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쥬크, 어쩌면 무모하기까지 한 용기에 찬사를

2017-02-23     김종훈


닛산 디자인의 과감성을 온몸으로 드러낸 쥬크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닛산은 과감하다. 아니, 어쩌면 무모하기까지 하다. 한번 정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게 잘 통할 때도, 안 통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있다. 결과가 어떠하든 닛산의 용기는 인정하고 싶어진다. 닛산, 더 나아가 인피니티의 행보는 확실히 튄다. 브랜드의 용기가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그게 닛산의 저력일지도.

무모한 도전 이야기를 먼저 꺼내본다. 닛산은 작년에 르망24시에 출전했다.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LMP1 부문이었다. 토요타도 출전하니 못할 건 없다. 하지만 출전 차량 구동방식이 화제였다. 세로배치 전륜구동 자동차로 도전했다. 경주를 지배하는 건 후륜과 사륜이다. 코너에서 물리적 한계가 명백하다. 모두 고개를 흔들었는데도, 닛산은 결심을 굳히지 않았다. 결과는? 시원하게 참패했다. 가슴을 졸이거나,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다. 그냥 시종일관 느렸다.

모두 닛산을 조롱하듯 평했다. 하지만 작년 르망24시를 보며 닛산의 용기를 새삼 깨달았다.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닛산은 될 거라 믿었다. 그 지점을 향해 돌진했다. 주변 시선 따윈 감안 대상이 아니었다. 그 결기가 느껴졌다. 결과는 참패였지만, 예상을 뒤집기만 하면 수확은 몇 배로 건질 수 있었으니까. 닛산은 그런 식으로 온몸으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인피니티도 마찬가지다. 디젤 자동차가 대세로 떠올랐을 때가 있었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디젤 자동차를 내놨다. 가솔린을 추구하더라도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그럼에도 고배기량 고출력을 고집했다. 고배기량 엔진이 주는 넉넉한 출력. 그 힘을 양껏 쓰며 달리는 차야말로 인피니티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확고했다. 오기로 보이진 않았다. 철학 문제였다. 물론 지금은 디젤 모델을 내놓아 절충하긴 했지만.

디자인에서도 닛산의 용기는 드러난다. 최근 몇 년 동안 닛산 디자인은 과감했다. 때론 낯설기까지 할 정도다. 그 중에서도 쥬크는 닛산 디자인의 용기를 온몸으로 드러낸다. 처음 쥬크가 나왔을 때 모두 한마디씩 던졌다. 호불호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극과 극이 꽤 떨어져 있어 흥미로웠다. 난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멋지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다만 특별하다는 점은 모두 인정했다. 그 특별함이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했다. 전조등과 안개등을 구별하기 힘든 형태로 섞어놓았다. 각 등이 모두 디자인 요소로 작용한다. 날카로우면서 둥글었다. 두 특징에서 뻗어나간 선도 일반적인 비율은 아니다. 균형보다는 파격, 절제보다는 역동성에 치중했다. 한 획 그을 때마다 디자이너의 ‘비장한’ 용기가 번뜩일 정도다. 남과 다르다는 점에 총력을 기울인 듯 보였다.



실내는 외관보다는 덜하다. 기본적인 실내 구조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낯설게 하기’라는 테마는 잊지 않았다. 모터사이클 요소를 실내에 적용했다. 계기반은 모터사이클 계기반처럼 간결하다. 센터 터널은 모터사이클 연료통을 형상화했다. 불룩하고 광택이 도드라졌다. 센터터널과 모터사이클의 연관성은, 사실 없다. 단지 독특한 형상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은근히 즐겁다. 비일상적 요소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닛산이 원한 건 그 지점이었다. 점점 품질은 상향평준화되는 시기다. 모두 저마다 점잖게 수준을 올렸다. 변별점이 떨어진다. 닛산은 다르고 싶어 한다. 한번 정하면 돌진한다. 쥬크의 디자인은 개성 강한 차를 만들고자 한 닛산의 의지다. 의지를 구현하는 방식은 많다. 닛산은 용기 내야 도달할 지점까지 밀어붙였다. 쥬크는 그 용기로 그려낸 차다.

강렬한 외관에 무단변속기를 채용한 점도 어떻게 보면 용기다. 닛산은 무단변속기 잘 쓰기로 유명한 회사다. 모두 무단변속기를 잊었을 때도 닛산은 담금질을 계속했다. 쥬크의 무단변속기는 제법 쫄깃하다. 스포츠모드로 놓으면 RPM을 조율하며 수동변속기 느낌도 낸다. 은근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무단변속기로 이런 성격을 부여하다니. 고집도 용기가 있어야 부릴 수 있다. 닛산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길에서 닛산 쥬크를 자주 보진 못한다. 하지만 볼 때마다 닛산의 용기가 떠오른다. 또한 쥬크를 선택한 운전자의 용기도. 이런 자동차 한 대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