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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도 타는 11인승 승합차,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기사입력 :[ 2019-08-28 09:55 ]
11인승 이상 소형승합차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 절실하다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지난 22일 현대자동차는 2020년형 그랜드 스타렉스를 내놓았다. 연식 변경 모델인지라 큰 변화는 없었지만 블루링크 지원되는 내비게이션(9인승 어반 익스클루시브 트림) 적용됐고, 관리가 쉬운 소재로 차 바닥을 바꿨다고 현대자동차 측은 설명했다. 또 디젤 엔진의 경우 유로6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승합차 소식이 나오면 앞서 소개한 변화보다 머리보호대가 과연 제대로 달렸는지, 안전벨트는 3점식이 적용되었는지, 또 에어백은 어디까지 적용되었는지 등을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이번에도 이 부분과 관련한 특별한 변화나 보강은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11/12인승 승합차는 실내 안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현대차의 스타렉스는 물론, 기아 카니발 11인승, 쌍용의 코란도 투리스모(현재 단종) 11인승 등은 좌석에 따라 헤드레스트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안전벨트도 3점식이 아닌 2점식이 적용돼 있다. 특히 스타렉스는 1열을 제외한 2~4열에는 커튼에어백조차 없다.

자동차 안전이 중요해진 요즘 관점에서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구성이 가능했던 걸까? 제조사의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을 탓해야겠지만 우리나라의 이상한 승합차 관련 법규에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9인승 크기인데 12명까지 가능한 승합차

자동차관리법 3조(자동차의 종류)를 보면 10인 이하를 운송하기에 적합한 자동차는 ‘승용자동차’로, 11인 이상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자동차는 ‘승합자동차’로 분류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승합자동차는 경형부터 대형까지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중 11인 이상, 최대 15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자동차는 ‘소형승합차’로 구분하고 있다. 스타렉스(11/12인승)와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11/12인승 승합차는 세금 혜택을 받는다. 또 탑승 인원 6명 이상이면 고속도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단, 11인승 이상의 경우 최고 속도 110km/h 이상을 달릴 수 없도록 속도 제한 장치를 달아야 한다.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으며,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인승 승합차는 늘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 개인은 물론 어린이집 통학용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주목받고 있는 타다와 카카오택시 등이 11인승 승합차를 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9인승 차체에 좌석만 늘려 판매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이 모든 게 법이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안전을 우선 기준으로 한다면 억지로 좌석을 끼워 넣은 11인승과 같은 안전성 떨어지는 변칙 모델은 사라지게 된다. 물론 차체를 더 키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경제성에만 모든 기준이 맞춰진 상황에서 제조사가 안전을 위해 가격 부담을 늘리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안전한 승합차, 안전한 다인승 자동차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11인승 이상 소형승합차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이 마련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새 기준에는 ‘모든 좌석에 반드시 머리보호대가 있어야 하며, 좌석마다 최소 3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승합차의 2열 이하에도 최소 1가지 이상의 에어백이 장착되어야 한다.’는 3가지 안전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



◆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2점식 안전벨트 문제

얼마 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 통합버스로 사용되는 9인 초과 승합차의 3점식 안전벨트를 의무화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2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은 송도 스타렉스와 카니발 충돌 사고를 언급한 청원인은 사망한 아이들 배에는 2점식 벨트 자국이 있었다며 시속 85km/h의 속도에서 2점식 안전벨트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이 2점식 안전벨트를 허용하고 있는 탓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2점식 안전벨트 전용 카시트들이 제작되고 있다며, 따라서 더 안전할 수 있도록 3점식 안전벨트만 허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형 버스 외에도 소형승합차로 어린이들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또한 시내 기준 시속 50km/h 이하로 주행하는 유럽 등에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승합차 시내 통과 속도 또한 빠르다. 안전장치가 미흡한 승합차에 아이들을 태워 보내야 하는 부모 마음 불안할 수밖에 없다.



◆ 기업 선의를 기대하기보다 규정을 통해 해결해야

우리나라 소형승합차 시장은 경제 논리에 의해 지금까지 성장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이동수단이다. 시민의 안전, 아이들의 안전이 경제 논리 앞에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만들어 파는 회사나 소비하는 소비자 모두 승합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내년에 현대자동차는 14년 만에 3세대 스타렉스를 공개한다. 쌍용자동차 역시 비슷한 시기에 11인승 패밀리밴을 내놓을 예정이다. 과연 신형 승합차는 달라져서 나올까? 머리보호대와 안전벨트, 그리고 에어백의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글쎄, 큰 기대감은 없다. 기업의 선의보다 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확실한 길이란 생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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