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기름기 쫙 뺀 담백한 자동차, 어디 없나요?
기사입력 :[ 2019-04-21 10:11 ]
자동차의 기술 발전이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때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각종 첨단 소재를 이용해 이전 모델 대비 엔진 무게를 35kg 정도 줄였습니다.”

“듀얼 클러치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아서 가속력과 연비를 개선했고...”

“12.5인치 대형 스크린은 더블 탭이나 두 손가락 줌 등 직관적인 명령이 가능 합니다”

“드리프트 모드를 이용해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실내는 상처가 나지 않은 네 마리의 최고급 소가죽으로 만들어서 최고의 안락함을...”



요즘 자동차를 타보면 필요 이상의 기능이 사용된다는 느낌이다. 자동차에 사용된 기술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제조 공정과 에너지까지, 모든 것이 과하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주행 보조 관련 기술은 제외하더라도, 편의장비나 주행 성능의 발전은 적당한 수준에 그칠 줄을 모른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을 위한 기술. 혹은 이전 제품을 뛰어넘기 위한 판매 중심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된다.



경량화를 예로 들자. 요즘 많은 자동차가 이전 모델보다 무게를 줄이고, 안전이나 기능은 강화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엔진과 차체, 구동계 구석구석에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처럼 가공이 까다로운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도 강조한다. “신형은 이전보다 보디 강성을 37% 높였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백분율로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차의 무게는 과거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명백하게 증가했다.

얼마 전 7세대 모델로 진화한 특정 자동차가 국내에 출시했다. 이 차는 6세대에 비해 엔진과 섀시 등에서 무게를 55kg 가량 줄였다. 자동차에서 55kg 무게를 줄이는 것은 실제로 대단한 기술이다. 기술자들의 엄청난 노력과 공정 과정을 대폭 개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6세대가 출시할 때는 어땠을까? 분명 5세대 모델에 비해 무게를 크게 줄였다고 했다. 5세대도 4세대에 비해 경량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4세대 기본 모델의 공차 중량(1385kg)이 7세대 기본 모델의 공차 중량(1450kg)보다 가볍다. 다시 말해 차 곳곳의 무게를 줄이는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그만큼 많은 장비를 추가했다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년 전. 2009년식 자동차만 보더라도 자동차에 실내에 달린 모니터는 스마트폰보다 조금 큰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편의 장비가 오디오/비디오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일부 자동차엔 전동식 선셰이드나 마사지 의자, 나이트 비전(열적외선 카메라) 같은 첨단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장비를 너무 많은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자동차 계기반과 대시보드에 걸쳐 12.5인치 LCD 모니터 두 개가 연달아 달린다. 그리고 차의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한다. 제어할 전자 장비가 너무 많아서 ‘통합형 컨트롤러’라는 입력장치를 너도나도 만든다.

실내 무드 램프(엠비언트 라이트)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 달린다. 열선 기능이 시트뿐 아니라 좌우 팔걸이에도 사용된다. 이 모든 장비에 전선과 기판이 연결되고, 그만큼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최근엔 버튼식 기어 레버가 유행처럼 번진다. 디자인이나 편의성 측면에서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반대로 더 이상 기계식 기어 레버를 사용할 공간이 없다는 것도 이유다. 대시보드 아래에 너무 많은 장비가 들어가서 물리적인 기계 장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스스로 앞 차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달린다.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 휠까지 조종한다. 이런 자율 주행 보조 장치가 달린 자동차가 많아서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을 정도다. 자동차를 온라인에 연결해서 각종 콘텐츠나 기능을 앱으로 다운로드 한다. 어제는 없던 편의 기능이 갑자기 내일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차 문을 열 때도 더 이상 키가 없어도 된다. 스마트폰에 깔린 ‘가상 키’를 차 문에 터치하면 되니까. 자동차엔 무엇이든 결합될 수 있고, 어떤 기술이든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현상일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애플 아이폰이 3G 모델(2세대)로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이 2008년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하반기 10S/XS/R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 아이폰뿐만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IT 시장의 모든 제품들이 기술적으로 폭발하듯 성장했다. 하지만 더 빠르고, 편하고, 기능이 많아진 스마트폰의 등장하는 데도 대중의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다.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판매량 성장이나 시장의 확장이 이전만큼 빠르지 못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와중에도 기능을 덜어서 사용하기 쉬운 아이폰 XR이나 SE 같은 모델이 대중을 사로잡는다. 왜일까. 자신이 쓰지도 않는 여러 기능에 더 이상 돈을 지불한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많은 브랜드가 맹목적이었던 발전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차의 본질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승차감을 예로 들자. 서스펜션의 성능과 차체 강성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진다. 심지어 타이어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그런데도 요즘 자동차의 승차감은 10년 전 자동차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성능이 좋아진 것만큼 승차감에 불리한 요소를 계속해서 집어넣기 때문이다. 17인치 휠을 쓰던 자동차가 세대를 거듭하며 18인치를 넘어 19인치까지 사용한다. 물론 겉보기엔 좋아 보인다. 문제는 그게 전부다.



엔진 출력은 일반적으로 200마력을 상회하고, 400마력은 흔하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경우 600~1000마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 사용자가 이런 출력을 모두 꺼내서 쓰는 상황은 드물다. 전자제어 장비에 지원을 받지 않으면 차를 제대로 다루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을 보안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는 또 다른 운전 보조 시스템을 만든다. 맥라렌 720S의 경우를 보자. 슈퍼카와 하이퍼카의 경계에 있는 자동차가 ‘드리프트 컨트롤’이라는 기능까지 갖춘다. 코너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각도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면 자동차가 뒷바퀴가 미끄러질 때 차가 안전 구간을 넘어 스핀 하는 등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누군가는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볼링을 칠 때 레인 좌우에 위치한 도랑으로 공이 빠지지 않기 위해서 투명 아크릴을 세우는 것과 같다. 그렇게 스트라이크를 쳤다고 치자. 만족스러운가?



자동차 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입장해서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는 기술, 혹은 인간을 퇴보시키는 편의 장비의 등장은 안타깝다. 지금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급변한다. 당장 10년 후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의존해 더 이상 운전이란 행위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오늘 당장 우리가 주목해야 할 차들은 자동차라는 본질에 충실한 차라는 생각이다. 차 값에 상관없이 운전하고 싶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복잡한 전자제어/편의 장비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동차. 그만큼 현실적인 가격의 자동차. 모터쇼에 등장한 컨셉트카처럼, 멋진 디자인과 비전을 담으면서도 기능적으로는 담백하게 구성된 자동차 말이다. 보유한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의도적인 목표로 만들어진 차를 원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