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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100개월 vs 스파크 120개월, 할부대첩이 의미하는 것
기사입력 :[ 2019-07-16 09:52 ]
자동차, 10년씩 할부로 탄다는 건

“10년에 이르는 초장기 할부가 하나둘 선보인다. 할부로 오래 탈 바에는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나을 수 있지만, 초장기 할부는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할부로 사느냐 현찰 다 주고 사느냐. 자동차를 비롯해 비싼 물건 살 때 많이 하는 고민이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큰 고민거리가 아니지만, 대체로 한꺼번에 큰돈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할부를 비롯해 돈을 나눠 내는 지급 방식은 목돈 마련 부담을 덜어준다. 이자 부담이 따르지만 큰돈 마련이 여의치 않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유가 있더라도 자금 운용상 장점을 이유로 할부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목돈 모아서 현찰 일시불로 자동차를 사는 사람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현찰 일시불로 사면 할인을 제법 해주는 등 혜택도 컸다. 요즘은 자동차를 비롯해 할부나 리스 등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제품 구매 트렌드가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하고, 신제품 출시가 늘어나고 제품 사용주기가 짧아지면서 현찰 일시불보다는 할부를 선호하는 풍조가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분야는 금융상품을 함께 팔아야 판매자 측이 이득이라 현찰보다 할부를 선호한다.

할부는 기간이 적정해야 한다. 차를 오래 타면 상관없지만 할부 기간을 길게 잡았는데 중간에 팔면 처리가 번거롭거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구매 부담을 줄이려고 할부를 선택했는데, 이자가 상당히 붙어서 차를 비싸게 주고 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 점을 감수하겠다고 작정했다면 상관없지만,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구매했다가는 손해 봤다는 후회가 밀려들지 모른다. 리스 또한 여러 조건 때문에 중간에 감당하지 못하고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돈을 나눠 내는 방식은 철저하게 알아보고 자신에 맞는 방식과 기간을 선택해야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

자동차 할부 기간은 보통 24~36개월인데 48개월이나 60개월 할부도 이용한다. 간간이 72개월짜리도 눈에 띈다. 금리에 따라서 이자 차이가 크게 날 수도 있어서 기간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60개월도 연수로 따지면 5년이다. 차를 오래 타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주 바꾸는 이에게는 꽤 오랜 기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5, 6년짜리보다 긴 초장기 할부가 등장했다.



기아자동차는 경차 모닝에 한정해 100개월 할부를 선보였다. 100개월 동안 4.9%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50개월 이후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건이다. 50개월은 찻값의 50%를 할부로 내고, 나머지 금액은 이자만 낸다. 이후 50개월은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납입한다. 965만 원 기본 모델을 예로 들면 50개월은 13만 원, 나머지 50개월은 11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금액으로 보면 부담이 덜해 보이는데 기간으로 따지면 8년 4개월이다. 쉐보레는 한발 더 나아가 스파크 120개월 할부를 선보였다. 금리는 모닝하고 같은 4.9%이고 고정금리다. 979만 원짜리 스파크 기본형에 적용하면 한 달에 1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경차 맞수인 모닝과 스파크는 예로부터 종종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다. 이번에는 초장기 할부가 대결 포인트다. 대결 배경을 보면 절실함이 느껴진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이후부터 계속 줄고 있다. 20만대 넘게 팔리던 규모가 지난해 13만6천여 대로 작아졌다. 올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SUV 열풍으로 소형 SUV 차종이 늘어나면서 경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점점 시들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초장기 할부라도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초장기 할부가 판매 확대에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요즘 같은 때, 10년이나 경차를 탈 사람이 얼마나 될지부터가 의문이다. 업체 자료는 1000만 원 이하 수동변속기 기본형 모델을 예로 들었는데, 자동변속기에 옵션을 추가해서 찻값이 올라가면 월 납입액과 최종 이자도 불어난다. 할부 만료 시 들어간 비용을 따지면 준중형차 값을 넘어갈 수도 있다.

초장기 할부가 경차가 처음은 아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티볼리 120개월 할부를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는 일부 다른 차종에도 기간이 같은 할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초장기 할부가 판매 확대를 위한 돌파구로 얼마나 퍼질지는 모르겠지만, 틈새를 공략하는 판매 방식은 분명하다.



자동차 구매나 이용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생긴다. 할부나 장기렌트, 리스 같은 전통 방식에 이어 요즘에는 차를 사지 않고 빌려 타는 카쉐어링도 점차 늘어난다. 소유도 내키지 않고 운전도 꺼리는 사람은 아예 택시를 자가용처럼 이용한다. 월마다 자동차에 들어갈 돈을 택시에 쓴다.

자동차 구매나 이용 방법이 늘어나면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경차를 할부로 오랜 기간 탈 사람이 누가 있겠냐 싶지만, 그만한 조건을 원하거나 그런 조건으로만 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차는 필요한데 형편이 안 되는 계층이나 소득이 적은 대학생, 적은 부담으로 새 차 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용할 만하다. 최종 비용으로 따지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더 낸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당장 목돈을 만들지 못한다면 윗급 차를 사도 할부로 사야 하니 들어가는 돈은 더 커진다. 널리 유용하게 이용할 방식은 아니더라도 소수의 수요층에는 필요하다.

다만 구매 단계에서 장단점은 확실히 알고 선택해야 한다. 업체는 충동구매를 조장하고 뒷감당 못 하거나 손해보는 결과를 일으키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구매자를 기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들어갈 금액 및 이득과 손해를 정확히 알고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한다면 선택을 막을 이유는 없다. 초장기 할부도 판매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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