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토스는 어떻게 팰리세이드 제치고 ‘검색왕’이 되었나 [올해의 자동차]
2019-12-23 김종훈
여성과 20대의 사랑 한 몸에 받은 셀토스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자동차
(1) 올해 가장 검색 많이 된 차 - 기아자동차 셀토스
가히 셀토스의 해다. 올해 사람들은 셀토스에 가장 뜨겁게 반응했다. 물론 셀토스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니다. 11월까지 누적 판매 1위에 빛나는 그랜저가 있다(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 월 판매 대수로 봐도 톱 3에 들지 못한다(11월 기준 톱 3는 아니지만 4위는 해냈다). 하지만 관심도만큼은 어떤 모델도 셀토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관심도의 바로미터는 검색이다. 얼마나 많이 검색했느냐는 얼마나 인기가 높은 모델인지 증명한다. 다음자동차가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누적된 자동차 검색어 순위를 내놓았다. 셀토스가 전체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전 연령, 전 성별을 통틀어 사람들은 셀토스를 가장 많이 검색창에 올렸다.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순위가 더 놀랍다. 셀토스는 하반기에 출시했다. 딱 7월. 그러니까 반년도 채 활동하지 않고 1위를 차지했다는 뜻이다.
셀토스가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한 이유는 여성과 20대의 관심이 컸다. 검색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면 알 수 있다. 여성과 20대 검색 순위에서 셀토스가 1위를 차지했다. 그 외 남성과 30-50대에선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 카테고리에서도 셀토스는 순위가 낮진 않다. 모두 2위를 고수했다. 그런 점에서 셀토스가 전 방위적으로 인기를 끈 건 맞다. 그럼에도 여성과 20대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팰리세이드에 순위를 내줬을 거다. 고루 인기가 많았으면서, 여성과 20대가 관심 있게 검색했다는 점. 셀토스가 1위에 오른 비결이다.
전체 검색 순위 2위는 현대 팰리세이드가 차지했다. 당연한 결과다. 작년 말에 출시하면서 대형 SUV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 여성과 20대를 빼고 전 연령대에서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으니까. 여성 검색 순위에선 2위를 차지했다. 반면 20대에선 6위로 관심도가 낮게 나타났다. 1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20대 관심도가 낮기 때문. 하지만 한 해 동안 꾸준히 관심을 받은 모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전체 순위를 보면 확실히 SUV 전성시대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체 5위 중 세단은 기아 K7 딱 한 대뿐이다. 기아 K7은 4위를 차지했다. 그 외 나머지 순위는 국산 SUV에게 돌아갔다. 기아 모하비가 3위, 현대 베뉴가 5위. 10위까지 살펴봐야 제네시스 G80(7위), 현대 그랜저(9위)를 발견할 수 있다. 이왕이면 SUV를 사야지, 하는 성향은 올 한 해도 공고하게 유지됐다. SUV는 이제 주류로서 더욱 자기 영역을 확보했다. 같은 등급이면 더 크고 효율적으로 보이니 자꾸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자동차 브랜드 역시 인기 많고 이윤 좋은 SUV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공급과 수요의 방향성이 맞아떨어졌다. 앞으로도 SUV 전성시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다. 내년 이맘 때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까.
역시 검색의 중심은 현대차와 기아차다. 전체 검색 순위 톱 10에서 딱 두 대 빠진다(제네시스 포함). 6위를 차지한 르노삼성 QM6와 8위를 차지한 쌍용 코란도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역시 둘 다 SUV다. SUV 인기에 기존 세단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 쏘나타가 12위, 현대 아반떼가 16위를 차지했다. 예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현대 세단 라인업은 공고했으니까.
세부 카테고리별 특이점도 나타났다. 여성 검색 순위에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5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25위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검색했다는 증거다. 덩치 크고 정통 SUV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의외로 여심을 건드렸다. 더불어 고급 패밀리카로서 디스커버리에 관심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20대 검색 순위에선 확실히 작은 차가 강세를 보였다. 5위까지 중형 모델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소형 SUV가 주를 이뤘다. 셀토스를 필두로 베뉴, 쌍용 티볼리, 현대 코나가 뒤를 이었다. 5위는 현대 아반떼.
30-40대 순위에선 쉐보레 트래버스가 힘을 발휘했다. 쟁쟁한 현대·기아차 사이에서 두 카테고리 모두 5위를 차지했다. 팰리세이드가 촉발시킨 대형 SUV 시장에 트래버스가 관심도를 이어갔다. 또한 재밌는 점이 있다. 30-40대 순위별 차종이 같았다(팰리세이드-셀토스-모하비-K7-트래버스 순). 50대에선 처음으로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5위 안에 들었다. 제네시스 G80이 3위를 차지한 점도 다른 연령대와 차별점이다. 그러고 보면 연령대별로 확실히 실 구매 모델을 주로 검색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마음속은 드림카를 부르짖어도 역시 손에 닿는 자동차 정보가 우선했다.
아무래도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검색 빈도가 낮다. 수입차는 10위권 밖에서나 순위에 올랐다. 역시 수입차 중 1위는 벤츠 E클래스가 차지했다. 판매도 1위, 검색도 1위. 수입차 부동의 베스트셀러다웠다. 하지만 전체 순위는 13위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아우디 A6가 14위를 차지했다. 그러고는 한참 뒤인 25위에 디스커버리가 올랐다. 볼보 S60이 30위에 이름을 올리며 뒤따랐으니 국산차와 수입차 검색 빈도는 확실히 차이가 명확하다.
월별로 봐도 현대·기아의 강세는 당연한 결과. 그럼에도 타 브랜드 모델이 치고 올라와 1위를 차지한 경우도 있다. 2월에는 코란도가, 4월과 5월에는 QM6가, 9월에는 트래버스가 월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의 아성을 생각하면 이 세 모델에 집중된 관심은 인상적이다. 월별로 보면 셀토스가 더욱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월별 검색 순위에 셀토스가 이름 올린 건 6월부터다. 그럼에도 한 해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여러 순위 결과가 있어도 셀토스가 남긴 기록은 압도적이다. 셀토스로 시작해 셀토스로 끝맺을 만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사진 penn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