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차만 안 사면 돼’...댓글 다시는 분들에게

2017-06-30     나윤석


자동차와 관련된 고정 관념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제 칼럼 코너의 이름은 ‘독차법’입니다. 즉, 차를 올바르게 읽는 방법에 대한 글들로 채우겠다는 뜻입니다. 새 차를 구입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읽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나에게 맞는 차를 고르는 법, 내 자녀를 위한 차를 선택하는 원칙, 그리고 새 가족인 나의 새 차를 잘 길들이고 관리하는 방법까지 솔직하고 알기 쉽게 쓰느라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글 잘 읽었다는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많습니다. 특히 댓글을 보면서 그렇습니다. 저와 제 글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들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비판적 독자가 없다면 그것은 관심이 없다는 뜻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가 아쉬워하는 댓글은 ‘**차만 안 사면 돼’ 같은 것들입니다. 왜냐 하면 이런 댓글들은 제 글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항상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책을 읽지도 않고 남기는 한 줄 서평, 영화를 보지도 않고 주는 별점 같습니다.

본문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이 글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는 두 번째 경우인데 고정 관념에 바탕을 둔 경우입니다.

고정 관념은 처음에는 논리적 또는 경험적 기반을 가진 의미가 있는 결론에 근거합니다. 그러나 이 결론이 오랜 기간 동안 유통되면 원래의 기반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가 불변의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게 됩니다. 굳어졌다는 뜻은 다른 정보 또는 사실이 발생하더라도 결론의 수정 또는 업데이트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고정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미 그 결론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초기의 기반과는 관련이 없어지고 자기 스스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관념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정된 관념, 즉 고정 관념이 됩니다.



고정 관념의 무서운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새로운 정보나 사실이 있더라도 잘 수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잘 수정되지 않는 것을 넘어 고정 관념과 부합하는 사실은 받아들여 관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반면 상충되는 사실은 무시하거나 철저하게 배격하는 선택적 수용 능력을 갖게 됩니다. 고정 관념이 무서운 두 번째 점은 이 고정 관념이 다른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정 관념에는 크게 두 가지 폐해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판단의 근거가 되므로 부정확한 판단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고정 관념에 의하여 판단을 당하는 대상은 처음에는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하여 무던한 노력을 하지만 나중에는 포기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그런데 두 가지 폐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못된 판단을 한 쪽이나 잘못된 판단을 당한 쪽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입니다. 승자는 고정관념이고요.

다시 댓글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만일 ’**차만 안 사면 돼’와 같은 댓글을 다신 분들 가운데 특정 브랜드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표현하신 분들이시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내가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특히 차를 구입할 의향이나 계획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왜냐 하면 앞서 고정 관념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여 소비자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신이 최근 몇 년 동안 특정 대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경험의 추가 없이 이전의 결론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결론이 잘못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단순한 정보의 업데이트 부족에 의한 경우라면 쉽게 바로잡을 수 있지만 만일 고정 관념에 의한 것이라면 쉽지 않습니다.

정보나 경험의 축적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정 관념 또는 오래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판단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매체가 제품 정보나 사용기를 제공하는 것은 바쁜 소비자들을 대신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용을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시승을 적극 권장하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하여 얻은 정보 가운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 매체를 통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훨씬 주도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동차 칼럼니스트이며 동시 컨설턴트입니다. 컨설턴트는 지금 현재보다 발전된 미래를 위한 조언을 드리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단점이나 결점이 눈에 더 잘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저는 일부 매체를 통하여 간단한 컨설팅 리포트와 비슷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브랜드들로부터는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는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한 때는 같은 자동차 업계에 종사했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것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들어 긍정적인 칼럼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뜻은 요즘 좋은 제품이 늘어나고 있고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제가 지면이나 인터넷, 혹은 컨설팅을 통하여 쓴 소리를 한 것이 혹시 효과를 본 것은 아닌가 하는 뿌듯함이기도 합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제품 하나를 잘 만들었다고 해서 이전의 문제점이 바로잡히지는 않습니다. 방향을 잘 잡았다고 해서 이전의 과오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좋아진 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혜택을 소비자들이 놓치고 기업은 계속 개선할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여러분들과 저를 포함한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이익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