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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부스터 EV가 제시한 전기차만의 디자인 아이디어
기사입력 :[ 2019-04-29 08:03 ]
쏘울 부스터 EV, 영혼까지 맑고 깨끗한 전기화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EV를 가솔린엔진 파생모델로 생각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전기차용 디자인을 고민했다. 미래 자동차는 전기차다. 전기차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곧 사라진다. 새로운 차세대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쏘울 부스터 EV. 전기만을 마시는 순수 전기차로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기아차는 가솔린엔진도 함께 발표했다. 두 가지 버전의 쏘울 부스터를 준비한 것. 그렇다면 생김새만으로 두 모델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같은 이름의 내연기관과 전기차는 다른 용모일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기차만을 위한 디자인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전기차만의, 전기차를 위한 디자인은 없다. 하지만 전기차를 발표하는 몇몇 브랜드를 보면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다. 잠깐 테슬라를 살펴보자.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호기심만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테슬라 모델 S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따돌리고 럭셔리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테슬라의 능력이었든 운이 크게 작용했든, 테슬라는 모델 S의 성공과 함께 전기차 디자인에 관한 텍스트북을 쓰기 시작했다.

초기 테슬라 모델 S만 놓고 보면 전기차인지, 내연기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세단과 해치백을 넘나드는 디자인으로 평소 자주 봐온 내연기관 모습과 차이가 없었다. 전기차 DNA가 살짝 풍기는 부분은 그릴 정도. 아, 배기파이프도 없다. 오리지널 모델 S의 그릴은 기능적 역할은 전혀 없는, 단지 장식용 플라스틱 패널이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장식용 그릴을 그려 넣었을까?



테슬라는 전기차에 어떤 디자인 DNA를 심을지 고민했고, 그릴이지만 그릴이 아닌 디자인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킨 건 아니었다. 모델 S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이 차의 불평사항 중 하나가 가짜 그릴이었던 것. 많은 사람들이, 엔진 없는 전기차는 냉각기능이 필요 없는데, 굳이 왜 그릴을 디자인했는지 궁금해했다(팩트체크: 전기차는 라디에이터가 필요 없지만 배터리 및 모터는 식혀야 한다. 공기흡입구가 필요한 이유인데, 요즘은 수랭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후 테슬라는 업그레이드 모델 S와 모델 X 및 모델 3 등에서 그릴을 아예 없앴다. 내연기관과는 다른 모습, 즉 그릴 없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그렇다, 테슬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는 대신 기존 디자인에서 과감히 하나를 없앴다. 그릴 없는 디자인. 그렇다고 이것이 다른 전기차 브랜드와 궤를 같이 하는 건 아니다.

그릴은 라디에이터를 덮는 덮개다. 내연기관이 나왔을 때부터 자동차에 붙어있었다. 엔지니어들은 라디에이터를 차 앞쪽에 얹어 냉각효율을 높였다. 그렇다고 라디에이터가 자동차 얼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아니다. 디자인 터치가 필요했다. 라디에이터 및 이를 덮는 그릴에 스타일링을 더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디자인이 진화하면서 그릴의 역할이 바뀌게 된다. 이제 그릴이 브랜드 상징으로 올라선다. 그릴만 보고도 브랜드를 알 수 있게 된 것. 그릴은 기능적 역할과 함께, 브랜드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는다. 그릴과 내연기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전기차에서 그릴을 없애려는 이유 중 하나다. 이후, 그릴을 없애는 트렌드가 전기차 디자인 테마가 됐다.

‘그릴을 그리지 마십시오’

그렇다, 그릴이 없어졌다. 사라진 그릴 외에 전기차만을 위한 디자인은 또 뭐가 있을까?

기아차가 쏘울 부스터 EV를 통해 전기차만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쏘울 부스터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두 모델의 차이는 피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까? 하나는 가솔린엔진, 다른 하나는 배터리와 모터를 쓰는 전기차다. 쌍둥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각자의 길을 걷는다.



쏘울 부스터는 ‘특별한 자동차’다. 기존의 자동차 카테고리에 딱 맞아떨어지는 모델이 아니다. 세단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고 SUV 혹은 미니밴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며 해치백도 아니다. 모든 특성을 한데 모은 모델? 그렇다고 이것저것 아무거나 뒤섞어 만든 게 아닌, 각각의 장점만을 뽑아냈다. 암팡진 SUV 모습도 갖추고 있으며, 높다란 시트와 작은 패키지 안에 마련한 널따란 실내는 미니밴의 실용성 그 이상이다.

10여년 전, 1세대 쏘울이 나왔을 당시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의 반응이 그렇게 뜨거웠던 건 아니었다. 그들 눈에, 해치백으로 보기에는 키가 너무 컸고 SUV나 미니밴으로 놓기에는 작았다. 네모 반듯한 박스카? 심지어 어떤 디자이너들은 쏘울의 애매한 프로포션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편에는 쏘울에 열광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애매했던 박스카’에 활력을 심어준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곧바로 팬덤 현상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들은, 쏘울만이 풍기는 디자인 언어에 반했던 것이다. ‘쿨’하면서도 한층 젊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단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내뿜었던 것이다.
당시 미국 자동차시장의 이 카테고리에는 터줏대감이 있었다. 사이언 xB가 주인공. 막 데뷔한 쏘울이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모델이었다. 쏘울은 뒤쫓는 처지임에도 라이벌 관계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조금씩 조금씩 이 시장을 장악한다.

다시 2019년으로 돌아오자. 사이언 브랜드, 그리고 xB는 사라졌다. 마침내 쏘울이 이 카테고리의 승자로 자리를 잡았다. 쏘울의 성공의 요인?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과거의 ‘조금 특별해 보였던 디자인’은 3세대 쏘울 부스터에 이르러 자동차패션을 이끄는 핵심이 되었다. 특히 전기차, 즉 쏘울 부스터 EV가 가장 앞에 섰다.



무엇보다 쏘울 부스터 EV는 그저 가솔린엔진의 파생모델이 아니다. 개발초기부터 전기차용 디자인을 준비했다는 의미다. 사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두 가지 다른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EV와 가솔린엔진 각각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민했고, 두 버전 모두 멋진 옷을 입고 나왔다.

쏘울 부스터 EV 프런트 엔드. 쏘울 부스터 구성원이라는 DNA는 공유하면서 전기차만의 디자인 캐릭터를 확실히 걸치고 있다. 강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자신감을 한껏 뽐내면서도 친근한 아이언맨 분위기도 물씬하다. 크롬 바 좌우로 연결된 헤드램프 역시 전기차 디자인 요소로 보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 아닌가(디자이너로서 나는, 크롬 바가 실제로 불이 들어오는 LED 램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램프 아래쪽에 전기차임을 암시하는 충전커넥터도 눈에 들어온다. 더 아래쪽에 커다란 사다리꼴 형태의 그릴을 볼 수 있다.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EV 그릴을 약간은 특이한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전기차이지만) 그릴을 없애지 않았고, 오히려 메시 타입 형태의 그릴을 그렸다. 위쪽은 패널형태로, 아래쪽에는 공기흡입구를 만들었다. 그릴 없는 디자인에 공기흡입구를 덧대 그릴이 있는 디자인으로 연출한 것. 솔직한 디자인 솔루션이다. 결과적으로, 단정하면서 완성도 높은 스타일을 이루어냈다.

상상해보자. 그릴이 없는 자동차얼굴은 입이 없는, 숨을 쉬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전기차 역시 냉각용 공기흡입구가 필요하다. 공기흡입구가 내연기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단순히 그릴을 없앤다고 전기차 느낌이 생기는 건 아니다. 쏘울 부스터 EV 디자인이 매우 신선한 이유다.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EV를 가솔린엔진 파생모델로 생각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전기차용 디자인을 고민했다.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엔진이 들어갈 자리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채웠다. 충전을 한다. 전기차 디자인을 하면서 그릴을 없앴고, 배기파이프를 제거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기차 디자인이 나온다.

미래 자동차는 전기차다. ‘전기차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자리를 ‘새로운 차세대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말이 채울 것이다. 기아차가 차세대 자동차 디자인을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고.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범석 (전 미국 ACC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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