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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트로·TT·R8, 디자인 역사에 획을 그은 아우디 3대 명작
기사입력 :[ 2019-04-04 11:11 ]


기술을 통한 진보, 그리고 디자인을 통한 진보

[디자인 아우디] 독일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독일어에는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가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미팅, 그러니까 여자 친구 부모님께 첫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분들께 어떻게 해서든 잘 보이기 위해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하려고 미용실에 간다. 머리를 다듬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리숱을 조금 더 정리해 달라고 한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 아뿔싸! 너무 짧게 깎은 나머지 막 군에 입대한 훈련병이 되고 말았다. 좀더 나은 용모를 위해 애를 쓴 게, 오히려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꼴이다.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독일어에는 있다.

‘Verschlimmbessern.’ 발음하기 힘든 단어다. 뜻은 ‘좋게 하려다가 오히려 망치다.’ 그렇다면 한국어에도 이런 단어가 있을까? 확실한 건, 영어에는 없다. 독일어 익히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아우디는 그들만의 ‘엔지니어링 능력’과 ‘새로운 디자인’을 하나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심플하지만 강력하고, 그래서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모델. 즉 긴 문장으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아닌, 한 단어에 모든 걸 품을 수 있는, 독일어 같은 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Vorsprung durch Technik’. ‘기술을 통한 진보.’ 아우디 브랜드 슬로건이다. 아우디는 이 문장 하나에 그들의 기업철학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디자이너로서, 요즘의 아우디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우디는 디자인에도 초점을 둔 회사다.’ 그래서 아우디 역사에서 그들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세 가지 모델을 꼽아보려고 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아우디의 ‘엔지니어링 능력’에 ‘새로운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우디 모델에 의미를 부여한 모델이다.



우선 1980년에 나온 ‘콰트로.’ 우리는 콰트로를 아우디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 말하는 ‘콰트로’는 차 이름이다. 이 차는 네바퀴굴림(그래서 이름을 ‘콰트로’라고 지었다) 쿠페. 일반 승용차로 사륜구동 시대를 연 모델로 알려진 모델이다. ‘콰트로’가 나오기 전,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주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모델, 혹은 전장을 누빌 군용차에 사용한 장비였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승용차와 네바퀴굴림 장비를 조합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이 시도는 자동차시장에 아우디라는 이름을 새로 새길 수 있는 큰 도전이었다.

물론 ‘콰트로’를 유명하게 만든 건 네바퀴굴림이라는 기술적인 성과 덕이다. 하지만, 만약 아우디가 승용차가 아닌 SUV에 네바퀴굴림을 얹었다면, ‘콰트로’는 전설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적인 성과와 함께 디자인이 아우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아우디는 ‘콰트로’를 3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쿠페라고 불렀다. 콰트로 쿠페는 박스 스타일의 패스트백이다(트렁크라인을 수직으로 뚝 떨어뜨리는 게 아닌, 서서히 기울어지는 스타일이었다). 차체의 모든 면과 선 등 각각의 디테일을 잘 정리하는 등 균형미가 일품이었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콰트로’의 트레이드마크 ‘블리스터 펜더’는 ‘콰트로’가 진정한 스포츠카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요소였다(비슷한 시기에 포르쉐 944 또한 비슷한 스타일의 펜더를 지니고 있었다). ‘콰트로’는 간결한 터치가 가미된, 세련미 넘친 디자인이었다.

‘콰트로’는 차세대 스포츠카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전까지 스포츠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던 파워 넘치는 엔진 대신 네바퀴굴림 시스템 등 기술적 혁신이 주요 요소였고, 기술을 뒷받침한 멋진 스타일링이 아우디 모델의 주요 테마가 되기 시작한 것.



‘콰트로’ 출시 이후, 아우디는 그들이 고민했던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모두 잡는 방법에 눈을 뜬다. 아우디가 노렸던 목표는 감각적인 방식으로 다가왔다. 1997년 제네바모터쇼. 아우디가 콰트로 시스템을 얹은 컴팩트 해치백을 선보였다. 물론 아우디는 해치백이 아닌 쿠페라고 강조했다. 첫눈에 들어온 디자인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한 마디로 순수 그 자체였다. 아우디의 누군가가 기하학적 디자인의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어놓은 게 분명했다.



이 차의 기하학적 디자인은 선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의 결과물이었다. 손으로 자유롭게 그린 디자인이 아닌, 정확히 계산된 것처럼 보일 만큼 모든 선과 선, 면과 면의 비율은 오차 없이 정확했고, 모든 디테일들을 논리적으로 모았다. 디테일의 결합은 완벽했다. 그리고 모든 부분들이 오밀조밀 최소화로 이루어졌는데, 디자이너들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모터쇼 내내 이 차 주위를 맴돌았다. 다른 부스에 가서도, 또 그 차가 생각나기에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아우디 ‘TT’였다. 그렇다, TT는 아우디에게는 물론이고, 전세계 자동차디자인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띤 모델이다. TT는 자동차디자인 세계에 큰 섬광을 던졌다. 펜더에 중점을 둔 간단한 기하학적 포인트가 자동차디자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TT는 아우디 디자인역사상 가장 중요한 모델 중 하나다.



마지막 모델은 R8이다. R8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3번이나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우디 레이싱 역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R8은 21세기 슈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제는 슈퍼카도 일상용으로 타고 다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V8 미드십 엔진으로 이전까지의 다른 슈퍼카와는 다르게 편안함까지 갖추고 있다. 디자인은 1991년 나왔던 아부스(Avus) 컨셉트카의 계보를 잇고 있다. 1930년대 아우토 유니온 레이스카를 위한 오마주 모델 말이다.



R8은 미드십 엔진이었기에 몇 가지 디자인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모든 형태가 순수하다. R8에 표현된 디테일들은 장식보다는 기능을 위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보디 컬러와 다른 색으로 처리를 한 도어 뒤쪽 수직패널은 - R8 오너들이 종종 사이드 블레이드라고 부르는 - R8 디자인을 특징짓는 요소가 되었다.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적 우아함과 강력한 질주본능까지 모두 갖추었고, 그렇기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열렬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R8은 이제 아우디 역사에서 손꼽히는 디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아우디의 슬로건을 누구나 알고 있다. ‘기술을 통한 진보.’ 그리고 이제 나는 또 하나를 덧붙이고자 한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디자인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Design)라는 말을 아우디에 제안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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