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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유럽 운전자들의 적나라한 자기 고백서
기사입력 :[ 2019-05-23 09:56 ]
유럽에서 가장 위험하게 운전하는 나라는?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유럽은 자동차 면허를 따는 게 쉽지 않다.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시험이 어렵고 비용 또한 많이 든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배워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면허증을 손에 넣은 운전자들이니 그만큼 운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잘못된, 혹은 위험한 운전을 스스로 하기도 하고 다른 운전자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일도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유럽이라도 지역과 국가에 따라 운전 태도와 문화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프랑스의 VINCI AUTOROUTES 재단은 2014년부터 ‘유럽인 그리고 책임 있는 운전 태도’라는 제목으로 매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별 천 명 이상의 응답자들로부터 운전과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공개한다. 올해는 11개 나라 모두 1만2,418명의 유럽 운전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 치명적 교통사고 주요 원인 3가지

유럽인들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운전 부주의(54%)’. 운전 중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잡념, 동승자와의 대화 등에 빠져 전방 주의를 게을리 하다 많은 사고가 난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49%가 ‘음주운전 및 약물 중독 영향’이라고 답했다. 여기서의 약물은 마약류, 혹은 운전에 영향을 끼치는 치료 목적의 약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나마 2017년보다 7%가 줄어든 대답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피곤함’으로 6%였다.

네덜란드 운전자의 80%는 운전 부주의가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만든다고 답한 반면, 폴란드 운전자는 이 부분에 30%만 동의했다. 이탈리아(72%)와 스페인(60%)도 운전 부주의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폴란드의 경우 가장 큰 사고의 요인으로 과속(68%)을 꼽았다. 프랑스인들은 67%가 음주운전 및 약물 중독을 가장 큰 사고의 요인으로 봤다. 특이한 것은 프랑스를 제외하면 2년 전 조사 때보다 ‘음주운전 및 약물 중독’ 항목이 모두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고속도로는 어떨까? 응답자의 40%가 역시 ‘운전 부주의’를 꼽았다. 그다음이 ‘음주운전 및 약물 중독(24%)’이었으며 ‘피곤함(20%)’의 경우 2년 전보다 18%나 줄었다.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의 나라 독일은 예상대로 고속도로의 치명적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을 과속(58%)으로 봤다. 그리스인들도 같은 대답을 했다. 네덜란드 운전자들은 고속도로든 시내든, 일관되게 ‘운전 부주의’가 가장 큰 안전의 적이라고 봤다.



◆ 영국 운전자들 “우리가 가장 젠틀해”

이번에는 국가별로 자신들의 운전 태도를 평가한 대목이다. 독일 응답자의 82%가 ‘운전을 주의 깊게, 세심하게’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2위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68%가 ‘조용하게 운전하는’ 타입이라고 답해 이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67%로 그 뒤를 이었다.

‘예의 바른 운전’을 한다고 답한 영국인들은 50%로 이 항목에서 가장 많았다. 2위는 벨기에로 44%였으며 주의 깊은 운전을 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던 이탈리아의 경우 예의 바른 운전자냐는 질문에 17%만이 그렇다고 답해 가장 응답률이 낮았다. 독일인들 또한 18%만이 자신들은 신사적인 운전자라고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16%가 운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 그 비중이 11개 나라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그리 높은 응답은 아니었지만 6%의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운전이 공격적이라고 답해 이 항목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우리는 예의 바른 운전자

1위 : 영국 (50%)
2위 : 벨기에 (44%)
3위 : 폴란드 (36%)
4위 : 스웨덴 (31%)
5위 : 그리스 (26%)



◆ 무책임한 스웨덴인, 주의 깊은 독일인

이번에는 자신들을 제외하고 이웃 나라 운전자들의 태도에 대해 평가했다. ‘무책임한 운전’을 하는 곳은 어디냐고 물었을 때 전체 응답자의 58%가 스웨덴을 꼽았다. 의외였다. 독일이 52%로 2위, 네덜란드가 42%로 3위에 올랐다. 폴란드 운전자들이 가장 공격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68%나 됐으며, 그리스(58%)와 슬로바키아(56%)가 그 뒤를 이었다.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나라’는 어디냐는 물음에 전체의 50%가 그리스를 꼽았고, 이탈리아가 44%로 2위, 프랑스가 40%로 3위였다. 위험한 운전자 항목에서 스웨덴과 독일은 가장 낮았다. 또한 유럽인들은 독일 운전자(24%)가 가장 ‘주의 깊게 운전’하는 것으로 의견을 냈다.

벨기에와 스페인이 22%로 뒤를 이었다. 무책임한 운전을 한다고 평가를 받은 스웨덴 운전자에 대해서는 ‘예의 바르게 운전’한다고 23%가 응답했다. 그 뒤를 영국인이라고 21%가 답했다. 네덜란드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15%가 ‘예민해 상처 잘 받는 운전자들’이라고 답했다. 전체 평균 7%의 두 배가 넘는 응답률이었다.

너희는 예의 바른 운전자

1위 : 스웨덴 (23%)
2위 : 영국 (21%)
3위 : 벨기에 (18%)
4위 : 폴란드 (13%)
5위 : 독일/네덜란드 (8%)

가장 위험하게 운전하는 나라

1위 : 그리스 (50%)
2위 : 이탈리아 (44%)
3위 : 프랑스 (40%)
4위 : 폴란드 (39%)
5위 : 슬로바키아 (28%)

◆ 다른 운전자 모욕주고 분노하고

운전을 하다 보면 다른 운전자에게 화를 낼 만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리스 운전자들은 그 화를 참지 않고 즉각 표현한다. 그리스 응답자의 71%가 다른 운전자를 모욕해봤다고 답했다. 프랑스(69%), 독일과 이탈리아(65%)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스 운전자들은 앞차에 바짝 붙어 위협 운전을 하는 경우도 51%로 가장 높았으며, 스페인의 경우 경적을 울리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가장 많이(68%)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폴란드인들은 운전을 하다 차에서 내려 다른 운전자와 말싸움이나 몸싸움을 한 경우가 있다고 답한 게 3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탈리아(27%) 운전자들이 따랐다.



◆ 과속, 안전거리 무시, 깜빡이 미사용 비율도 높아

프랑스, 스웨덴, 폴란드의 운전자 92%는 최고제한속도를 넘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독일도 91%였으며 11개 나라 평균 89%의 응답자가 과속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열에 아홉은 과속을 해봤거나 한다는 뜻. 사실상 거의 모든 운전자가 과속 경험이 있다고 봐야 한다.

차간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경험도 높았는데 11개 나라 평균 64%였다. 스웨덴이 79%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76%)와 독일(74%)이 그 뒤를 따랐다. 독일인들 아우토반 달릴 때 앞차 뒤에 바짝 붙어 운전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되는데, 자신들 스스로 그 점을 이렇게 인정하고 있다. 꼭 고쳐야 할 대목이다.

방향지시등 사용을 안 한 경험도 유럽 전체적으로 55% 수준이었고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게 엄격하게 금지된 유럽에서 이를 무시한 경우도 55%나 됐다. 놀랍게도, 운전 중 신문을 읽거나 서류를 검토하는 운전자 비율이 평균 9%나 됐다. 그리스인들의 13%가 음주운전을 경험해봤다고 답해 가장 높았는데, 반대로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그리고 독일과 스웨덴에서의 음주운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외에도 많은 항목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데, 전체적으로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운전 태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면허 취득이 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이나 독일의 경우 운전에 집중도가 높고 세심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반대로 과속도 많고 앞차와의 간격을 너무 좁게 운전하는 경우 또한 많았다.

자신의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이런 다소 과격한 운전 태도를 만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운전만큼은 늘 ‘내가 가장 못 한다’는 마음으로 겸손해야 한다. 먼 유럽 운전자들의 태도에 대해 알아봤지만 질문은 우리와도 관련이 깊다. 오늘 나온 질문을 나 자신에게도 던져보자. 과연 나는 어떤 운전자인가? 우리의 운전 환경은 어떤가? 대한민국 운전자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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