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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아끼지 않는 캐딜락 CT6 통해 한 수 배웠습니다
기사입력 :[ 2019-05-19 09:58 ]


차도 인생을 배우는데 – 캐딜락 CT6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얼마 전 캐딜락 CT6의 시승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서 정작 배우고 온 것은 인생, 아니 차생(?)이었습니다. 교훈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캐딜락이 그렇게 핫 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지난해에 가장 성장률이 높았던 수입차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물량 자체도 아직은 적은 편이고 브랜드의 위상도 한창 변화의 와중에 있어서 그런지 또렷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마감 원고다 컨설팅 리포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CT6의 시승회에 다녀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캐딜락 CT6와의 인연에서 시작됩니다.

지난 2016년 1월, 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캐딜락 CT6 글로벌 시승회에 다녀왔었습니다. 그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 바퀴 윗부분에 각각 적용된 길이가 1.5미터나 되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프레임이었습니다. ‘구조 설계 엔지니어들 한풀이했네’라는 말이 제 입에서 실제로 새나왔던 진심이었습니다.



이것은 좋은 뜻이기도 했지만 아니기도 했습니다. ‘강성이 우수한 차체는 모든 면에서 좋은 차의 근본’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캐딜락의 새로운 기함인 CT6가 타협하지 않고 추구했다는 점이 반가웠지만 동시에 ‘이거 과잉살상용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느껴졌던 겁니다. 이 불안감은 두 가지 측면이었습니다. 첫째는 그렇지 않아도 독일차보다 더 독일차처럼 엔지니어링으로 독일차를 이기고 말겠다는 21세기의 캐딜락이 더 하이테크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둘째는 여기다 이렇게 돈을 퍼 부으면 이 차는 다른 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거나 아니면 돈을 벌지 못하는 원가 과다의 제품이 되어 버릴 우려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 우려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LA 공항으로 저를 픽업하러 온 CT6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엄청나게 단단한 차체는 두껍기까지 했습니다. 실내 공간이 거대한 차체에 비해 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행 감각은 럭셔리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단했고 바닥의 진동이 적지 않게 올라왔습니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운동선수가 연상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직접 운전석에 앉아 와인딩을 달릴 때는 매우 뛰어난 조종 성능에서 그 가치를 알 수 있었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이 굳이 이랬어야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습니다. 마치 밥을 먹는 데에 포크레인을 들고 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견고한 차체만큼이나 다른 부분에도 원가를 아끼지 않았던 CT6는 가격이 꽤 높았음에도 캐딜락과 GM의 입장에서는 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모델이었습니다.(물론 CT6에서 개발된 기술은 이후 다른 모델들로 전해지는 이전 효과로 간접 수익에 기여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페이스리프트 된 ‘reborn CT6’는 정말 달랐습니다. 승차감이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운전석에서 빠르게 달려야만 좋았던 CT6였다면 이제는 운전석에서도 큰 차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다루기 쉬워져서 이전과는 다른 측면으로 운전이 즐거웠습니다. 또 이제는 뒷좌석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어진 CT6로 진화했습니다. 이전에는 몸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불필요한 긴장에서 해방되었다고 할까요?



지난 십 년, 그리고 CT6까지 최근 캐딜락 모델들은 전체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독일차를 이기자, 그것도 독일차가 가장 자신 있다는 기술에서 독일차를 이기자는 야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집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것 같다는 느낌을 이번 CT6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미국차에서 연상할 수 있는 든든함과 캐딜락에서 떠올릴 수 있는 느긋함, 그리고 여전히 차체 패널 아래에 숨어 있는 ‘과잉살상용’ 고강성 첨단 차체 기술이 주는 현대적 조종 감각이 잘 어울어진 ‘첨단 미국형 럭셔리 세단’의 느낌이었습니다. 즉, 자기의 것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Reborn’이라는 말이 새삼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캐딜락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새로운 탄생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에서 진짜로 시작되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자동차가 이런 것을 배우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어 하며 내 안의 것은 하찮게 생각하는 ‘자존감 부족’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자신을 가집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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