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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도 떠난 택시시장, 굳이 중형 세단 고집할 필요 있나
기사입력 :[ 2019-05-04 10:23 ]
택시, 중형 세단 포기하면 많은 길이 보인다

“국내 택시는 대부분 중형 세단이다. 택시 차종 다양화는 여러 장점을 불러오고, 취약 세그먼트를 키우는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의문을 품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택시는 왜 대부분 중형 세단인지 생각해봤는가? 중형 세단이 아닌 택시가 있기는 하다. 준중형·준대형·대형 세단도 있고 MPV와 SUV 모델도 간혹 눈에 띈다. 특별한 사례인데 수입 하이브리드 모델은 해치백이다. 예외적으로 특별한 차종이 굴러다니지만 대부분 중형 세단이다.

중형 세단이 택시 주력 차종 자리를 꿰찬 지는 꽤 오래전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택시 중형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전까지 택시로 주로 쓰이던 소형급 포니나 브리사에 더해 현대자동차 스텔라가 주력 차종으로 떠올랐다. 이후 소형급은 점차 사라지고 1990년대 중반 자동차업체가 소형 LPG 모델 생산을 중단하면서 중형급이 대세가 됐다. 최근에는 준대형 세단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등 중형 세단 일색에서 벗어나고는 있지만, 그래 봐야 큰 차 위주다. 작은 차나 세단 이외 차종은 발붙이지 못한다.



택시 시장이 중형 세단 일색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공식적으로 자동차업체들은 택시 모델을 중형 세단만 내놓는다. 배기량 작은 소형급이나 준중형급 차를 생산하면 중형차 수요가 이동해 수익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기사는 장시간 운전할 때 중형급이 편하다는 이유로 중형 택시를 선호한다. 승객들도 공간이 넓은 차를 타는 게 편하기는 하다.

준중형 세단 택시가 없지는 않았다. 10여년 전쯤 준중형 택시가 선보였다. 일부 택시 업체가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준중형 세단 택시를 운행했다. 공간은 중형 세단보다 좁았지만 연비가 높고 기동성이 좋았다. 자동차업체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모델이 아니고 택시 업체가 비용을 들여 개조했기 때문에 차 값은 중형 세단 택시보다 오히려 비쌌다. 승차감이 중형 세단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택시 대부분이 한두 명이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요금을 100~200원 정도 낮출 수 있지만 당시 업계 파장을 고려해 요금은 중형 세단과 같았다. 승객 입장에서는 같은 요금으로 작은 차를 타니 손해 보는 기분이 들 법했다.



준중형 택시는 각종 비용 절감, 연료비 절감, 요금 체제 다양화, 오염물질 배출 감소 등 장점이 컸지만 확산하지 못했다. 자동차업체가 중형 세단 외에 모델을 내놓지 않은 이유가 큰데, 이는 단순히 준중형 모델에 국한할 문제는 아니다. 택시 차종 다양화는 더욱더 많은 장점을 끌어낼 수 있다.



나라마다 다양한 차종을 택시로 활용한다. 심지어 어떤 나라는 경차를 택시로 쓴다. 공간 활용 면에서는 세단보다 왜건이나 MPV가 택시에 알맞다. 중형 세단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아 보이는 이유는 차종 선호도 때문이지, 다른 차종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자동차업체가 적극적으로 택시 차종을 다양화 한다면 어떤 차종이든 국내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중형 세단 일색인 국내 시장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 택시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쏘나타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신 이전 세대 모델로 수요를 맞추고 택시 전용 모델을 검토 중이다. 택시 전용 모델을 만든다면 굳이 세단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국내 시장은 특정 모델 편중이 심하다. 비인기 모델은 여간해서는 상황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건과 해치백은 여전히 비인기 차종에 머물고, MPV도 수요는 있지만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있던 모델마저 없어지는 등 시장이 줄어든다. 해치백은 특성상 준중형급에 짐 공간도 부족해 국내에서 택시로는 맞지 않는다. 왜건과 MPV는 택시로 쓰기에 알맞다. 공간도 중형 세단에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활용도가 높다. 유럽에서는 이들 차종을 택시로 많이 쓴다. 우리나라 실정에 딱히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차종이다.



이들 차종을 택시로 많이 보급해서 도로에 많이 돌아다니면, 틀에 박힌 선입견도 서서히 깰 수 있다. 택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비인기 차종으로 외면받을 때보다는 이미지를 개선 효과가 크다. 자동차업체에는 취약 분야를 넓힐 기회로 작용한다.



차종 다양화는 자동차업체가 늘 지고 가는 숙제다. 세단처럼 잘 나가던 분야가 줄어들기도 하고, SUV처럼 세력을 키우기도 한다. 세단과 SUV 같은 거대 세그먼트에 주력하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작은 분야도 골고루 키워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새로운 세그먼트는 키우기가 쉽지 않으므로, 취약한 세그먼트를 키우는 게 그나마 낫다. 택시는 세그먼트를 키우는 해법을 제시한다.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세그먼트를 키우기에 알맞다.

우리나라는 차종이 한정적이다. 세단과 SUV 일색이다. 택시도 중형 세단으로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런던 택시처럼 특정한 개성을 띄지도 않는다. 도로 풍경 다변화를 위해서도 택시 차종은 다양해져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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