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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 현대차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기사입력 :[ 2019-03-30 10:37 ]


현대차가 지금 이 순간 명심할 속담 ‘Haste makes Waste’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Haste makes Waste. 영어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중학교 때 배운 것이니 여러분들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Haste makes waste’라는 미국 속담은 우리말로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과 가장 가깝습니다.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아서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현대차에서 이런 모습이 느껴집니다. 새로 출시된 제품이 미처 완성되기 전에 서둘러서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쏘나타입니다. 현대차는 쏘나타 생산 중단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감성적 소음과 미세한 진동 등 초기 감성 품질에 대한 보완을 마친 후에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시승회에서부터 미심쩍은 점이 있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식사 또는 개별 촬영을 하는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내에 주차되어 있는 80여 대의 쏘나타 시승차 모두가 시동이 걸려 있었습니다. 친환경이 화두인 요즘 실내 행사장에서 주최 측에서 수많은 시승차들의 시동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켜 놓는다는 것은 자칫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답이 놀라웠습니다. 시승차들은 모두 양산 단계 직전의 시험 생산 모델들이다. 그리고 냉간시에 엔진에서 약간의 노이즈가 있다. 그래서 미리 시동을 켜 놓아 쾌적하게 시승을 하시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제가 놀랐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냉간 시동시 엔진에 소음이 있다는 것을 예열로 감추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놀란 두 번째 이유는 완벽하지 않은, 최종 단계의 품질 검수가 끝나지도 않은 모델로 공식 시승회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작사들에게도 있으리라 믿습니다만 제가 근무했었던 해외 브랜드들에는 모두 ‘press finish’라는 옵션 항목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생산할 때부터 적용되는 이 옵션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단 기술적으로 품질이 완벽하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둘째, 그런 차를 다시 한 번 살펴서 혹시라도 미세하게 단차가 있거나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 세심하게 조사하여 수정한 다음에 출고하는 것입니다. 즉 단차나 색상 같은 정적 품질은 물론 주행 품질과 같은 동적 품질도 완벽을 기하여 출고한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시승차에 품질 문제가 있다면 그 여파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을 자동차 제작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최종 품질 검사를 통과하여 양산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은 차를 시승회에 내보낸 겁니다. 그것도 위기에 빠진 핵심 모델인 쏘나타가 과거를 벗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 디자인이나 컨셉트는 저 개인적으로는 만족할 정도로 새로워졌습니다 – 그런 중요한 자리에 이런 허술한, 어쩌면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라도 빨리 출시하여 판매 대수도 늘리고 분위기를 일신하시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은 오히려 불필요한 부정적 이슈로 원하지 않는 기사만 만들어내고 쏘나타 DN8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덮이는 처지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시험 생산 차량을 활용하여 시승회 경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시지는 않으셨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것은 정말 소탐대실입니다. 현대차가 그런 수준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난번 팰리세이드 시승회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팰리세이드 잘 될 것 같습니까?’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시장 분위기도 좋고 고객층도 좋습니다. 디자인도 좋고 가격도 좋습니다. 차만 좋으면 다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판매는 대박입니다. 하지만 저는 팰리세이드는 아직도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단계, 즉 시승회 당시의 시승차들은 미완성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동 소음 등 NVH 관련 사전 점검을 위해 관련 인력이 파견되었었다는 유력한 소문도 이와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쏘나타는 절치부심 세단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글자 그대로 ‘회심의 역작’입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드디어 SUV 라인업을 완성했음을 온 천하게 공표하는 출사표였습니다. 이런 두 모델이 서둘러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용되는 듯한 조급함을 보인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제품 자체의 가능성과 담긴 스토리가 훌륭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쏘나타 품질 보완은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라고 들려옵니다.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드라인’이나 ‘숫자’보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이 현대차 내부의 질적 혁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경영진과 새로운 인사 체제 등 현대차는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경영권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임직원들이 경영진을 바라보고 사내에서 생존을 신경 쓰기보다 시장과 세계를 바라보고 진짜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임직원들의 급여는 회사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회사의 수익은 시장에서 나옵니다. 결국은 시장, 그리고 소비자가 왕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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