한을 뒀다. 제한속도는 시속 180km로 다른 나라보다 낮은 편이다.

속도 제한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11인 이상 승합차는 시속 110km 이상 내지 못하도록 한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제한속도 부근에서 컨트롤이 쉽지 않아 위험하고, 속도제한 장치를 푸는 불법을 조장하고, 같은 차종이 타는 인원만 다른데 차별받는 등 불만의 소리도 컸다.



최근 볼보는 내년 중반 이후에 생산하는 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180km로 제안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나 업체들 간의 협정을 통한 성능 제한이 아니라, 업체 단독으로 제약을 걸기는 처음이다. 목적은 안전, 특히 교통 사망 사고 감소다. 사고의 원인 중 과속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요즘 고성능차가 아니더라도 시속 200km 중반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차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속 180km는 낮은 편이다. 자동차 성능 제한은 차의 성능을 다 쓸 수 없는 것이므로 차를 소유한 사람에게 손해다. 성능을 떨어뜨린 부분을 가격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성능 제한을 풀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제한 속도가 높으면 그에 맞춰 차의 각 부분을 보강하는데, 속도에 제한을 두면 그 속도에 맞춰 차를 개발하게 되니 비용도 덜 든다. 이 점을 가격에 반영하면 상관없지만, 가격은 그대로 받는다면 구매자에게 불리하다. 보증 면에서는 원하는 성능을 내보며 타기 힘드니 차에 무리가 덜 가서 업체에 더 유리하다.



제한속도 하락이 자동차 소유자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속도 제한만 놓고 본다면 큰 손해는 아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10km이고 빨리 달려봐야 시속 130~150km인 점을 고려하면 180km는 느리지 않다. 속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답답하겠지만, 제한속도 언저리에 머무는 대다수 운전자라면 불만이 나올 이유가 없는 속도다. 설사 속도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제한속도를 넘기는 순간 불법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빠른 속도가 큰 의미가 없다.

과속은 사고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속도 제한을 낮추면 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그 전에 여러 환경 변화가 따라야 한다. 일반도로가 아닌 곳에서 안전하게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발달해야 하고, 속도 제한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볼보가 시작한 속도 제한 낮추기가 얼마만큼 업계에 영향을 주고 퍼져나갈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업체들도 여럿이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속도 제한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중적인 전기차는 대체로 최고속도가 낮다. 자율주행차도 속도를 아주 빠르게 달리기는 힘들다. 언젠가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전반적인 주행속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제한속도 하락은 지금부터 준비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문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