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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불매 운동, 삐끗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기사입력 :[ 2019-07-09 10:04 ]
일본의 경제 제재, 일본차 불매가 해답될까

“일본의 경제 제재에 맞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동차도 대상이다. 일본차 불매 운동이 경제 제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동차는 기호품이다. 철저하게 자기 취향 우선이다. 주변에서 무엇이라고 하든 간에 자기가 사고 싶은 차를 사면 그만이다.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또는 그릇된 신념에 빠져서 소신과 동떨어진 이상한 차를 사지 않는 이상,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자기 마음에 드는 차를 사는 일이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는데 현실에서는 가로막는 요소가 많다. 큰 결함이 드러나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끌리던 마음이 식어버리기도 한다. 원하는 차가 예산 범위를 한참 초과해서 입맛만 다시다가 저렴한 차를 사기도 하고, 좋아하는 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눈을 의식해서 마음에 없는 차로 돌아서기도 한다.



주변 환경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일도 생긴다. 대표 사례가 불매 운동이다. 결함을 숨긴다거나, 부당한 이익을 위해 속임수를 쓴다거나,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등 문제를 일으킨 업체가 불매 운동 대상이 된다. 불매 운동은 구매를 하지 않는 행동으로 업체를 압박해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한다. 불매 운동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하나 마나다. 모두가 단합해서 동참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는 가격이 비싼 데다가 한 번 사면 오래 타기 때문에 원하는 차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대안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불매 운동의 취지에 공감해서 대의를 따르면 원하는 차를 포기할 수 있지만, 공감 정도가 약하면 고민은 커진다. 취향을 따르자니 주변 눈치가 보이고, 대의를 따르자니 손해 보는 기분이다. 불매 운동에 무관하게 자기 취향껏 사는 사람도 있지만, 통상적인 상식과 양심을 갖춘 사람이라면 구매할지 말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 들어 일본이 우리나라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제재는 일부 분야에 한정했지만, 불매 운동은 일본과 관련한 모든 분야로 퍼질 태세다. 일본 관광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일본 의류 브랜드 환불이 이어진다. 자동차도 빠질 수 없다. 불매 운동은 압박을 줄 수 있는 분야여야 효과가 크다. 자동차는 불매 운동이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관심이 더 쏠린다. 지난해 국내 일본차 등록 대수는 4만5203대로 수입차 전체 26만705대 중 17.3%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8만9928대 중 1만936대를 차지해 21.7%를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불매 운동이 제대로 일어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차 불매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관련 이슈가 터지면 가장 먼저 불매 이야기가 나오는 분야가 자동차다. 지난 몇 차례 일본차 불매 운동은 역사나 정치 문제로 인한 갈등 때문에 일어났다. 일본차 업체는 억울하겠지만 국가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이런 위험성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번 불매 운동은 이전과 다르다. 일본이 먼저 경제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경제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재랑 직접 연관되는 분야가 아니라더라도 경제라는 큰 틀에서 일본 기업이라면 불매 운동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불매 운동은 올바른 목적을 세우고 상식과 이성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감정을 앞세운 비이성적인 행동은 오히려 불매 운동 정신을 훼손한다.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에서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 일본차가 큰 피해를 보았다. 자동차 매장에 불을 지르고 도로에 다니는 일본차를 파손하고 운전자를 매국노로 몰아 폭행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일본차 판매량이 줄고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시위와 불매 운동이 효과를 냈지만 양국의 갈등은 깊어졌고 물리적 피해와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상처가 컸다.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맞물려 일본차에 테러를 가한다는 소식이 하나둘 들린다. 이미 사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이런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불매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불매 역시 개인의 선택 문제다. 다 같이 참여하면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만 불매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하는 쪽이든 안 하는 쪽이든 자신의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성과 상식을 벗어나 감정적인 비난을 퍼붓는다면 분열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대응은 하지도 못하고 일본의 제재에 그대로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의 경제 제재는 어느 한 집단이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각 분야마다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불매 운동이다. 정부의 대응과는 별개로 국민들의 대응은 또 다른 힘을 지닌다. 지금까지 일본차 불매 운동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자동차 특성상 일시에 수요를 줄이기는 힘들다. 이번에도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설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더라도 불매 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불매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가만히 침묵하는 것은 다르다.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성과는 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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