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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엠블럼 교체, 신의 한 수일까 만시지탄일까
기사입력 :[ 2019-05-20 09:54 ]
엠블럼 바꾸면 과연 더 잘 될까

“엠블럼은 브랜드의 상징이어서 쉽사리 손을 대기 힘들다. 그렇지만 현재 엠블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면 과감하게 바꿔볼 만하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동차에서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 부분은 어디일까? 절대 금액으로 따지면 엔진이나 변속기 등 동력 관련 계통 부품이 비싸다. 요즘에는 명품 오디오를 채택하는 차가 늘면서, 오디오 시스템 가격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적인 금액으로 따지면 엠블럼이 아닌가 싶다. 특히 고급차 엠블럼은 가치가 매우 커서 손바닥보다도 작은 표식이지만 차 값 전체가 엠블럼 안에 담겼다고 봐야 할 정도다. 차를 고를 때 엠블럼, 즉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아예 차를 살 때 브랜드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고르는 경우도 많다.

엠블럼은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대외적으로 자동차의 소속을 나타내는 신분증이다. 자동차는 대중차부터 고급차까지 급이 나뉜다. 엠블럼은 급을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차를 소유한 사람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엠블럼만큼 자랑하기 좋은 수단도 없다.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 엠블럼은 선망의 대상이다.



엠블럼에는 수십 년 또는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브랜드 역사가 담겨있어서 ‘엠블럼=자동차’로 통한다. 사람들 머릿속에 브랜드의 상징으로 깊이 박혀 있어서 업체들은 엠블럼을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시대에 맞게 세련되게 다듬기는 해도 대부분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실제로 엠블럼 교체는 큰 비용이 든다. 엠블럼은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의 한 부분이다. 엠블럼 교체가 기업 로고 변경의 일환이라면, 회사의 상징체계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므로 아주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동차라면 자동차 엠블럼부터 시작해 대리점 간판 등 크고 작은 것들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이라면 이에 따른 비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른다. 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위험한 모험이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장점도 있다. 구식 이미지를 버리거나 브랜드 호감도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비용을 치르면서도 로고를 바꾼다.



엠블럼이 차의 가치나 사람들의 인식 정도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고급차 라인업에서 가장 아랫급 소형차는 엠블럼의 가치가 위급보다 못하다. 구색 맞추기나 수익 확대 모델 또는 싼 맛에 타는 고급차 취급받는 경우 엠블럼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반대로 대중차지만 잘 만든 차는 엠블럼이 한계로 작용한다. 고급차 엠블럼을 달았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 선보인 현대자동차 DN8 쏘나타는 출시 초기 엠블럼 합성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애스턴마틴과 벤츠 엠블럼을 합성했는데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얻었다.



최근 기아차가 엠블럼을 교체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 선보인 ‘이매진 바이 기아’ 콘셉트카에 새로운 엠블럼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교체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기아차 엠블럼에 대한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디자인 개선과 상품성 향상 등으로 브랜드 수준은 높아졌는데 엠블럼이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색이 약하고 세련되지 못해서 최신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KIA’ 알파벳 세 글자로 구성한 엠블럼은 1986년 등장했다. 지금 형태의 바탕이 된 타원형 안에 KIA를 넣은 엠블럼은 1994년 나왔다. 이 형태가 2004년 살짝 변형을 거친 후 지금까지 쓰인다. 25년을 비슷한 형태로 이어오고 있다. 2000년 들어 원 안에 K자를 넣은 내수용 엠블럼이 잠시 쓰이기도 했지만 내수용과 수출용 엠블럼을 통합하면서 사라졌다. 오피러스나 모하비, 스팅어 등 일부 차종은 별도 엠블럼을 쓰는데, 아주 특색 있다거나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대중차 엠블럼이 소유욕을 자극하는 표식보다는 구분 성격이 강하다. 기아차라는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기만 해도 제 역할을 다 해낸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시장은 대중차 브랜드도 고급화를 지향한다. 대중성만 강조해서는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힘들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에 주력한다. 기아차도 과거와 다르게 수준이 높아졌다. 변화하면 그것에 맞게 부수적인 요소도 따라가야 하는데 엠블럼은 그러지 못한 인상을 준다. 기아차를 사면 엠블럼부터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발전상과 현재 엠블럼과는 괴리감이 크다.

엠블럼 교체에 따른 비용 효과가 우선이겠지만, 지금 기아차라면 과감하게 이미지 변신 효과를 노려볼 만하다. 새 옷으로 다 갈아입고 정작 유행 지난 오랜 구두를 신은 듯 부자연스럽다. 구두만 새로 갈아 신어도 스타일이 확 살아난다. 엠블럼 교체도 비용이 좀 들겠지만, 비용 대비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엠블럼이 아니더라도 기아 브랜드 자체로 인지도가 높지만, 해외 시장은 그렇지 않아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자칫 쌓아 올린 인지도마저 원점으로 되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엠블럼 교체에 신경 쓰지 말고 미진한 다른 분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치밀하게 준비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찾는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엠블럼은 브랜드의 상징이자 자동차의 얼굴이다.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점이다. 전통은 이어가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도약하고자 한다면 과감하게 바꿔보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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