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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는 왜 이렇게까지 타다를 비토하는 걸까
기사입력 :[ 2019-05-24 09:46 ]


택시 종사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택시업계에 2010년대는 투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2014년 우버의 한국진출부터 2017-2018 카풀 투쟁 그리고 지금의 타다 반대 투쟁까지 택시업계는 새롭게 등장하는 이동 수단들에 치열하게 반대하며 싸워왔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대체재가 등장하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또한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 면허를 거래한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 왜 정부가 이를 보전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꽤 복잡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들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일관됩니다. 어찌 됐건 택시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만든 시스템 속 규칙을 지켜왔으니 정부도 지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택시업계의 이러한 요구에 쉽게 부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택시가 면허 사업인 이유

택시는 면허 사업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정한 울타리 내에서 사업해야 합니다. 택시가 면허 사업인 이유는 아무나 택시를 운영할 경우의 혼란을 방지하고 교통수단으로서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원이 불명확한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싶은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거리의 택시가 회사마다, 혹은 운전사마다 요금이 다르면 교통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차량으로 운행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차량에 관한 규정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교통수단으로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는 택시 시장에 개입하여 규칙을 만들고 감독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쟁의 핵심 요소인 가격 통제권까지 정부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물가 관리의 차원에서 택시 요금을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택시업계는 정부에서 정한 각종 규칙을 따르는 대신 여객 운수사업법에 따라 보호를 받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보조금 지원을 받기도 해왔습니다.

즉 일반적인 민간 영역과는 다르게 정부와 택시 업계 사이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 속에서 각자 맡은 바 역할 속에 의무와 책임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스템에서 정부는 면허 공급의 총량을 관리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왔습니다. 법인, 개인택시 사업자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믿고 택시업계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오래된 시스템의 누적된 모순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택시는 과거에는 큰 이권 사업이었으나 1990년대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많은 택시 면허가 공급되었고, 대중교통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택시의 영역은 점점 줄어들어만 갔습니다. 다시 말해 택시 업계는 조금씩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고 2010년대에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 고착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택시업계에 가격 결정권이 없으므로 시장에서 회사 간의 경쟁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우버나 타다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른 탄력 요금제는 꿈도 못 꾸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더 높은 수익을 버는 것도 아니었죠.

이러한 상황을 어찌 보면 당연히도(?) (법인) 택시 사업자들은 본인들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끌어내거나 택시 운전사들의 사납금을 높여 이익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타개했습니다. 그러니 택시 기사들의 노동 시간은 긴데 수입은 적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유 택시 대수에 비해 기사 숫자가 계속 줄어들자 택시 사업자들은 기존 1일 2교대제를 전일제로 대응했습니다. 결국 노동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수입은 적어지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어 택시업계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런 노동 환경에서 택시 운전사에게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무리였습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과거 면허를 지나치게 발급해 개인택시 부제를 운영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택시는 과잉 공급 상태지만 특정 시간대에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합니다. 이 시간대에 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손님을 태워야 높은 사납금을 맞출 수 있습니다. 사납금에서 자유로운 개인택시들은 저녁 시간에는 퇴근하는 걸 선호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시간대의 강남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승차 거부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안 그래도 기사들의 서비스 질에 만족 못 하던 소비자들은 승차 거부까지 당하자 택시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 카풀, 타다와 같은 대안들이 차례로 등장한 것이죠.

하나하나 살펴보면 택시업계의 뿌리 깊은 문제점들은 모두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서비스의 개선이나 혁신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됐건 이러한 구조에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주체는 면허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입니다. 그동안 택시는 왜 카풀, 타다와 같은 서비스 개선을 이루어내지 못 했느냐고 묻는다면 어쩌면 그 답은 카풀, 타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따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자업자득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외면할 수 있을까?

우버, 카풀, 타다 등에 대해 택시업계의 주장은 일관되게 국가의 보증 아래 운영하던 시스템의 규칙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면허 없이 여객 운송을 하는 것에 대해 우버 때처럼 시장에서 퇴출 시키든가, 엄격한 조건하에 시장 진입을 허하라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문제야 어쨌건 소비자들에게 인심을 잃은 건 택시업계의 자업자득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택시가 소비자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논의는 한시적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간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집중됐을 것입니다. 택시업계에서 콜버스와 같은 모델을 처음 약속대로 잘 지원해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면 어쩌면 타다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정부도 시대가 변하고 시스템이 낡았음을 깨닫고 이들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경쟁 없이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던 것 역시 택시업계입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택시업계가 관성으로 버티는 사이 소비자들은 우버, 카풀, 타다와 같은 대안들을 경험했고 이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타다의 모델은 유사 여객 운송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차고지 복귀라는 법규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며, 타다 베이직의 운영 차량이 디젤차라는 태클 걸만한(?) 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근거가 되는 법규가 시행령이라 법 개정을 통한 서비스 금지가 카풀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타다를 유사 여객 운송으로 본다면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차차와 같은 사례도 있었고요.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지지하니, 정부로서도 섣부르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유지되어온 시스템을 갑작스럽게 부정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제도권 밖의 사람들이 시대가 변했다고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면서 제도권 내에 있던 사람들을 왜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냐고 비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 산업 대 혁신의 프레임으로 보면 택시가 변화를 거부하는 답답한 쪽으로만 보이겠지만 권리 침해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 방향은 정부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많이들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을 조속히 설계하되 이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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