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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폭스바겐 얼굴마담 자리 티록과 ID.3에 내주나
기사입력 :[ 2019-08-21 13:52 ]
폭스바겐 골프의 시대, 이대로 서서히 저물어 갈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디젤 게이트’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폭스바겐 골프(Golf)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게이트 이후 신차 시장에서 골프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세단과 SUV가 메우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듯한 이 해치백 자동차는 그러나 유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여전히 단단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하면 늘 골프이고, 그 점은 지금까지 변함없다. 그런데 최근 유럽 시장의 골프 지배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변화가 느껴진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 변화로 말이다.



◆ ‘골프 SUV’ 티록(T-Roc)의 등장과 대히트

요즘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소형 SUV는 르노 캡처로 카세일즈베이스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EU에서 모두 12만378대가 팔렸다. 2018년 전체 판매량이 21만1,092대였으니 올해 역시 비슷하거나 조금 더 팔릴 것으로 보인다. 소형 SUV 2위는 지난해에 18만391대가 팔린 저가 브랜드 다치아가 내놓은 더스터였다. 더스터는 올 상반기 유럽에서 11만5,477대가 팔려 지난해 성적을 여유 있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3위(17만7,486대)였던 푸조 2008은 올 상반기 9만2,347대가 팔렸다. 그리고 4위가 폭스바겐 티록이었다. 13만9,755대가 팔렸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만 이 차는 11만1,081대가 팔려나갔다. 푸조 2008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더스터와 1위 캡처 턱밑까지 쫓아왔다. 2018년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골프의 판매량은 하락세다. 2017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약 3만 5천 대 이상 판매량이 줄었다. 신형 8세대 골프를 기다리는 이유도 있겠지만 티구안과 티록의 성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티록은 처음 등장 때부터 독일에서 ‘골프의 SUV 버전’으로 불렸다. 골프에 비해 짧은 전장이지만 차이가 크지 않고, 소재 구성에서 조금 떨어지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게 거의 없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골프보다 저렴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예전 독일의 한 전문지가 실시한 티록 독자 시승회 때도 골프 구매를 생각하고 있던 시승자가 티록을 타본 후 SUV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계획을 바꾸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독일에서의 티록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최근 카브리올레와 300마력짜리 티록 R까지 내놓으며 다양하게 라인업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컨버터블 모델인 티록 카브리올레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스바겐은 이미 비틀과 골프에 있던 컨버터블 모델을 모두 단종시켰다.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폭스바겐 모델 중 컨버터블이 포함된 것은 티록이 유일하다. 유럽 브랜드에게 컨버터블은 꼭 포함되어야 할 구성이고, 이 필수 구성을 폭스바겐은 SUV 모델로 한 것이다. 그들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읽히는 대목이다.



◆ 전사적 지원을 입고 등장하는 전기차

여기에 또 하나의 골프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전기차 ID.3다.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폭스바겐은 전기차 자동차 브랜드로 변신 중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마련해 이것을 통해 원가 절감을 이룬 전기차들이 지금 줄줄이 대기 중이다. 폭스바겐은 효율적 양산 체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괜찮은 전기차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했다. 따라서 이들의 계획대로 차들이 나오게 되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이전에 없던 빠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폭스바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내년 독일 전기차 판매량은 현재보다 9배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에 첫 테이프를 콤팩트 전기차 ID.3가 끊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이 차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그러니 ID.3에 기울이는 그들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지난 5월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한정판 ‘ID.3 1st 에디션’은 8월 중 계획된 물량의 90%인 2만7,000대의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아직 어떤 차인지 공개도 안 된 상태에서 유럽 내에서만 이 정도의 반응을 이뤄낸 것은 폭스바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냥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ID.3 특별 모델을 구입한 고객을 위해 폭스바겐은 1년간 충전을 무료로 할 수 있게 했고, 배터리 보증을 8년(혹은 16만km)까지 늘렸다.

굳이 특별하게 꾸민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이 차는 일반 골프에 비해 휠베이스가 14센티미터나 넓다. 공간이 충분하고,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 역시 배터리(3가지)에 따라 WLTP 기준 330km에서 최대 550km까지 가능하다. 완전히 공개돼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상품성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 ID.3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다리 역할을 한 골프 전기차(e-Golf)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된다.



◆ 변화의 중심에 놓인 골프

골프는 지금까지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로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폭스바겐 모두가 골프를 중심으로 업무를 담당했고, 골프가 무너지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그런 마인드로 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SUV의 열풍과 함께 티록이 등장했고, 전기차 시대를 맞기 위해 ID.3가 등장한다. 골프에 집중되던 분위기가 골프 이외의 모델들로 넓혀진 것이다.

골프는 1970년대 초반 등장해 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메르세데스 W123에게 딱 한 번 1위 자리를 내준 후 단 한 번도 독일 시장에서 타이틀을 내준 적 없다. 또한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하지만 SUV 열풍에 이젠 티록과 비교당하고 일쑤고 전기차 ID.3의 도전에 직면했다. 물론 당장 골프가 시장에서 밀려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8세대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킬 것이며, 판매 1위 타이틀 또한 당분간 계속 쥐고 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프 생존이 폭스바겐 생존이라는 등식이 깨질 때가 됐다는 것이고, 폭스바겐 스스로 이를 깨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유럽에서의 골프 전성기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2019년이 그 변화를 알리는 조용한 시작점인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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