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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브랜드, 서울 모터쇼를 왜 이렇게 푸대접할까
기사입력 :[ 2019-04-06 09:31 ]


새차도 비전도 스토리도 부족한 국내 완성차 브랜드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2019 서울 모터쇼’에 다녀오셨습니까? 저도 다녀왔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로서 프레스데이 하루를 모두 모터쇼장에서 보냈고 감사하게도 공식 개막식에도 초대를 받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서울 모터쇼에는 일반 관람일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업무로 바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실망스러웠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서울 모터쇼를 대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내 브랜드들 가운데 서울 모터쇼를 통하여 신모델을 출시한 곳이 있었습니까? 현대차가 선보인 쏘나타 1.6터보와 하이브리드는 파생 모델에 불과합니다. 쉐보레가 선보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사실은 지난해 부산모터쇼 전야제에서 이미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국내 판매용 모델의 상세 사양이나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출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르노 삼성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게 될 XM3를 공개하였으나 완성차나 프로토타입도 아니고 심지어는 움직일 수 있는 러닝 컨셉트 모델의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르노 마스터 버스 역시 파생 모델이었습니다. 쌍용차도 코란도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했을 뿐, 실체는 없었습니다. 전통적인 모터쇼에서는 모터쇼를 개최하는 나라의 브랜드들은 자국 모터쇼에서 최소한 한두 가지의 신모델을 공개하는 것이 최소한의 인사치레였습니다. 그런데 서울 모터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아쉬운 것은 현대의 쏘나타, 쌍용의 코란도처럼 브랜드의 핵심 모델이 모터쇼 한두 달 전에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전 같았으면 ‘이번 서울 모터쇼의 대표 모델’들로 기사를 도배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모터쇼를 이전처럼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하는 일면입니다.

물론 요즘처럼 미래차로 넘어가는 격변기의 모터쇼는 신차 홍보보다는 브랜드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브랜드 비전 홍보에는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종류는 두 가지 정도입니다. 그 첫 번째는 미래차에 대한 대비입니다. 자기 브랜드가 가진 미래차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신기술 및 서비스 관련 개발 현황과 대외 공조 및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스토리입니다. 자신의 브랜드가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이미지를 비추어 볼 때 어떤 면이 미래에도 자기 브랜드가 주요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설득 포인트를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쌍용자동차가 나름 괜찮았습니다. 새 모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터프한 이미지로 강렬했던 브랜드 최대의 자산인 ‘브랜드’ 코란도가 앞으로는 쌍용 브랜드가 미래차로 변신하는 것을 주도할 것이라는 적절한 스토리와 비전을 보여주어서 긍정적이었습니다. 비록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 어떤 외부 협력사들과 함께 전선을 형성할 것인가 등의 구체적인 플랜은 공개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스토리텔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하여 다른 브랜드들은 아쉬웠습니다. 현대차는 모델로서 쏘나타, 서브 브랜드로서 N 퍼포먼스, 미래차로서 수소차 등을 잘 나열하기는 했지만 잘 짜인 그림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채로움을 과시하여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즉 국제 모터쇼보다는 로컬 모터쇼에 걸맞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아차도 이미 언론에는 SP2로 알려지고 있는 소형 SUV의 컨셉트 카인 SP 시그니처와 모하비 변경 모델의 컨셉트 카인 모하비 마스터피스를 통하여 모델 중심의 이야기로 치우쳐 브랜드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시 모델들의 컨셉트와는 다소 동떨어진 블랙핑크의 등장도 생뚱맞았습니다.



그나마 르노 삼성은 마스터 버스와 XM3를 위한 모델의 사전 마케팅 성격이 강했으나 최초의 전륜구동 상용밴인 에스트페트 – 마스터 – 자율주행 상용차 컨셉트인 이지 프로로 이어지는 상용차 진화의 스토리를 구성한 것은 나름 신선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ICT 기업들을 초대하고 세미나도 많이 개최했고 미래차 주제에 따른 다양한 전시 구역을 설정하는 등 애를 쓴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이 서울 모터쇼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앞으로 서울 모터쇼의 미래에 대해서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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