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막 둘러싼 차가 굳이 강남 한복판을 주행하는 이유
2017-06-26 박상원
[박상원의 Pit Stop] 이번 칼럼에서는, 신차 개발에 참여했었던 전직 자동차 시험 엔지니어 출신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정보들 중 잘못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 예정된 출시 시점보다 앞서서 먼저 신차가 출시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차종이 제품수명인 5년에서 6년 정도에 있어 90% 이상을 채운 관계로 내년 1월에 새로운 차종이 출시된다고 가정해보자. A가 예상보다 잘 안 팔리는 상황에서 판매시기가 한 분기, 즉 3개월 이상 먼저 앞당겨져서 출시될 수 있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단언컨대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는 자동차 개발 과정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차는 디자인 프리즈(design freeze, 자동차 디자인이 확정되는 단계)에서부터 양산시점까지 2년~3년이 소요되며, 특히 마지막 1년은 많으면 100대가 넘는 시험차량들이 각종 시험에 투입되는 시기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온갖 문제를 잡기 위해 무수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며, 김치의 제조에 비하자면 숙성기간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동안 각종 마케팅 계획이 수립되고 준비되는 단계인 바, 신차가 갑자기 3개월에서 6개월 출시가 앞당겨진다는 말은 거의 공상과학에 가깝다. 차량 출시가 늦어지면 늦어졌지 앞 당겨질 리가 만무하고, 오히려 초기에 정한 판매시점 – SOS, 즉 Start of Sales라고도 한다 –에 맞추기 위해 질주를 다 해도 간신히 맞추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참고로 싼타페의 판매량이 감소해서 내년 초 출시가 예정된 싼타페 후속이 금년 하반기에 나온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신차 개발에 그런 뉴스를 본 적이 있지만, 연구 개발 쪽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며, 특히 자동차는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잡고 개발이 진행된다.
◆ 위장막으로 둘러싸인 차가 도심을 주행하는 것은 마케팅이다
시험차들이 위장막을 장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판매중인 모델의 판매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로 기존의 차 판매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차에 대한 외형이나 내장, 성능 등에서 비밀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가운데 위장된 시험차들이 서울 도심과 같은 곳을 주행하는 의외의 경우가 있으며, 이는 해당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구전마케팅 – Word of Mouth, WOM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 의 일환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도 시험차를 운전할 경우 최대한 보는 눈들이 적은 경로를 이용했다. 자칫 시험차가 사진에 찍히면 질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네시스 G70이 도심 주행 중에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 경우는 마케팅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도심을 주행하면서 잠재적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은 수입차가 많이 팔리는 지역인 만큼 이러한 종류의 마케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상컨대 내년 여름 전후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의 ‘도심출몰’을 시작으로 중소형 고급 SUV인 GV70 등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험차들이 각자 출시되기 1년전 시점을 기준으로 서울을 비롯한 잠재 고객들이 많은 지역에서 출몰이 잦아질 것이다.
◆ 공기압은 차체에 적힌 대로 맞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정비를 갈 때 마다 접하는 이상한 사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차량을 정비하러 가거나 타이어를 교체하면 정비사들이 타이어 공기압을 회사가 책정한 숫자보다 10%에서 30% 높게 충전해놓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단언컨대 이것은 권장할 습관은 아니다. 필자가 차량시험을 할 때는 항상 타이어 공기압을 먼저 확인하고 정해진 수치에 맞춘 후 연구소를 출발하곤 했었다. 물론, 과도하게 춥거나 더울 때 공기압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BMW의 경우는 탑승인원에 따라 공기압을 복수로 정하여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어쨌거나 제조업체가 정한 공기압을 벗어나 과도하게 또는 적게 충전하는 것은 차량의 수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당 차에 맞게 설정된 것이 제조업체가 명기한 공기압이며, 이는 최대한 지키는 것이 정석이다. 요즘은 제조업체에서 생산자가 자동차를 조립할 때 나사를 몇 번 돌렸는지도 레이저 기기로 확인하는 현실이다. 공기압은 나사 조임보다도 안정성에 있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참고로 공기압은 자동차 앞문의 기둥 – 일명 B필러라고도 한다 – 또는 문 프레임에 적혀 있다.
이상으로 시중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들 중 잘못된 몇 가지를 짚어보았다. 특히 공기압과 관련된 정보는 운전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더운 여름과 휴가철을 앞두고 자신의 자동차 공기압을 한 달에 한번은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