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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되려면 먼저...BMW CEO가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기사입력 :[ 2019-07-24 13:35 ]
CEO를 선정하는 BMW만의 남다른 기준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지난 5일 BMW는 하랄트 크뤼거(Harald Krüger, 53세) 최고경영자가 내년에 물러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후임으로 올리버 칩세(Oliver Zipse)가 유력하다는 얘기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얼마 후 CEO 교체가 내년이 아닌 올 8월로 앞당겨졌다는 뉴스가 다시 전해졌다. 연임은 고사하고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 경영 스타일 비판 받아

하랄트 크뤼거는 2015년 그룹 최고경영자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49세로, 세대교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40대 회장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룹 대주주로 강력한 권력을 쥔 크반트 가문 역시 ‘창의적인 에너지를 가진 젊은 경영자’가 필요하다며 하랄트 크뤼거를 반겼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회사 안팎에서 비판에 시달렸다. 다임러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전임 회장인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가 세운 친환경 자동차 전략을 잘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BMW의 전기차 대응은 생각보다 더뎠다. 매니저 매거진 같은 전문 매체들은 카리스마로 명확한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이 없다며 다임러 전 회장 디터 체체와 비교하는 등, 그의 유한 이미지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과 2018년 독일에서 직원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전문 경영인으로 선정되었던 그였지만 BMW 감독이사회는 더는 지지하지 않기로 했고, 새로운 인물 올리버 칩세를 택했다. 감독이사회와 하랄트 크뤼거 상호 간 합의 하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떠밀리듯 밀려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까지 독일 언론은 대체로 올리버 칩세 신임 CEO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체를 모두가 좋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전문 경제지 아우토모빌보헤는 신임 회장이 전임자보다 더 성공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졌다. 875명이 응답했는데 전체의 88.7%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어쨌든 결정은 내려졌다.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최고경영자 교체와 관련해 BMW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CEO를 선정하는 그들만의 기준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1. 최고경영자는 모두 이공계 출신?

2000년 이후 지금까지 BMW는 네 번에 걸쳐 새 CEO를 맞았다. 그런데 그들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2002년부터 2006년까지 CEO였던 헬무트 판케(Helmut Panke)는 물리학을 전공한 핵물리학자 출신이다.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Norbert Reithofer) 역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번에 자리에서 내려온 하랄트 크뤼거 역시 공대를 나왔고, 올리버 칩세 신임 회장 역시 미국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독일의 공과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간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비단 BMW만의 것은 아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 회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있는 가운데 여러 직책을 거치며 회사 구조를 자연스럽게 파악하며 경영 수업을 쌓는 구조다. 이런 행태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퇴임 시 나이는 60세를 넘기면 안 된다?

BMW는 특이하게 CEO의 나이에 제한을 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올 때 60세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부 룰이 존재한다. 앞서 소개한 헬무트 판케 회장은 1946년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았을 때 그의 나이는 만 60세였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도 거의 같다. 1956년생인 그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비교적 길게 회장직을 수행했는데 만 59세 때 경영 1선에서 물러났다.

BMW에서 가장 젊은 CEO였던 하랄트 크뤼거는 1965년생으로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만 53세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만약 만족할 만한 실적을 냈다면 5년 연임을 해도 나이 기준선인 60세를 넘기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CEO가 된 올리버 칩세는 현재 55세다. 나이만 놓고 보면 하랄트 크뤼거가 연임을 안 한 게 그에게는 기회가 됐다고 볼 수 있다.



3. 회장이 되려면 CPO가 먼저 되어라?

또 한 가지 독특한 기준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전임 회장부터 이어진 것으로, 바로 최고생산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 CPO)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다는 점이다. 하랄트 크뤼거, 그리고 신임 올리버 칩세 회장 모두 예외 없이 최고생산책임자 출신이다. 경영이사회를 떠난 감독이사회 의장의 자리에 오른 노르베르트 라인트호퍼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이번 신임 회장 후보로 올리버 칩세 외에도 또 한 명의 유력 후보가 있었다. BMW 그룹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클라우스 프뢰리히(Klaus Fröhlich)다. 그룹 전체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 경영진 그룹 내에서도 핵심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퇴임 시 예순을 넘기면 안 된다는 나이 기준에 걸린다. 현재 만 59세다. 그리고 최고생산책임자이어야 한다는 직책 기준에도 벗어난다. 결국 모든 기준을 만족시킨 올리버 칩세에게 회장 자리가 돌아갔다.



참고로 현 폭스바겐 그룹을 이끄는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은 1958년생으로 만 60세다. 또 지금은 물러났지만 다임러를 이끌던 콧수염 회장 디터 체체는 66세까지 회장 역할을 수행했다. 나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 독일 역시 리더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기업 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래서 대체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에서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독일 기업이 많다. 이런 기준에서 보자면 BMW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독특한 기준은 별다른 이의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올리버 칩세 신임 회장이 기대에 부응한다면 BMW는 그들이 세운 기준을 유지, 강화할 것이고, 만약 하랄트 크뤼거에 이어 후임 회장까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다면 그때는 뭔가 변화를 꾀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는 BMW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최고생산책임자’가 누구인지 보라고 얘기해도 될 거 같다. 그러나 아직 새 CPO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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