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BMW 3시리즈에 추월 당한 뒤 되레 안도감 느끼는 이유
기사입력 :[ 2019-05-07 07:21 ]


겉과 속이 한결같이 역동적인 BMW 뉴 3시리즈

가슴 졸이며 기다려왔고 시승을 마친 지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델이 있다. 바로 BMW 7세대 3시리즈(코드네임 G20)다.

물론 지난 6세대 3시리즈(코드네임 F30)도 훌륭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기대하는 3시리즈의 기준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었다. 뭐라고 할까, 6세대 3시리즈는 럭셔리 세단이었다. 지나치게. 그래서 3시리즈 자신이 아니라 간혹 5시리즈의 동생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만큼 BMW의 3시리즈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3시리즈는 BMW를 대표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모든 브랜드에는 대표 모델이 있다. 대표 모델은 반드시 가장 값비싸고 크고 강력한 기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모델이 그 막중한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 BMW에게는 바로 3시리즈가 그렇다.



시승을 마친 뒤에 나는 ‘3시리즈가 돌아왔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은 그 이상이었다. 이전 세대가 자신의 캐릭터를 타협하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안정감과 승차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어떤 3시리즈보다 자신감 넘치고 명확하며 단호하게 코너를 파고들며 달리는 쾌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바로 BMW의 슬로건이 말하는 순수한 달리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BMW는 뉴 3시리즈에게 ‘The Ultimate Sports Sedan’, 즉 ‘궁극의 스포츠 세단’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다시 부여한 것이다.



일단 조종 성능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하나 더 검증할 것이 남아 있었다. 바로 디자인의 역동성이다. 달리는 맛이 좋아진 만큼 다이내믹한 디자인이라는 그릇에 담겨야 비로소 스포츠 세단의 원조인 3시리즈가 완벽하게 컴백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 3시리즈는 차체가 훌쩍 커졌다. 제원상으로 이전의 어떤 3시리즈보다 크고, 사상 처음으로 독일 3사의 동급 라이벌과도 크기에서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커졌다. 지금까지는 럭셔리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상징처럼 최대한 콤팩트한 차체를 유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걱정했다. 차체가 크면 아무래도 디자인 밀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디자인의 스포츠성을 희생하여 거주성과 안락함 그리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얻는 방향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3 시리즈는 디자인에서도 이율배반을 이루어냈다. 마치 안락하면서도 통쾌한 주행 감성만큼이나 훨씬 커진 차체를 갖고도 한층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원천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는 두툼하지만 간결하고 단호한 라인들, 둘째는 강렬한 디자인 요소들이 긴밀하게 결합해 만드는 일체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체의 전체적 실루엣이다. 이들을 통하여 7세대 3시리즈는 커진 차체에게 불구하고 이전 어떤 BMW보다도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디자인적 일체감을 완성했다.



먼저 굵고 단호한 라인들은 차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액티브 셔터를 품은 역사상 가장 큰 키드니 그릴은 후드와 범퍼에 매끈하게 일체화한 형태이지만 굵은 테두리를 이용하여 이전보다 훨씬 명확한 존재감을 깔끔하게 완성해낸다. 비슷한 굵은 테두리는 실내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누가 보아도 BMW의 인테리어이지만 굵은 라인들이 에어 벤트와 공조장치, 센터 콘솔을 둘러싸면서 훨씬 간결하면서도 조직화한 밀도감을 완성한 것. 이런 밀도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정의한 면과 센터 콘솔의 스위치 어레이는 입체감과 기능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화려한 선보다도 굵고 단정한 면 같은 선이 훨씬 단호하면서도 믿음직한, 역동적 안정감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입체적 일체감’. 뉴 3 시리즈의 얼굴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굵은 테두리로 정리된 대형 키드니 그릴을 중심으로 이제는 대형 헤드라이트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디자인적 일체감을 보여준다. 헤드라이트 유닛 하단의 패인 형상은 만일 혼자 있었다면 분명 오버 스타일링이라고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범퍼로부터 올라오는 대각선의 강렬한 캐릭터 라인의 끝을 품는 순간, 범퍼와 헤드라이트 유닛이 역동적으로 하나가 되는 흥분으로 다가왔다. 즉 각각 디자인 요소들로는 매우 화려하거나 혹은 과도할 수 있었던 것들이 역동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하나로 융합된 것이다. 그래서 절대 평면적이지 않고 차분하지만은 않은 입체적인 일체감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단호하고 강렬한 세부 디자인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은 패스트백 쿠페를 연상시키는 차체 실루엣이다. 워낙 비율이 좋아서인지 잘 느낄 수는 없지만, 사실 3시리즈 차체는 캐빈이 상당히 뒤로 치우친 쿠페형 라인을 사용한다. 즉 긴 엔진룸과 뒤로 물러난 캐빈, 차체 끝까지 이어지는 패스트백 루프 라인이 완성한 차체 비율은 조형 그 자체로 대단한 역동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번 3시리즈에서 이런 역동감을 언뜻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L형 테일 램프가 대표하는 안정적인 뒷모습 때문이다. L형 테일 램프의 수평 라인과 범퍼에 매끈하게 일체화한 리어 디퓨저 등 3시리즈의 뒷모습은 한 덩어리의 일체감과 안정감으로 3 시리즈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모델임을 보여주며 디자인을 마무리한다. 그렇구나. 3시리즈에게 쫓길 때는 긴장감을 느꼈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추월을 당한 뒤에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지금까지 뉴 3시리즈의 디자인을 살펴보았다. 커진 차체로도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 이를 통하여 BMW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슴 뜨거운 역동성을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7세대 3시리즈는 이것을 해냈다.

대표모델이 된다는 것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사진 pennstudio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