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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경험한 소비자에게, 이제 택시업계가 실력 입증할 차례
기사입력 :[ 2019-07-26 10:47 ]
국토부의 택시 제도 개편안, 중요한 것은 의지와 속도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최근 국토교통부가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방안”을 공개하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 7일 있었던 사회적 대타협의 연장선에서 택시 산업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조치입니다.

내심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새로운 이동 서비스를 기대하던 일반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실망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발표를 통해 택시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생겨 기존 택시업계에 국민이 느끼던 불편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국토부 방향성의 의미

개인적으로는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철저하게 어떻게 기존 택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국토부의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플랫폼에서의 규제 대폭 완화"입니다.

카풀이나 타다와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이 택시에 바라던 기본은 물론 그 이상의 혁신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하며 짧은 시간 안에 팬층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택시업계에서 이러한 혁신은 고사하고 소비자 불만만 쌓여갔던 것은 택시업계가 나빠서가 아니라 일원화된 요금제로 인한 경쟁의 부재 등 택시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컸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영업을 배회 영업(오프라인 중심)과 플랫폼 영업(온라인 기반)으로 구분하고 플랫폼 영업에서는 기존의 배회 영업을 기준으로 설계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플랫폼 택시가 충분히 카풀, 타다와 같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국토부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만들어 IT 업계의 운송 시장 진입의 여지를 확보했으며,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게는 획기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요금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부분입니다. 그동안은 가격이 일원화되어 있어 회사 간의 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웠는데 (제한적이지만) 민간이 요금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경쟁이 발생하고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타다와 같이 기존 택시 제도 밖에 있던 플랫폼 운송 사업자가 기존 택시 면허권을 매입해 운송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도 마련했지만 플랫폼 중개 사업과 결합하였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는 택시 가맹 사업 역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만약 이미 입지를 구축한 플랫폼 업체들이 운송 사업에 직접 진출한다면 적극적으로 택시업체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미 입지를 다진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해 가맹 사업에 나서거나 반대로 택시 가맹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문제는 의지와 속도

저도 이번 국토부 안과 비슷한 의견을 지난 6월 7일 본지면의 칼럼을 통해 주장한 바 있고, 기본적으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합니다. 어쨌거나 방향이 정해졌으니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변화에 대한 정부 당국의 의지와 정책 추진 속도입니다.

정부의 의지는 이번 발표에는 제외된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와 가맹 사업자에게 요금 자율성을 부여하되, 기준 요금 범위를 설정하고 범위 내에서는 신고제, 그 이상은 인가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이 범위가 굉장히 좁다면 자율의 의미가 많이 줄어듭니다. 이런 핵심적인 부분에서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민은 전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속도 역시 관건입니다. 이미 상당수 국민이 타다를 통해 “완성도 높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했습니다. 이번 조치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택시도 타다 수준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적으로 카풀, 타다는 하차 시 별도의 결제 과정 없이 그냥 하차하면 미리 등록해둔 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어 편리했습니다. 택시에서도 이러한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앱 미터기의 적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데 기존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실제 적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이러한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 그 이상의 고민도 필요

국토부가 이번에 제시한 방향은 소비자 후생의 증가, 기존 택시 사업자에 대한 보호, IT 업계의 모빌리티 시장 진입 모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모빌리티 정책도 필요합니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당장 급한 “택시 산업”을 개편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택시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조치가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버, 카풀, 타다의 등장은 이동의 서비스화라는 모빌리티 산업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자율주행이 가시화될수록 더 급격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정도 후면 자율주행차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때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택시산업은 지난 10년보다 훨씬 큰 혼란을 겪을 것입니다.

종합하면 단순히 “택시"라는 특정 카테고리의 관점이 아니라 “모빌리티"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정책적 종합계획이 있어야만 앞으로 지속해서 닥쳐올 변화에 선제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방향대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속도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더욱 통합적인 관점에서 혁신이 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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