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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컨트롤 + Z’ 기능, 어떻게 봐야 할까
기사입력 :[ 2019-04-28 09:32 ]
자동차에도 생긴 ‘되돌리기’시스템, 그 빛과 그림자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주 쓰는 대표적인 기능은 비교적 통일된다. ‘CTRL+C’, ‘CTRL+V’, 그리고 ‘CTRL+Z’가 대표적이다. 한번 입력한 내용을 복사하고, 똑같은 형태로 붙여 넣고, 실수했을 때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기능을 말한다. 이 세 가지 기능을 통해 인류는 골치 아픈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좀 더 생산적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칼럼에서 갑자기 컴퓨터 입력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가 있다. 전자제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가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요즘 자동차는 운전자가 실행한 행동을 스스로 복사하고, 다른 형태로 실행하고, 실행 이전에 단계로 되돌릴 수 있다.



얼마 전 국내에 출시한 BMW 3시리즈의 일부 모델에는 ‘후진 어시스턴트 시스템’이 달렸다. 이 기능은 올해 2월 국내 출시한 X5에 탑재된 기능을 개선한 것으로 앞으로 등장할 다수의 BMW 모델에 사용될 전망이다. 후진 어시스턴트는 가장 최근에 차가 움직인 경로를 기억해서 자동으로 후진하며 장애물을 피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차를 몰고 좁은 골목을 통과하던 중에 앞이 막혀서 후진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 이때 운전자는 변속기를 후진(R)으로 옮기고 중앙 디스플레이에 후진 어시스턴트만 실행하면 된다. 그러면 스티어링 휠 3시와 9시에 달린 라이트가 초록색으로 바뀌면서 자동차는 가장 최근의 움직였던 경로를 기억(복사)해서, 그대로 후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컴퓨터의 UNDO(되돌리기)처럼 간단하다.

이 기능은 시동을 끄고 켜는 것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이전에 움직인 경로를 장시간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마트 주차장이나 차고에 차를 전면 방향으로 세워뒀다가 이후에 차를 빼낼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에는 제한된 조건과 범위가 있다. 시속 35km 이하의 속도로 움직인 상황만을 기억한다. 자동 후진 시에는 최고 시속 9km 이내에서, 최대 50m까지만 이동한다. 또 이전에 기억한 장애물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BMW 후진 어시스턴트는 편리하고 흥미로운 기술이다. 물론 하드웨어 기술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론 반자율주행(앞 차와 거리를 유지한 채 차선을 따라 달리는 기능)이 가능한 자동차에는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실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기술적 노하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나 쉽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MW를 포함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일찍부터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자동 주차와 리모트 주차 시스템 등을 양산차에 꾸준히 접목하며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센서를 통해 좁은 공간을 매핑하는 능력과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회피하는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정교하게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초기에 등장한 자동 주차 보조의 경우 평행 주차나 직각 주차의 상황에만 대응할 수 있었다. 자동차 측면에 달린 센서를 통해 주차 공간의 형태를 파악하고, 운전자가 스티어링휠 조작을 하지 않아도 차 스스로가 원하는 위치에 주차를 했다. 이후 자동 주차 보조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즉, 운전자가 실내에 없는 상황에서도 무선으로 차의 움직임을 조작한다. 관련 기술은 국내에는 최근에 소개된 것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미 2016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리모트 컨트롤 주차의 경우 좁은 공간에 주차할 때, 혹은 좁은 곳에 주차된 차를 뺄 때 유용하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키를 이용해 외부에서 주차를 명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 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공간에 주차해야 할 때다. 운전자는 ‘자동주차 모드’를 누르고 리모트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문지르거나 스마트키의 터치 패드를 손가락으로 밀면 차가 천천히 움직이며 주차를 시작한다. 이때 좁은 공간을 지나며 주변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스티어링 각도를 돌리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사이드 미러도 스스로 접는다.



자동차가 자동으로 후진하고 주차까지 해결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주 멋지고 매력적인 기술이다. 이런 편리한 기능 덕분에 우리는 어제보다 한결 편하고, 안전하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운전자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기능일 것이다. 자동차 기술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모든 기술 발전에는 부작용도 따르는 법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도 있다.

수동 변속기의 불편한 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이 자동 변속기다. 자동 변속기란 기술이 세상에 막 등장한 시기엔 ‘옵션’으로 아주 소수의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이 편하다는 이유에서 자동차가 시장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자동 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이 이전보다 운전이 쉽고 편하다고 인지하고 있을까? 아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자동 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를 다루는 데 서툴다. 일부는 자동변속기의 단점을 지적하고,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하기도 바란다. 다시 말해 기술 자체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한편 자동 변속기의 등장은 ‘인간의 능력’이라는 과점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도 볼 수도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모든 자동차가 자동으로 후진하고, 자동으로 주차할 수 있는 미래에도 지금과 비슷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자동으로 후진하는 기능 자체를 서툴게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낼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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