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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x IT’ 젊은 감각 무장한 웨이고의 성공 조건
기사입력 :[ 2019-03-27 09:17 ]


승차 거부 없다고 돈 더 받는 게 신개념 택시인가?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최근 카카오 T와 함께하는 웨이고 블루(이하 웨이고)가 정식으로 공개됐습니다. 타고 솔루션즈가 운영하는 웨이고는 40여 개 법인 택시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택시(택시운송가맹사업) 브랜드입니다. 웨이고는 *플랫폼 택시의 첫 번째 모델로서 기존의 택시들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치로 삼고 카카오 T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국토부는 플랫폼 택시를 ‘앱미터기 등 IT기술에 기반한 택시호출·결제 서비스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우버지향형 신개념 택시(합승허용은 아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 웨이고 등장의 의미

지난 3월 7일 발표된 사회적대타협기구의 합의문을 살펴보면 정부는 국내 택시 시장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연착륙’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택시 시장을 전면 개방해서 모빌리티 시장으로 재편하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택시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기존 택시 업계에 존재했던 사납금, 노동 시간, 감차 등의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것을 택한 것입니다. 택시 업계의 적극적인 변화가 약 5년 전 우버 사태 직후 시작됐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정부도 지켜만 보던 문제였는데 그나마 이번 카풀 이슈로 인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시장이 IT와 결합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정부로서는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합의문에 등장한 것이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하는 “플랫폼 택시"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모빌리티 플랫폼이 발전해야 함은 인정하되 그 중심은 택시가 되어야 한다고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는 IT/택시 기업들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첫 작품이 바로 웨이고입니다. 웨이고의 런칭 행사에 국토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 사업에 정부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보입니다.



◆ 소비자들이 웨이고에 반발하는 이유

하지만 웨이고의 서비스 공개 직후 소비자나 언론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결국 몇 천 원의 이용료(웨이고 블루의 서비스 이용료는 탄력적입니다)를 추가로 내면 승차 거부를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웨이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가 택시에 기대하는 당연한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 추가 비용을 내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택시 소비자들은 승차 거부가 없는 것도, 탑승객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택시를 탈 때 원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건 그동안 택시 기사들만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는데도 시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를 이용해 목적지로 바로 이동하는 시장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택시에 대한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버, 풀러스, 타다와 같은 서비스는 등장과 동시에 사람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자동차를 통해 목적지로 직접 이동하는 데 있어 택시가 아닌 전혀 새로운 다른 이동 옵션으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습니다. 즉 택시와는 별개의 카테고리로 포지셔닝이 되면서 택시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서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들은 IT의 신선한 이미지와 편리한 사용성까지 갖춰서 단기간에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팬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택시 서비스에 팬이 있나요?)



반면 웨이고는 카카오 T 플랫폼 내에서 택시를 호출하면서 요청할 수 있는 부가적인 서비스 형태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로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택시와 다른 카테고리로 인식되기는 어렵습니다.

웨이고는 차별화 요소로 사납금 제도가 아닌 월급제를 기반으로 한 불친절·난폭·과속·말걸기 없는 4無서비스와 공기청정기, 스마트폰 무료충전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앞의 4無는 원래 소비자들이 기존 택시에서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뒤의 부가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 웨이고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택시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

IT와 결합해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이동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앞으로도 택시라고 정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정한 이상 웨이고가 성공하는 것은 정부, 택시업계, 카카오 T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웨이고는 부가적인 이용료를 더 받는 서비스 특성상 기존의 택시보다 조금 더 고급의 시장을 지향하는, 기존의 택시와는 별개의 서비스로 봐야합니다. 마치 모범택시가 IT와 만나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느낌입니다. 이는 택시보다 요금이 20% 가량 더 비싼 타다가 지향하는 시장과도 유사합니다. 기존 택시보다 약간 더 고급 포지션을 지향하는 웨이고 블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택시와 다른 포지셔닝을 지향하고, 동시에 확실히 차별화되는 서비스 퀄리티를 통해 기존의 택시 서비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층으로부터 호응을 끌어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인 지금 당장은 반발이 크지만, 적극적인 초기 투자를 통해 서비스 이용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소비자 반응의 흐름이 바뀔 여지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웨이고의 성공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일반 택시 시장의 개혁입니다. 웨이고 블루는 차량 약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정도 차량 숫자로는 택시 시장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주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는 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다의 경우 현재 약 600~700대를 운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타다 운행 차량 1대 당 1일 운행 횟수가 *20 건이라고 가정해도 타다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이동 횟수는 1.4만 건으로 택시의 1일 운행 건수 추산인 **약 500만 건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경기연구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택시의 1일 운행 횟수는 일반택시 29.1회/일, 개인택시 23.9회/일입니다. 조금 더 오래된 데이터이긴 하지만 국토부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 택시는 33.7회/일이고요. 타다의 경우 배회 영업 없이 100% 호출에 의존하는 것을 고려해 법인 택시의 ⅔ 수준인 20회 정도를 최대 효율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복규 회장이 작년 9월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힌 택시 1일 운행 횟수는 약 540만 건입니다.



이러한 수치들을 고려해보면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바로 이동하는 교통 서비스의 절대 다수는 일반 택시 시장입니다. 이 택시 시장 자체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웨이고나 타다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급격히 커질수록 승차 거부는 없어도 배차 실패는 더 잦아질테니까요.

다시 말해서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고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왕 한국 모빌리티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중심에 택시를 두기로 한 이상, 웨이고에서 실험이 그쳐서는 안 되며 정부는 IT 기업, 택시 업계가 만나 다양한 실험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 시장 운영의 기본 원칙인 택시 기사 자격과 요금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고 그 외에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택시 업계에 다양한 혁신과 경쟁이 등장하고, 택시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가와 종사자가 많아져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버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택시 업계가 다시 고인 물이 되었던 것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즈음에 법인 택시 회사들이 기존 합의 중 월급제 시행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시행이 힘들다는 의사를 밝혔고 택시 기사 노조에서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납금 제도와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5 시간의 근무 시간만 인정 받는 소정 근로 시간제는 택시 노동 환경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제도입니다. 과연 일반 택시 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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