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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눈앞인데...하이브리드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기사입력 :[ 2019-05-29 13:17 ]
하이브리드 기술이 프리미엄으로 초점 맞춰지는 이유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 달리는 전기차가 이미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렇다면 하이브리드는 앞으로 필요하지 않은 기술이 아닌가요? 많이 팔리는 차종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 경쟁력이 높지도 않은 상황이잖아요.”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하이브리드를 지난 8년간 타왔다는 한 자동차 오너의 주장이다. 전기차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서는 하이브리드 기술 발전하는 속도나 시장이 더디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이브리드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더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역시도 다음 자동차로 전기차를 고려하고 있었다.



20여년 전, 양산 차 최초의 하이브리드가 등장했다. 당시엔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대체 에너지를 품은 자동차의 미래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이후 많은 자동차 업체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빠르게 뛰어들었다. 구조와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비슷한 원리의 결과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하이브리드가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처럼 보였다. 이게 불과 10년 전 자동차 시장의 얘기다. 하지만 이후에 추세를 보면 하이브리드 시장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모두가 더디게 성장 중이다.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3% 수준에 그친다. 그중에서도 70~80% 이상이 토요타/렉서스 브랜드에 집중되는 상황이다. 다른 제조사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꼭 양산 제품을 만들지 않더라도(볼륨 모델을 만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이브리드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결과’가 아주 매력적이지 않다.



제조사 입장에서 ‘좋은 기술’이란 접근성이 좋고 유연하게 변환이 가능해야 한다. 어려운 기술로 +5를 실현하는 것보다 단순한 기술로 +3을 발휘하는 쪽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하이브리드는 여러 조건을 두루 충족시키지 못한다. 내연기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달려있는)내연기관보다 더 복잡한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게다가 내연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엔진을 제외하면 구현이 불가능한 기술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시장의 트렌드는 명확하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다. 렉서스 LC500h에 달린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예로 들자. 이 차는 V6 3.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359마력)다. 세계 최초로 유단 기어를 조합해 엔진과 모터 출력 모두를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개의 전기 모터는 저속과 고속에서 작동하도록 역할을 나눈다. 변속기는 무단변속기가 바탕이지만, 엔진과 모터 뒤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4단 자동 변속기를 이용해 마치 10단 변속기(모의 변속)처럼 작동하도록 했다.



LC500h를 경험해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 구동계의 장점이 어우러져 이전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똑같은 원리의 하이브리드이지만, 과정부터 결과까지 똑같지 않다.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렉서스만의 독창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존재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이 차에 담긴 가치를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LC에는 ‘500h’ 외에도 V8 5.0L 엔진(477마력)에 10단 변속기를 맞물린 ‘500’ 모델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복잡한 기술이 없이도 내연기관으로 실현한 스포츠카도 존재한다. 게다가 500은 500h에 비해 가격 측면으로도(약 900만원 수준) 유리한 위치에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쓰는 500h가 유리한 것은 많다. 복합 공인연비(3.0km/L 정도 높다)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양도 훨씬 적다. EV 모드를 이용해 진동과 소음 없는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이 LC에 관심이 있는 한국 고객이라면 어떨까? 500일까 500h일까.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이해하고, 선뜻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렉서스가 이렇게 라인업을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처럼 특정한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고효율, 경제성을 목적으로 접근한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줄어드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초기에 하이브리드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조건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뒀다. 엔진 다운사이징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조 역할이었다. 기존에 2.0L 엔진을 쓰던 자동차가 1.5L로 배기량을 줄이면서 부족한 출력을 전기구동 모터의 특징으로 상쇄했다. 버려지는 운동 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배터리로 충전하는 일련의 순환 과정이었다. 하지만 엔진의 다운사이징에는 한계가 있고, 복잡한 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은 더디다.

하이브리드가 대중차 시장으로 확장하는데 정체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조사는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일부 제조사처럼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바로 EV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대비한 보험이 필요하다. 아직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도기(혹은 시작)일 뿐이다. 2030년이 되어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시장에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리드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개발 비용이 필요한 분야지만 제조사가 꾸준히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술이나 제품 면에서 하이브리드를 ‘프리미엄’ 경로로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포르쉐 파나메라 4-E 하이브리드, 렉서스 LS600h처럼 3.0L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를 조합한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다. 인피니티 QX60 하이브리드,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처럼 2.5L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하이브리드가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에 기준이 된 지 오래다.

한국 시장에 특화된 국산 하이브리드조차도 엔진 다운사이징을 보조하는 역할로 하이브리드를 활용하지 않는다. 각 차급에 맞는 내연기관 엔진(배기량)에 플러스알파의 개념으로 어필한다. LPI와 조합처럼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하는 것도 특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점점 더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춰서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 경제성이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하이브리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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