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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시대, 그래도 자동차를 사고 싶습니다
기사입력 :[ 2019-06-13 09:52 ]


카셰어링에 익숙한 세대도 고민하는 자동차 구매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저는 수도권에 거주 중인 30대입니다. 제 주변의 또래 친구들을 보면 직업상 차가 필요한 친구를 제외하면 뜻밖에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비중이 작습니다. 대부분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에 놀러 갈 때는 카셰어링 서비스나 렌터카를 이용하니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때그때 택시를 타는 것이 웬만한 차량 유지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또래 세대는 대학생~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던 세대라 카셰어링에 매우 친숙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를 안 살 거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차가 “필요”해지면 차를 살 것이라고 합니다. 그 ‘필요한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주로 아이가 생겼을 때를 꼽습니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차를 가진 친구 중 상당수가 아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 없이 잘 다니던 친구들도 모두 아이가 생기면 짐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들 얘기하며, SUV가 최고라고 얘기합니다.



공간 활용성은 어떤 자동차를 사는 데 몹시 영향력이 큰 판단 기준입니다. 점점 더 큰 SUV가 인기 있는 요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지금 계약해도 10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입니다. 팰리세이드는 중형 SUV 사이즈 정도면 대중의 필요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편견을 바꿨습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거거익선(巨巨益善) 이라는 게 자동차에서도 통용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차를 사면서 이동뿐만 아니라 전용 “공간”을 구매합니다. 이 전용 공간이 주는 편리함은 렌터카, 대중교통, 택시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람만 이동하는 데는 다른 교통수단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내 소유의 물건과 사람이 한 번에 이동하는 데는 자가 차량이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합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것이 로또 되면 뭐할 거냐는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이 집과 자동차 구매를 얘기합니다. 요즘 로또로는 수도권에 집 한 채 구매하기 쉽지 않다며 차라리 끝내주는 스포츠카를 하나 뽑고 싶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아무리 카셰어링에 익숙한 세대더라도 자동차는 공간 때문에라도 필요하며 그게 아니더라도 여전히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 드러난 공유의 한계

자동차 소유에 대한 필요성과 소유욕은 여전한 가운데 공유는 번거롭고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공유 경제를 앞세운 모델들이 다양하게 등장했습니다. 에어비앤비(부동산)와 집카(자동차), 우버(승차)는 물론이고 물건을 공유해서 쓰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유의 시대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공유 경제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유 경제가 부상하게 된 데는 소비가 위축되었던 2008년 시작된 경제 위기와 수요자와 공급자의 연결 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소하게 만든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의 만남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공유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들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 주목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유 경제는 비용 측면에서는 전통 산업들보다 유리하기는 하나 비전문적인 공급을 전제로 하므로 공급의 질과 양이 균일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결 비용이 아무리 줄어들더라도 기본적으로 공유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꽤 번거로운 일입니다. 여행이라는 특성상 이러한 번거로움이 ‘로컬함'을 맛볼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하는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이런 요소를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닌 대부분은 전통 산업들과 공급 안정성과 퀄리티로 경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에어비앤비조차도 에어비앤비를 경험해본 사람 중 일부는 차라리 호텔이 낫다며 다시는 이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실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플랫폼의 공급을 이끄는 것은 남는 시간에 가끔 부업 개념으로 운행하는 드라이버가 아닌 전업으로 운행하는 전문적인 공급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공유 경제의 공급자라기보다는 플랫폼 노동자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카풀과 같은 경우는 보다 더 공유 경제의 취지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으나 순수한 공유만으로는 매칭률이 30%를 넘기가 어렵습니다. 카풀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목적지가 겹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서 매칭률이 높기 어렵습니다. 거기다 카풀을 이용하면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게 되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습니다. 수요자나 공급자나 모두 이상과는 다르게 불편함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버, 그랩 등 승차 공유로 시작한 기업들은 최근 전문적인 공급자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그래도 사고 싶은 차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아무리 공유가 쉬워진 시대이더라도 공유는 부가적인 옵션일 뿐 공유가 소유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공유의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전용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내 차나 승차를 공유하는 것은 여전히 번거로우며, 수익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차를 소유하는 것은 언제든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인데, 공유하는 순간 자유가 상당히 제한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비용이니까요.

물론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누구나 차를 사지 않고 구독한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는 상상하기 어려워서 지금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그럴까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사람들은 여전히 내 차와 내 공간을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자율 주행이 가능한 차를 보유한다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운전기사를 24시간 동안 무상으로 고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인데, 부자들이 돈이 많다고 고급 택시만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운전기사를 두는 걸 보면 말이죠.

어쨌건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차를 살 것 같습니다. 차는 필요해서 사는 재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감성적인 재화입니다. 감성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재화일수록 사람들은 가지고 싶어 하니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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