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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는 급(?)이 다르다
기사입력 :[ 2019-08-01 14:12 ]


트래버스, 뭘 어떻게 하든 팰리세이드와 비교되지 않으려면

[전승용의 팩트체크] SUV가 인기라는 말은 이제 지겨울 정도입니다. 잊을 만하면 새로운 SUV가 출시돼 치열해진 경쟁에 합류합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지만, SUV가 늘어나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빠르네요. 지금 분위기로는 SUV 판매량이 언제 세단을 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UV의 인기는 소형 SUV를 넘어 대형 SUV로 번졌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SUV가 많이 팔릴수록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모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니까요. 뭐, 변변한 대형 SUV가 없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겠네요.



모하비가 ‘나 혼자 산다’를 찍고 있던 외로운 상황에 ‘대한민국 1%’를 외치던 렉스턴이 G4 렉스턴으로 이름을 바꾸고 출시됐습니다.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대형 SUV 시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현대차가 아니죠. 기존에 없던(사실은 베라크루즈 후속인 듯한) 팰리세이드를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기아차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당초 모하비를 업그레이드해도(사실은 다시 우려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팰리세이드가 대박을 터트린 것이죠. 이렇게까지 잘 팔릴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부랴부랴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을 타진하며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반대가 워낙 심해 당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일단 원래 계획대로 새로운 모하비를 내놓은 후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쉐보레는 조급해졌습니다. 특유(?)의 늦장 행보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쉐보레는 대형 SUV의 원조 브랜드로서 ‘트래버스-콜로라도-타호’로 이어지는 신규 라인업의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시 시점이 계속 늦어지면서 국내 브랜드에 주도권을 뺏겨버렸습니다.

아쉬울 겁니다. 만약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보다 먼저 출시됐더라면, 국내 대형 SUV의 기준은 팰리세이드가 아니라 트래버스가 됐을 가능성도 높았으니까요. 그러나 팰리세이드가 먼저 나와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덕분에 모든 기준은 팰리세이드에 맞춰져 버렸습니다. 트래버스의 상품성 역시 팰리세이드에 맞춰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둘이 동급이 되어버린 것은 쉐보레에 더더욱 억울한 일이겠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를 같은 급으로 비교하며 수많은 기사를 쏟아냅니다. 뭐, 동급으로 묶는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만, 1:1로 비교하기에는 트래버스에 억울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특히, 트래버스는 수입 모델인 데다가 차도 더 커서 팰리세이드보다 높은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한국GM의 가격 정책에 불만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듯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조차 쉐보레가 자초한 것이지만요.

그래도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죠.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와 급(?)이 다릅니다. 최소한 반 등급 더 큰 차입니다.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와 동급이라면, 팰리세이드와 싼타페도 동급이라는 논리도 통할 수 있습니다.



차체 크기가 차의 등급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이 세 모델의 크기를 함께 비교해보면 차이는 보다 명확해집니다.

팰리세이드의 길이는 4980mm로, 싼타페(4770mm)보다 210mm 깁니다. 그렇다면 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트래버스는 5189mm로, 팰리세이드보다 209mm 기네요. 서로의 차이는 고작 1mm, 거의 비슷합니다.

높이도 싼타페(1705mm, 루프랙 적용 시)와 팰리세이드(1750mm), 트래버스(1795mm)가 각각 45mm씩 차이가 납니다. 너비는 싼타페가 1890mm로 팰리세이드나 트래버스보다 확실히 짧습니다. 팰리세이드는 1975mm, 트래버스는 1996mm로 둘은 21mm 차이가 나네요.

휠베이스는 어떨까요. 팰리세이드는 2900mm로 싼타페(2765mm)보다 135mm 더 깁니다. 트래버스(3071mm)와 팰리세이드의 차이는 이보다 더 큰 171mm입니다.

일부에서는 트래버스에 3.6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고, 팰리세이드도 3.8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니 동급이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팰리세이드와 싼타페 모두 2.2 디젤 엔진이 탑재되는 것으로 반박 가능합니다.



이 세 모델의 급을 결정하는 것은 3열의 활용성이라 생각됩니다. 싼타페도 7인승 모델이 있지만, 3열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공간이죠. 대부분 접어서 트렁크 공간으로 사용합니다. 팰리세이드의 3열은 싼타페보다 한층 넉넉해지기는 했지만, 성인이 오랫동안 앉기에는 그래도 부족합니다. 트래버스의 3열은 팰리세이드보다 더 넉넉하죠.

3열 탑승 공간을 비교해보면 팰리세이드는 헤드룸 945mm, 레그룸 798mm입니다. 반면 트래버스는 헤드룸 970mm, 레그룸 851mm입니다. 트래버스가 머리 공간은 25mm, 무릎 공간은 53mm 더 넓습니다. 자동차를 좀 안다는 분들은 이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아시겠죠. 특히 무릎 53mm는 더더욱요.

트렁크 공간도 트래버스가 더 넓습니다. 3열을 모두 사용했을 때 트래버스는 651리터, 팰리세이드는 518리터가 나옵니다. 긴 차체와 휠베이스 덕분이죠.



이는 차를 만든 목적과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차이로 보입니다. 3열 및 트렁크 활용성은 트래버스가 더 좋지만, 1·2열은 다릅니다. 팰리세이드는 트래버스보다 1·2열 탑승객 공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습니다.

1열을 공간을 보면 팰리세이드의 헤드룸은 1034mm로 트래버스(1019mm)보다 15mm 작지만, 레그룸은 1120mm로 트래버스(1077mm)보다 43mm 깁니다. 2열 역시 팰리세이드(1049mm, 1041mm)가 트래버스(1016mm, 975mm)보다 더 넉넉합니다. 3열과 트렁크까지 잘 활용할 거면 트래버스를, 1·2열을 주로 이용할 거면 팰리세이드가 좋을 듯하네요.



쉐보레는 트래버스를 수입차로 포지셔닝해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경쟁시키려 합니다. 좋은 전략이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어 보입니다. 이미 팰리세이드와 묶여서 뭘 어떻게 하든 팰리세이드와 비교당하며 평가받을 겁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급’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이미 공개될 대로 공개된 차, 출시 때까지 꽁꽁 감추지 말고 보다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와 동급이 아니다, 최소한 반 등급 더 큰 차’라고요. 가격도 미리 공개하고, 왜 이런 가격으로 나왔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물론, 뼈를 깎는 자기희생도 필요합니다. 제발 저렴하게).

또, 트래버스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국내 시장에서 적합한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 등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단점에 대한 불만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트래버스가 사람들의 입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게, 팰리세이드와 비교할 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슈가 될 수 있게 말이에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충분히 어려웠습니다. 쉐보레는 지금 변화의 기점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출시될 트래버스-콜로라도-타호를 어떻게 성공시키냐는 쉐보레의 존립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부디 소비자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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