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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택시 딜레마
기사입력 :[ 2019-05-17 09:58 ]


피할 수 없는 택시업계 변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국제 혁신 스코어보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발표에서 대한민국은 최상위 그룹 바로 다음인 이노베이션 리더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자율 주행 자동차(A), R&D 투자(A+), 드론(A)이나 인프라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승차 공유는 F로 평가받으며 전체 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승차 공유 부문에 있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것은 승차 공유가 택시업계의 이해와 상충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사정

우리나라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승차 공유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국내 택시 노동자들은 약 25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상당수는 50~60대의 중장년층입니다.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한 막막함은 누구에게나 굉장히 두려운 문제이지만 이들에게는 특히 더 두려운 일입니다. 물론 승차 공유가 본격 도입되더라도 이들은 플랫폼 노동자로서 지금과 비슷한 수입을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래일 뿐입니다.

택시 사업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인 택시 사업자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요구하는 자격을 충족해 정식으로 일반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고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또한,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상당수는 개인택시 면허를 약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승차 공유로 인해 기존의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은 이들로서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로 인한 개인택시 면허의 가격 하락은 재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두고 볼 수만 없는 딜레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택시 시장을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택시에 대한 고려는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택시 시장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택시업계는 우리나라에 몇 없는 구직난이 아닌 구인난이 심각한 업계입니다. 쉽게 얘기해 이 취업난의 시대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라는 것이죠. 이는 다시 말해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 덕분에 국내 택시 업계 종사자의 나이는 지속해서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약 5년 후에는 택시 운전사가 없어 운행 가능한 택시가 부족한 공급 절벽이 닥칠 수 있습니다. 법인 택시 면허 대수 대비 법인 택시 기사의 숫자가 1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 수치가 1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도산하는 법인 택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매년 유가 보조금, 부가세 감면, 기타 보조금 등을 합쳐 매년 약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택시 업계에 보조해주고 있습니다. 택시업계에 공급 절벽이 닥치게 되면 택시 산업을 구조 조정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택시업계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높은 사납금으로 인해 택시 노동자들이 긴 노동시간에 비해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납금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는 현재 택시 시장이 근본적으로 업체 간의 경쟁이 아닌 거리의 택시 기사들 간의 경쟁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높은 사납금을 받는 것이 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택시 소비자인 국민이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결국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지속해서 누적되어만 왔습니다. 택시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를 위해서도 정부에서 변화를 유도해야만 하는 것이죠.



◆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움직임

요약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택시 시장의 상황은 변화는 필요하지만, 이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택시업계 종사자의 생존권과 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딱히 해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인 것이죠.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승차 공유를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들이 등장하며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비록 카풀은 사회적 대타협 이후 급격히 축소되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타다는 계속해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타다와 유사하게 기사 포함 렌터카 모델을 활용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택시의 단거리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택시업계에서는 플랫폼 택시, 브랜드 택시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시도가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기존 택시 시장이 모빌리티 시장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갈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앞으로 얼마나 될 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대화와 고민 그리고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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