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튼전차용 엔진을 차체에 얹고 거리 누비는 ‘탱크 카’

2017-06-25     안민희
세계의 자동차 (32) 제이 레노의 탱크 자동차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미국의 코미디언 제이 레노(Jay Reno)는 뛰어난 언변으로 토크쇼를 휘어잡은 MC입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한국 연예인이라면 언어의 마술사 신동엽, 툭툭 던지는 강력한 개그의 김구라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제이 레노는 자동차 마니아이자 수집가로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그의 소장품 중 하나인 ‘탱크 카’를 소개합니다.



강력한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게를 줄여 엔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강력한 엔진을 얹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양산차 제작사들은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 뛰어난 자동차를 만든다. 하지만 경주용 자동차 또는 개인이 만드는 자작차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이 레노의 탱크 자동차 또한 마찬가지. 강력한 엔진을 찾다가 미군용 탱크 엔진을 얹은 수제차다. 미국의 수제작 자동차 제작자인 랜디 그럽(Randy Grubb)이 만들었다.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미국의 튜닝 문화인 ‘핫 로드(Hot Rod)’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핫 로드는 오래된 자동차에 커다란 엔진을 얹어 직진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 차들을 뜻한다.



먼저 제작자인 랜디 그럽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겠다. 그는 늦깎이 자동차 마니아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지만 정작 대학은 치과로 갔다고. 그런데 교양 과목 들으러 갔다가 유리 공예를 배우게 됐고, 정작 치과가 아닌 유리 공예에 빠져 유리 예술가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계속 마음속에 담아왔다고.

약 20년 넘도록 유리 공예에 매진하던 그는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잊을 수 없어 금속을 다루는 기술을 배웠다. 철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면 어떤 모양의 자동차라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던 자동차 만들기에 돌입했다. 바로 탱크 엔진을 달고 화끈하게 달리는 로드스터였다.



미국인이니 미제 탱크 엔진 얹는 것이 당연했을까? 그는 M47 패튼전차용 엔진을 구해 직접 만든 차체에 얹고 직접 구상한 디자인을 입혀 ‘그랜드 내셔널 로드스터 쇼’에 내보내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제이 레노가 그를 찾아와 자동차를 주문하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탱크 자동차의 엔진은 콘티넨탈 모터스의 AVDS-1790. 가솔린 및 디젤 시리즈로 개량을 거듭하며 패튼전차에 사용됐다. 오리지널은 V12 29.36L 트윈터보 구성으로 2,800rpm에서 최고출력 810마력을, 2,400rpm에서 최대토크 216.18㎏·m을 낸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했지만 공차 중량이 자그마치 4,300㎏에 달한다.



하지만 제이 레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주행 성능을 끌어올릴 갖가지 업그레이드를 더했다. 연료 분사 방식을 퓨얼 인젝션으로 바꾸고 게일 뱅크 엔지니어링에서 제작한 트윈 터보 차저를 달아 최고출력을 1,60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418㎏·m으로 높여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성능을 뽑아냈다.

또한 차체 곳곳을 개선하고 변속기도 자동 6단으로 바꾸는 등 주행 성능도 높였다. 한편 탱크 자동차의 연비는 2.1㎞/L 수준이다. 원래는 0.85~1.27㎞/L에 불과했지만 변속기 바꾸는 등 주행 성능을 개선한 덕분에 올랐다고. 탱크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차체이긴 하지만 엄청난 수준의 연비다.



제이 레노는 종종 이 차를 몰고 거리를 누빈다. 또한 자동차 이벤트 및 쇼에 직접 몰고 나와 전시도 한다. 자동차는 그냥 두기보다 직접 몰고 다닐 때 빛이 나는 법이다. 한편 탱크 자동차의 제작자 랜디 그럽과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CNBC가 연 그의 새로운 쇼에서 랜디 그럽이 새로 만든 자동차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탱크 자동차를 직접 몰수는 없지만 가상으로 몰아볼 수는 있다. 자동차 시뮬레이터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임 제작자들이 직접 제이 레노의 차고를 찾아 엔진 소리를 녹음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게임은 대리만족이라고 하지만 요즘 게임들은 아주 현실적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보시기를 바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