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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쏘나타와 셩다로 중국인들 마음 되돌릴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9-04-19 12:57 ]


상하이오토쇼 통해 살펴본 현대·기아차의 중국 전략 방향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2019 상하이오터쇼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상하이모터쇼는 세계 최대의 시장 규모를 지닌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라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총출동하는 모터쇼로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참여했습니다.

이번 상하이오터쇼에서 현대차는 중국형 신형 쏘나타, 신형 ix25, 엔씨노 EV, 링동 PHEV 4개 모델을 공개하고 i20 WRC, i30 N TCR, 벨로스터N, 라페스타 쇼카, 셩다(싼타페)를 전시했습니다. 기아차는 신형 K3와 K3 PHEV 2종과 함께 KX 시리즈 등 중국 전략 차종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현대·기아차가 반전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국 시장에서 악전고투 중인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정점에 달했다가 2017년 사드 사태가 도화선이 되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추락하여 2010년대 초반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약 1,850만 대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약 2,800만 대 수준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의 상황은 2010년대 초반보다도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매량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 과잉 공급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18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체 생산 능력은 5,000 만 대에 달하지만, 생산량은 약 2,700만 대에 그쳤습니다. 시장 전체로 봤을 때 가동률이 54%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과잉 공급 상태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로 과잉 공급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에 공장 추가 증설을 결정하며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렸지만,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에 오히려 판매량은 급격하게 후퇴하면서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조업은 공장이 계속해서 가동되어야만 생존하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낮은 가동률로는 오래 버티기는 힘듭니다. 뼈아프지만 과잉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절박합니다.



◆ 가성비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추락한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제조업의 급격한 경쟁력 강화입니다. 독일의 독립 중국 연구 기관인 메릭스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이 발전함에 따라 가장 큰 압력을 받는 국가는 한국입니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중소형 이하 가성비 시장에서 한국차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진 것이 현대·기아차 중국 위기의 본질입니다.

중국의 로컬 자동차 회사들이 발전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던 중소형 차급, 특히 그중에서도 구형 모델을 통해 커버하고 있던 저가 시장을 뺏어갔으며, 동시에 독일, 일본차에 밀리면서 소위 샌드위치 압박에 처한 것이 현재 현대·기아차가 처한 현실입니다.



현대차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6년과 위기가 본격화된 2017년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던 구형 모델들의 판매량이 급락한 것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보통 풀체인지 모델이 구형 모델을 대체하는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게 중국 시장에서는 저가 수요를 잡기 위해 풀체인지 모델이 등장해도 구형 모델을 저가에 지속 판매했습니다. (다세대 동시 판매) 구형 모델들은 이미 개발비를 회수했기 때문에 저가에 판매해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고, 마이카를 가지고 싶지만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는 구형이더라도 자국 차보다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다세대 동시 판매는 다양한 소비자층을 커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이런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2016년 현대차의 판매량을 이끈 모델은 엘란트라 랑동(아반떼MD)으로 약 25만 대를 판매했습니다. 재밌는 건 2016년에 현대차의 라인업에는 XD부터 AD까지 무려 4세대의 엘란트라가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판매량으로 보면 엘란트라 라인업을 이끌던 핵심 차종은 신차인 AD가 아닌 한 세대 전의 MD로 약 25만 대를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에 MD의 판매량은 약 12만 대로 급락합니다. 반면 AD는 판매량이 줄기는 했으나 역시 약 12만 대 수준으로 판매량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베르나와 투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2016년 베르나(RB,YC 통합)의 판매량은 약 15.7만 대였으나 2017년에는 10만 대 수준으로 급락합니다. 이는 구형 베르나의 판매량이 11.6만 대에서 1.6만대로 급격하게 추락했기 때문으로 신형 베르나 YC는 2016년 4만 대에서 2017년 8만 대로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합니다. 투싼 역시 투싼 2세대(LM)가 2016년에는 약 7만 대가 팔렸지만 2017년에는 약 2만대로 급락합니다. 반면 신형 투싼은 17.6만 대에서 13.6 만대로 비교적(?) 선방합니다.

이렇게 구형 모델의 판매량이 급락한 것은 결국 저가 차량을 구매하던 기존 수요 상당수가 중국 로컬차와 타 수입 브랜드, 특히 일본차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구형 모델은 풀체인지된 모델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져도 그만큼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중국 로컬 차량들이 그 가격에 더 좋은 상품성을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현대·기아차의 구형 모델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또한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할 현대·기아차들의 신차들은 일본차와 독일차에 밀려 시장을 확대하지는 못했고요. 이러한 흐름은 2016년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드 사태가 중국 저가 차량 소비자층의 정서를 자극해 미처 현대차가 체질을 전환할 시간이 없이 급격하게 시장 상황이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답은 오버 더 폭스바겐&토요타

현대·기아차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우선 가격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차에 가격으로 정면 대결해서는 승산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세대 동시 판매는 과거에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신차 판매에 독이 되는 면이 강해졌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도 최근에는 이를 폐지했습니다. 그렇다고 신차의 가격을 중국 로컬차에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다소 뻔한 얘기이지만 돌파구는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 뿐입니다.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들이 급격하게 부상함에 따라 입지가 줄어든 것은 현대차뿐만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포드와 푸조 역시 중국 시장의 정체와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들이 성장 때문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푸조, 포드가 부진을 거듭한 반면 폭스바겐과 토요타, 닛산 등 브랜드 입지가 탄탄한 독일차와 일본차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의 전략 방향도 이들에게서 힌트를 찾아야 합니다. 이들 못지않은 브랜드를 구축해야만 중국 시장에서 다시 판매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상황에서 아래를 막을 수 없다면 돌파구는 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중국인들에게 독일, 일본에 비해 비교적 해볼 만한 경쟁상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토요타, 폭스바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만 이들과 동급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형차 이상의 시장에서도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전략 차종을 꾸준히 내놓아야 합니다. 중국 소비자층의 취향은 확실한 색깔이 있어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합니다. 현대·기아차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국 전략 모델을 투입했지만 미스트라, 라페스타, ix25, ix35, 페가스, KX3, 즈파오 등 중·소형차 급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는 중형차급 이상이 더 적합합니다. 중형차 이상의 시장, 특히 성장하고 있는 SUV와 E세그먼트에서 중국인의 취향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전략 차종을 통해 입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자동차에 전자 장비를 도입하는 데 상당히 보수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자동차 시장은 전자 장비, 특히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는 커넥티드 기능에 대한 선호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모바일 페이, 음성인식 등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인 국가입니다. 알리바바가 상하이차와 손잡고 2016년 출시한 SUV RX5의 성공을 보면 IT 연동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니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신형 쏘나타와 셩다(싼타페)는 지문 인식 시동 시스템 등 이러한 수요에 부합하는 기능을 탑재한 차종으로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IT 연동 기능들을 타 차종에도 발 빠르게 확대 적용해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역시 절박합니다. 친환경차는 당장 높은 판매량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기술력과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며 정부 주도로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시장 중에 가장 먼저 중국 시장에서 EV와 PHEV 라인업 확대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링동 PHEV, 엔씨노 EV, K3 PHEV를 상하이 모터쇼 메인카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전략 방향의 하나로 보입니다.



◆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시장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나라이지만, 한국 회사들에게 몹시 어려운 시장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 분야, 이마트/롯데마트과 같은 유통 분야,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K-뷰티 분야도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합작 의무 등 정부 주도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 소비자의 독특한 문화와 정서 등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들에도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중국 시장의 엄청난 크기 때문입니다.

이 너무 거대해서 막막한 시장의 크기가 오히려 한국 제품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일지도 모릅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광활하고, 소득 수준도 다양하기 때문에 시장도 굉장히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다층적인 시장 중 한 곳에서라도 확실한 경쟁 우위를 구축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부분을 발견하여 중국 시장에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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