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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도 뜸한 대화, 택시 기사와 살갑게 나눠야 할까
기사입력 :[ 2019-04-03 07:38 ]
택시 승객이든 기사든 말하지 않을, 작지만 소중한 권리에 대하여

“택시 안에서 대화를 나눠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사든 승객이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아예 서비스 항목으로 정해 대화도 선택사항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가 한창 잘 나갈 때,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아빠, 엄마, 아들이 식탁에 모여 대화하는 내용을 다뤘는데, 대화 없는 현대 가족의 문제를 코믹하게 표현해 인기를 끌었다. 의도하고 골랐겠지만 배경음악도 가수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였다. 2006년 가을에 시작해 2년 정도 방영했으니 벌써 14년 전 일이다. 당시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현대인들의 대화 단절은 사회 문제였다. 지금도 대화 단절 문제는 더 심화했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스마트폰과 SNS 발달로 대화 없이도 시간을 보낼 도구가 발달했다. 스마트 기기 중독 문제가 더 심각하지만, 어찌 됐든 대화가 없어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길도 열렸다.

한쪽에서는 대화 없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대화를 늘려야 한다고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말을 줄이라고 한다. 침묵은 금이다, 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근은 입을 좇아 나온다 등 말을 아끼거나 바르게 하라는 내용을 담은 명언만 수백 가지에 이른다. 부족해도 문제, 많아도 문제인 말 또는 대화. 적정선을 찾은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화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곳이 택시 안이다. 택시에 타면 승객이든 기사든 신경 쓰는 부분이 대화다. 서로 부담 없이 건전한 내용으로 안전에 지장이 없도록 대화를 나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면 상대방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승객이 말이 많다면 기사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데 안전 운행에 방해받는다. 운전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라서 기사는 피곤한데, 승객의 말까지 들어줘야 하면 더 피로해진다. 기사가 말이 많으면 승객은 부담이 커진다. 조용히 가고 싶은데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권리를 잃어버린다.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려니 신경 쓰이고 부담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대화의 내용이다. 기사와 승객이 상대방의 관심사와는 전혀 동떨어진(예를 들면 과도한 자식 자랑이나 특정 스포츠 경기 내용 등) 얘기를 하면 대화를 해도 한 쪽은 지루하다. 자신의 정치관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신념을 강요하듯 쏟아 놓으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확률이 높다. 심지어는 의견 차이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밖에도 어느 한쪽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초면에 반말로 이야기한다거나, 성희롱적인 말을 건네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을 캐묻는 대화로 인해 얼굴 붉히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택시 안 대화로 인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방법은 대화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기사는 서비스 차원에서 승객이 심심해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길게는 몇십분씩 차를 타고 가는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선천적으로 그런 침묵 분위기를 어색해 하는 기사 또는 승객도 있다. 결국 서로 간에 눈치껏 대화를 할지 말지 결정한다. 센스 있는 기사는 손님에게 한두 마디 건네 대화 의사를 파악해 대화를 이어나갈지 말지 결정한다. 손님은 아예 타자마자 눈을 감는다든지, 스마트폰을 보는 식으로 대화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다. 기사가 말을 걸면 정중하게 대화를 거절하는 손님도 있다.

서로 간에 눈치 보이고 문제 소지가 많은 택시 안 대화를 서비스 항목으로 정하면 어떨까? 서비스 이용자인 승객의 편의를 우선해 대화할지 말지 승객이 정하도록 한다. 승객이 택시에 타면 기사는 대화를 할지 말지 물어보고 승객의 의사에 따라 대화 여부를 결정한다. 아니면 승객이 탔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대화 의사가 없다고 간주해 말을 걸지 않는다.



대체로 택시에서는 기사가 승객에게 말은 건네는 경우가 많다. 기사는 운전 중 무료함을 대화로 풀고자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사라고 해서 꼭 말을 거는 입장만은 아니다. 성격상 승객과 대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를 위해 기사의 성향도 택시에 표시해 놓는다. 대화하지 않음, 약간의 대화, 활발한 대화 등으로 구분해, 대화해도 되는지 말지 승객이 판단하게 한다. 가능한 대화 주제까지 상세하게 적어 놓으면 좀 더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카풀 등 택시 유사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택시 서비스가 최근 들어 이슈로 떠올랐다. 택시 업계의 반발로 공유 서비스나 카풀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대안으로 서비스를 개선한 택시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새로 나온 택시 서비스 중에는 4무를 내세운 곳도 있다. 불친절, 난폭, 과속, 말 걸기 없기 등 4가지다. 택시 안 대화가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떤 카풀 서비스는 운전자와 탑승객 옵션으로 ‘조용한 성격’을 고를 수 있게 해놓았다. 그만큼 대화는 승객 운송 서비스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택시 내 대화 선택 서비스는 일부 택시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 모든 택시로 확대해야 한다.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효과는 큰 서비스 개선 방법이다. 이왕에 한다면 캠페인에 그치지 말고 아예 규정화해야 제대로 정착한다. 가뜩이나 대화가 부족해서 외로워지고 삭막해지는 시대지만, 승객이든 기사든 말하지 않을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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