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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 욕먹는 현대기아차, 현실선 왜 이리 잘 팔릴까?
기사입력 :[ 2019-05-08 10:05 ]


현대기아차가 독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전승용의 팩트체크] 인터넷에서 그렇게 욕을 먹는 현대기아차,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 잘 팔릴까요. 자동차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정말 사면 안 되는 최악의 자동차 같은데 말이에요.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자동차 관련 공간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을 겁니다. 품질 불만, 안전 문제, 높은 가격, 독과점, 내수 차별 등 이유도 다양하겠죠.



‘현대차그룹, SUV 4종 출격 대기..'세단→SUV' 체질개선 본격화’란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엔진이나 제대로 만들어라, 엔진은 10년 전이나 똑같고 껍데기만 바꾸고’라던가 ‘과자냐? 과대포장! 만날 껍데기만 바꿔’라는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부동산 회사가 어련하겠냐’거나 ‘현대차 노조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차를 제대로 안 만든다’는 내용의 댓글도 눈에 들어오네요.

차도 욕을 먹고, 회사도 욕을 먹고, 직원도 욕을 먹습니다. 뭐 하루 이틀 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제는 유일하게 ‘진짜’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가 이렇게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전에 ‘현대기아차를 왜 미워하나요?’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떠오릅니다. 2014년 9월쯤으로 기억되는데요. 18일 만에 1795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물론, 그때 상황은 지금과는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게 바뀌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현대기아차를 미워하는 이유 1위는 ‘국내 시장을 차별해서’가 차지했습니다. 무려 45%에 달하는 807명이 내수 차별을 이유로 꼽았네요. 다음으로는 ‘물새고 녹슬고, 품질 문제’가 19%인 342명, ‘에어백과 급발진, 안전 문제’가 11%인 192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문제들이었죠.

이밖에 가격이 비싸서(9%), 독과점 기업이어서(4%), 그냥 미워서(3%), 핸들링 브레이크, 주행 문제(3%) 등의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미워하지 않는다는 겨우 112명으로 6%에 그쳤네요.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이런 미움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특히,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80%를 훌쩍 넘길 정도로 상대가 안 됩니다. 요즘은 수입차 시장도 저조해 전체 점유율도 높더군요.

올해 1~4월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제네시스, 상용차 포함) 점유율은 무려 51.5%에 달했습니다. 총 49만6355대가 팔렸는데, 이 중 25만5370대가 현대차였던 겁니다. 한마디로 올해 판매된 자동차 두 대 중 한 대는 현대차였다는 것이죠. 엄청난 숫자입니다.

여기에 기아차가 15만7465대 팔리며 31.7%를 더해줬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하니 83.2%나 되네요. 그나마 쌍용차(3만7625대)가 7.6%로 선방했을 뿐 한국GM은 2만3083대로 4.7%, 르노삼성은 2만2812대로 4.6%에 머물렀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용차가 있지 않냐고요? 맞습니다. 전체 판매량에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조사해보니 상용차를 제외한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더군요. 현대차는 47.1%, 기아차는 33.1%로 이 역시 80%를 넘깁니다. 나머지 3사의 판매량이 워낙 적어 점유율에 영향 주지 못하는 것이죠.



최근 10년 동안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가장 줄어든 때는 아마 2016년이 아닐까 싶네요. 쌍용차가 티볼리를 내놓으며 B세그먼트 SUV 시장을 점령했고, 르노삼성은 SM6와 QM6를 앞세워 판매량을 늘렸습니다. 한국GM 역시 신형 말리부로 중형 세단 시장을 공략했죠.

2015년 78.6%였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16년 75.1%까지 줄었습니다. 상용차를 제외하면 71.4%까지 떨어지네요. 그야말로 현대기아차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죠.

그러나 여기서 끝이었습니다. 쌍용차가 제몫을 해줄 뿐,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역대 최악의 환경에서 위태롭게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다시 83%까지 올랐습니다.



당분간은 나머지 브랜드가 현대기아차를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현대기아차의 속도를 도저히 쫓아갈 수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비교해도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껍데기만 바꾼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하루가 멀다 하게 바뀝니다. 소비자들의 불평불만은 여전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연식이 바뀔 때에도 디자인 및 사양을 개선합니다. 6~7년 이상 걸리던 풀체인지 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신차 출시-연식 변경-페이스리프트-연식 변경-풀체인지' 순서로 계속 바꿉니다. 가끔 이해 안 되는 헛발질도 있지만, 이런 대부분의 변화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성 개선을 동반합니다.

당연히 시장 대응 속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GM은 신차 도입이 답답할 정도로 느린 데다가,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정책을 펼칩니다. 르노삼성은 한정된 라인업으로 외롭게 버티는 형편입니다. 쌍용차는 워낙 주머니가 가벼운 탓에 새로운 시도가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바꾸죠. 그만큼 소비자에,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경쟁자를 제거(?)하는데도 효과적이고요.

이는 권한과 자금 문제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직접할 수 있는 권한과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게 있냐는 것이죠. 이것이 현대기아차와 나머지 브랜드의 격차를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여론과 실제 판매량 사이에 더 큰 괴리가 생긴 듯합니다. 인터넷은 특정 장단점이 너무 크게 부각됩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맹목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평소에는 현대기아차를 비판하더라도 막상 본인이 차를 살 때가 되면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따지기 마련입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합니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입니다. 과연 그 누가 수천만원이나 하는 자동차를 아무 생각 없이 사겠습니까. 또, 누가 꼬시거나 강요한다고 쉽게 넘어가겠습니까. 꼼꼼하게 따지고 비교하죠. ‘좋은 차가 적게 팔릴 수는 있지만, 나쁜 차가 많이 팔리기는 어렵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기아차가 충분히 좋은 차에 포함된다고 생각됩니다.

매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는 듯하지만, 조금만 더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로 욕한다고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아무리 욕해도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80%가 넘잖아요. 당신은 아닐지 몰라도 당신 주변에 있는 10명 중 8명은 현대기아차를 샀을 겁니다. 그들을 모두 바보로 만드실 건가요? 현대기아차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현명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게 더 우리에게 도움이 될테니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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