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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BMW 3시리즈가 남긴 44년의 발자취
기사입력 :[ 2019-05-07 08:08 ]


매 세대마다 BMW의 정수를 온몸으로 표현한 뉴 3시리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의 위기를 넘긴 BMW는 1960년대 들어 노이에 클라세와 02 시리즈의 성공을 발판으로 성장을 시작했다. 물론 1970년대에 접어들 무렵만 해도 BMW는 생산 차종 수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고,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다른 브랜드들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회사였다. 그러나 BMW에게 1970년대는 이전 시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 전환기였다. 1972년 열린 올림픽에 즈음해 뮌헨에 멋진 새 본사 건물을 완공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공장을 지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비틀거리는 가운데에서도 BMW는 새 모델들을 꾸준히 개발했다. 1972년에 첫 선을 보인 5시리즈와 더불어, 197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3시리즈는 신세대 BMW의 대표 주자였다. 특히 3시리즈는 이전 세대라 할 수 있는 02시리즈에 호평을 안겨주었던 핵심 가치와 특징이 한층 더 발전해, BMW가 세계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 가치와 특징은 바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과 역동적 주행 특성에서 비롯되는 운전의 즐거움이었다.



당시 자동차는 시장은 물론 설계에서도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석유파동이 기폭제가 되어 실용적이고 효율 높은 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많은 자동차 회사가 가볍고 공간효율이 뛰어난 앞바퀴 굴림 차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BMW는 3 시리즈를 만들면서 뒷바퀴 굴림 방식을 고수했다. 02 시리즈의 민첩하고 역동적인 주행특성이 바로 뒷바퀴 굴림 동력계 구성을 중심으로 하는 세련된 설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데뷔 당시만 해도 소형차 크기였던 3시리즈는 동급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고급스러움을 담아 차별화된 개성을 보여줬다. 폴 브라크의 손에서 탄생한,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도 돋보였다.



3시리즈는 태어날 때부터 중요한 임무를 안고 있었다. 라인업의 가장 작은 모델인 만큼, 3 시리즈는 BMW 차를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즉 BMW라는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차였던 셈이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은 물론, 북미와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판매망을 넓히는 과정에서 3시리즈의 역할은 다른 어느 모델보다도 더 중요했다. 물론 주어진 역할을 BMW의 기대 이상으로 해냈음은 성공적인 판매로 입증됐다.



이후 3 시리즈는 BMW의 성장을 이끌면서,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차지했다. BMW 내에서도 3시리즈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2015년에 1,000만 대를 넘어선 3 시리즈 세단의 누적 판매량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모든 차체 형태를 합치면 지금까지 1,550만 대가 넘게 판매됐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BMW 최다 판매 모델 자리를 5시리즈에 넘겨주기는 했어도, 3시리즈는 여전히 전체 BMW 판매를 이끄는 역할에 충실하다.

이와 같은 성공은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부 1세대 모델에서 처음 쓰인 두 쌍의 원형 헤드램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옆 유리의 호프마이스터 킥, 2세대 모델부터 시작된 다양한 차체 형태 등 여러 디자인 요소를 통해서도 전통과 변화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모든 변화는 기술과 함께 이루어졌다. 1977년에 직렬 6기통 엔진을 동급 최초로 쓴 것을 비롯해 연료분사 기술과 엔진 제어 시스템, 경제성뿐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 디젤 엔진,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을 사용한 경량 차체 구조 등은 동급에서도 시대를 앞서 왔다. 1985년에 지금은 엑스드라이브(xDrive)라는 이름으로 발전한 네바퀴 굴림 시스템을 동급 처음으로 쓴 것도 3시리즈였다. 그러면서 뒷바퀴 굴림 구동계에 뿌리를 둔 스포티한 성능과 민첩한 핸들링, 정교한 스티어링과 강력한 브레이크는 꾸준히 발전하며 시대에 걸맞은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탄생한 지 벌써 44년. 흘러간 세월만큼 자동차 세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3 시리즈의 역할이 과거와 같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당장 BMW 브랜드 안에서만 봐도 그렇다. 데뷔 당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었던 BMW 라인업은 이제 1에서 8에 이르는 숫자가 모델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고, X1부터 시작하는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도 X7까지 빈틈이 없다. 첨단 전동화 기술과 혁신적 개념으로 무장한 i 모델까지 포함하면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모델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는 전에 없던 경쟁자들이 생겼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1세대 3 시리즈는 프리미엄 소형 세단 시장을 거의 독주하다시피 했지만, 지금 3시리즈에게 도전하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국적은 독일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심지어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해졌다. 크로스오버 SUV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단 판매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4도어 세단이 중심 모델인 3 시리즈에게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차체나 다른 브랜드가 갖지 못한 매력과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관과 평가기준에 맞는 특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지금의 뉴 3시리즈에게 주어진 임무다.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진 만큼, 7세대로 다시 태어난 3시리즈는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 모두 많은 것이 달라지고 새로워졌다. 특히 요즘 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효율과 안전, 커넥티비티와 사용자 경험(UX)의 변화가 뚜렷하다. 이처럼 가장 새롭고 앞선 기술을 담으면서도, 스포티하고 민첩한 핸들링, 프리미엄 감각의 품질과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무척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 과거 모든 3시리즈를 설명할 때 똑같이 쓰인 표현이니 충분히 그럴 만 하다.



7세대 모델 출시에 즈음해 프로젝트 책임자인 토마스 바우머(Thomas Baumer)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3시리즈는 BMW의 진정한 핵심이자 영혼을 담은 차입니다.” 그의 말은 새로운 3시리즈에 주어진 임무와 그 임무를 맡기기 위해 BMW가 쏟아 부은 노력을 완벽하게 요약한다. 누구든 뉴 3시리즈를 경험해 본다면, BMW의 현주소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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